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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미궁/나카무라 후미노리/자음과모음]읽을수록 범인에 대한 미궁에 빠지는 스릴러~
아쿠타가와 상,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 작가인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작품은 처음 읽는다.
미궁.
데뷔 10년을 장식하는 최고의 걸작 스릴러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소설이다.
히오키 사건은 1988년에 일어난 일명 ‘종이학 사건’이라고 부르는 미궁사건이다. 재체포, 재구류의 위법성을 묻는 형사 사건의 모델이 된 미해결 사건이다.
“내가, 어떤 계기로, 만난 여자는,
일가족 살인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였다.“
주인공 신견은 자신이 만난 여자가 과거의 미궁 사건에서 살아남은 여자 아이아이임을 알게 되면서 알 수 없는 관심을 갖게 된다.
그 사건은 12세인 장녀만 살아남고 15세인 장남, 이들의 부모가 모두 사체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현관은 체인으로 잠긴 밀실상태로 추정되는 사건인데다 부모는 예리한 흉기에 찔리고 왼손잡이 주먹으로 구타를 당한 흔적까지 있는 미스터리 사건이었다. 게다가 장녀의 몸에서 장남의 정액이 발견되고 가족의 것이 아닌 모발 한 올의 발견, 거실 테이블에 남은 의문의 지문, 수면제를 먹고 잠든 장녀의 생존, 죽은 아내의 벗겨진 시체 위에 놓인 삼백 마리의 종이학 등 실마리를 전혀 풀 수 없었던 사건이었다.
더구나 그녀의 전 남자는 행방불명인 상태고, 그녀와 밤을 보낸 신견은 전 남자의 낯선 양복을 얻어 입기까지 한다. 더구나 그녀 사나에는 중학교 동창이라고 하는데......
어느 날 신견은 탐정이라는 남자로부터 그녀의 전 남자의 행방을 찾는데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종된 남자친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또 하나의 미궁 사건이 발생한 것일까.
그녀를 만날수록 신견은 과거에 왠지 범죄를 저질렀을 것 같은 묘한 예감이 들기도 하고, 하고 싶지도 않은 바보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파멸해버릴 것 같은 기분, 모든 것을 잃고 언젠가는 목매달아 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들게 된다.
어린 시절 신견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 있다. 자신의 내면에 R이라는 또 다른 인격을 지닌 아이가 되어 망상에 시달렸고 완치 된 적이 있다. 신견은 사나에를 만나면서 또다시 자신이 만들어 낸 가공의 인물인 R을 때때로 의식하게 된다. 마치 자신이 사건이 현장에 있었던 착각까지 하면서......
더구나 사토라는 변호사를 찾아가서도 이상한 말만 듣게 된다.
-자네가 그 사건을 쫓는 이유를 알려 줄까? 그 사건의 깊은 곳에서, 그 수수께끼의 깊은 곳에서, 자네 자신을 보고 있지? 자신 속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분이 기묘하게도 그 사건에 반응하지?
주인공은 미궁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게다가 자신의 원룸 앞에서 실종된 남자를 만나기까지 한다. 실종된 남자는 주인공과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닮은 남자다.
읽을수록 기이한 내용들이다. 이상한 가족관계, 기이한 주변 인물들, 남매간의 성도착증, 남편의 의심증…….
일가족 살인 사건에서 살아난 여자를 만난 남자의 기묘한 소설이다. 잘 짜인 미스터리 소설이기에 빨려들지만 밤에 읽다가 멈춰버렸다. 다 읽은 후 내가 가위에 눌려 버릴까봐.
무섭고 기묘한 소설이다. 스릴러를 읽다 보면 대개 범인에 대한 촉이 생기는데, 이 소설은 범인을 좀체 종잡을 수 없었다. 그런 소설이다.
굉장히 더운 여름날 오싹하고 서늘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