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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ㅣ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1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멸종/김시준, 김현우, 박재용/MiD]여섯 번째 대멸종은 언제 올 것인가, 막는 방법은…….
나만 아니면 돼~~~~~~~~!!
언젠가 TV <1박2일>에서 강호동이 외치던 말이다. 이기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순간적으로 공감 가기도 해서 인간의 이중성에 움찔하기도 했던 말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홍수, 쓰나미, 화산폭발 등의 뉴스를 접하면서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 아님을 얼마나 다행으로 여겼던가. 물론 간접 피해는 있고 아직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지만 직접적이 피해자가 아님에 조렸던 가슴이 안도감으로 바뀌는 걸 보며 피해자들에게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재해 앞에 그저 나만 아니기를, 우리만 아니기를, 이왕이면 전체가 아니기를 바랐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전체가 멸종되는 시기가 온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전체가 멸종한다는데 속수무책이다. 대멸종을 늦출 수는 없는 걸까. 막을 수는 없는 걸까.
멸종이란 결국 생태계를 유지시켜주는 자율적인 평형의 유지가 깨지고 (음의 되먹임 과정) 상황의 악화가 더 큰 다른 상황의 악화를 부르는 과정에서(양의 되먹임 과정) 일어나는 일로써, ‘살아있는 지구’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아니 어쩌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건이다. (서론에서)
지구의 역사는 크고 작은 무수한 멸종과 진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과학자들은 인류출현이전에는 1백만 년에 2~3종의 멸종만 하던 것이 지난 500년 동안 5,570종이 멸종될 정도로 멸종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멸종은 생태계를 유지하던 음의 되먹임 작용이 결정적으로 깨지고 양의 되먹임 작용이 이루어질 때 나타난다. 흔히 가이아라고도 표현하는 지구 생태계는 나름대로 자기 완결적인 구조를 가지고 일정한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 식물과 바다의 광합성 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어놓는다. 그리고 나머지 생물들이 호흡을 통해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평형을 맞춘다. 이런 평형은 자주 여러 가지 사건에 의해 깨어진다. (중략) 하지만 전 지구적인 생태계에는 워낙 다양한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웬만한 변화로는 그 균형이 깨지지 않는다. 전 지구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가 있다. 지구 냉각화로 빙하가 형성되면 이 빙하가 다시 태양빛을 반사시켜 지구를 더욱 추워지게 만드는 식의 진행이 양의 되먹임 현상이다. (중략) 이렇게 생태계가 스스로를 유지하는 음의 되먹임 작용이 파괴되고 양의 되먹임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멸종 직전의 시작이다. (본문 중에서)
특히 지구를 스쳐갔던 대멸종이 이미 5번 있었고 지금은 6번째 대멸종의 시기가 오고 있다고 한다. 이전의 5대 멸종에서 사라진 삼엽충, 암모나이트, 티라노사우루스, 검치호, 메머드 등의 대멸종이 있었다면 지금은 6번째 대멸종이기에 최고 포식자인 인류가 그 대상이라고 한다. 무시무시한 사실이다. 더구나 지금은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보다 1만 배나 빠르다고 한다.
지구에서 일어난 5대 멸종은 원생생물을 제외한 전 생명 영역에서 70% 이상의 종이 사라진 대규모의 멸종이었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에 일어난 대규모의 생태계 파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무엇일까. 대멸종의 규칙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으리라.
대멸종의 규칙에는 기온이 올라가고, 산소 농도가 떨어지고, 산성비가 내린다고 한다. 식물이 사라지면 초식동물이 사라지는 과정을 겪게 되고, 초식동물들이 사라지면 육식동물이 사라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 하지만 연약해 보이는 것 중에서 살아남아 또 다른 생태계를 이어가며 진화를 거듭한다고 한다.
대멸종이 일어나는 구체적인 이유들을 보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뿐이다.
천문학적인 원인들과 지구 내부 구조와 관련된 원인들에 멘붕상태일 정도다.
백악기 대멸종을 초래한 외계 천체의 충돌, 오르도비스 대멸종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초신성의 폭발로 인한 감마선 샤워, 지구가 태양을 도는 타원궤도의 이심률의 변화에 따른 주기변화, 밀란코비치 주기, 네메시스 가설을 접하며 어마어마한 우주의 규칙들에 신기하면서도 무서울 지경이다.
지구 내부 구조와 관련된 원인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 맨틀 대류의 상승과 하강은 더욱 직접적이기에 자세히 보게 된다. 지구 내부 맨틀 대류의 상승으로 거대한 마그마가 수백만 년 동안 분출되기도 하고, 맨틀 대류의 하강으로 지각판끼리 충돌하면서 지각변동과 쓰나미, 지진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뭉크의 <절규>가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음을 듣고 그린 그림이라는 설명에 자연의 거대함이 무섭기까지 하다. 조선에서는 동학운동이 일어나고 임오군란과 천주교 박해가 있던 시기인데…….
당시의 화산 폭발음이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유럽에까지 들렸고, 화산재가 전 세계를 뒤덮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고 한다. “자연을 관통하는, 크고 날카로운, 끝없는 절규를 들었다.”며 뭉크는 당시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해안을 거닐던 풍경을 그렸다니, 가히 위협적인 화산폭발이다.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공룡의 멸종은 6,5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면서 일어난 것이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100만 년에 2~3종의 생명이 사라진다고 한다. 최고의 포식자가 멸종된 빈자리를 새로운 생명이 나타나 다시 채우는 생태계의 평형에서 놀라운 자연의 질서를 본다.
화산폭발로 지구 전체 온도를 떨어지면 도래하는 빙하기, 화산분출에 의한 깨짐, 역동적인 생태계의 균형, 음의 되먹임과 양의 되먹임의 파괴를 보며 새롭게 얻는 지식들에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다.
해수면의 상승 또는 하강, 지구 온난화의 위험은 대기 순환과 더불어 해류순환의 변화로 먹이공급이 차단되기에 많은 육지 생물과 수중 생물을 몰살시킨다는 사실, 대멸종의 와중에도 작고 연약한 생물들은 살아남는 사실, 작은 생물들이 다시 진화를 거듭해서 생태계의 지배자가 된다니……. 놀라운 이야기다.
지구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최고의 포식자가 사라지면 그 빈자리를 채우려 연약한 생물들이 서로 경쟁적인 진화를 해서 그 자리를 차지한다니. 다시 최고포식자의 위기가 오면 또 다시 대멸종과 진화가 반복이 된다니. 만약 우주인들은 대멸종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돌아오지 못하는 미귀환자가 되어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이루며 진화를 하게 될까. SF소설에서 접하던 이야기가 진짜 현실이 되는 걸까.
평형상태의 유지가 생태계의 유지라니. 더구나 최고 포식자가 반드시 멸종하게 되는 대멸종에서 산소의 양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니. 멸종으로 인한 빈 공간을 채우고 틈새를 메우는 것이 생태계의 원리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원리이기도 하다. 자연의 원리와 사회원리가 비슷함을 늘 느끼게 된다.
앞으로의 멸종에서는 화산 분출로 섬이 사라지거나 가뭄으로 한 종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인류 전체의 대멸종이기에 인류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대재앙을 멈추게 하거나 늦출 수 없을까. 최상위 포식자들의 멸망을 가져오는 대멸종을 보며 앞으로 다가올 인간의 운명을 생각한다.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5부 ‘모든 것의 끝 혹은 시작, 멸종’ 편을 기초로 했고, 6부 ‘생명의 재구성’도 반영했다고 한다.
영상을 담지 못했던 이야기와 새로 밝혀진 사실과 의견들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