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조정우 지음 / 청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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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조정우/청어]양인에서 천출이 되고, 궁인이 되어 왕후의 자리까지 오른 장옥정의 이야기~

 

조선 숙종의 여인이었던 장옥정, 천인에서 궁인이 되고 숙원, 희빈을 거쳐 중전의 자리인 조선의 국모 자리에 오른 장희빈, 짧은 왕위를 누린 경종의 어머니이기도 했던 장옥정, 그녀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조선 여인이 있을까.

 

조정우 작가의 소설 <기황후>, <이순신 불멸의 신화>를 흥미진진하게 읽었기에 더욱 기대했던 소설 <장옥정>이다. 더구나 역사소설을 좋아하기에 설레며 읽었던 작품이다. 우리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역사소설이니까.

 

이 소설은 시대소설로 장옥정이 궁인이 되기 전후가 주로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일대기가 아닌 궁궐에서의 20년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기에 시대소설이라고 한다. 시대소설, 처음 알았다.

한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렸을 때의 경험일 것이다. 장옥정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장옥정의 아버지 장경은 학문과 재능을 겸비한 조선 제일의 역관이었다. 하지만 옥정이 12살 되던 해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그 이후엔 종백부 장현의 슬하에서 자랐다. 옥정은 장안 최고의 거부이자 역관인 숙부 장현의 집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나이가 들면서 딸이 첩실이 되는 것을 싫어하는 어머니의 뜻을 따라 정실 자리를 찾게 된다.

그래서 옥정은 인조의 서자 숭선군의 장자인 동평군의 첩실을 마다하기도 하고, 한때 어머니가 주인으로 모셨던 조사석 대감의 아들 조태구의 첩실 제의마저 거절하게 된다.

하지만 당파싸움의 불똥이 옥정에게도 불어 닥치게 된다. 그녀의 숙부인 장현이 역모의 죄를 뒤집어쓰고 붙잡히게 되면서 천인으로 몰락한 것이다.

 

양인에서 천출로 추락한 신분을 회복하기 위해, 집안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그녀는 궁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궁인이 되어 장현의 억울함을 임금에게 아뢰면 가문을 구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옥정은 동평왕을 통해 대왕대비의 전에서 궁인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천하의 미모를 가졌다면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것은 당연지사다. 옥정은 입궁한지 한 달이 채 못 되어 숙종의 눈에 들게 되고 승은을 입게 된다.

하지만 대왕대비와 대비의 다툼이 치열했기에 옥정은 대왕대비의 궁인으로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비의 노여움을 샀다. 더구나 남인 편인 동평군과 조사석의 뒷배로 대왕대비전의 궁인이 된 사실을 숙종의 생모인 대비가 알았기 때문에, 승은을 입은 몸이지만 궐 밖으로 쫓겨나게 된다.

 

한편, 비어있는 중전의 자리는 송시열의 제자 민유중의 여식인 인현에게 돌아간다. 인현은 미모와 학식, 현숙함이 뛰어나 중전에 간택되지만 숙종의 옥정에 대한 사랑을 넘어서진 못한다.

인현왕후의 배려로 다시 입궁한 옥정은 왕자 윤(경종)을 낳게 되면서 희빈(1)에 오르게 되고, 숙종은 서인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원자를 세자에 책봉하게 된다. 세자책봉이 불가하다며 상소한 송시열의 유배와 사약, 수많은 서인들의 몰살, 남인들의 정계 복귀 (기사환국) 등의 어지러운 정세가 계속된다. 그 틈에서 장희빈은 숙종의 변덕스러움을 이용해 인현왕후를 몰아내고 중전에 오르게 된다.

옥정이 궁인이 되고 숙종의 승은을 입고, 궁에서 쫓겨나고 다시 입궁하는 모든 과정들이 평탄치는 않았지만 옥정의 지나친 욕심과 시기와 질투는 결국 숙종의 총애마저 잃게 하는데…….

 

 

소설에서는 서인이 득세하던 시절의 기사환국과 갑술환국에 따른 당파싸움의 혼란, 대왕대비와 대비의 고부간의 갈등, 숙종의 승은을 입은 옥정의 존재와 인현의 어짊, 인현의 하녀 복순(훗날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입궁, 왕위 계승을 둘러싼 왕족들의 견제, 실질적인 서인의 영수인 송시열, 김만중의 상소 등의 궁을 둘러싼 암투와 자리다툼에 대한 역사들이 생생하게 전해 있다.

 

미나리는 사철, 장다리는 한철이라던 당시의 민중요처럼 사약으로 사라져버린 장옥정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한 여인의 등장과 몰락에는 그녀의 투기와 악한 성정이 타고난 성품으로만 보이지 않는데...... 서인과 남인의 당파싸움의 회오리가 드세 보이던 시절이기에 궁중 여인의 투기와 시기, 질투심으로만 보이지 않는데......

 

장옥정이 잠깐의 화려한 삶을 살다가 결국 사약으로 최후를 맞았다는 이야기는 TV드라마로 몇 번 접했던 내용이다. 역사이야기는 드라마보다 소설이 더 끌린다. 치열한 삶, 스릴 있는 삶에 대한 묘사, 주변 상황에 대한 역사적 설명이 자세하기에 읽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이기에 더욱 읽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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