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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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문예출판사]피난민의 불안과 절망을 그린 망명문학의 걸작~!

 

레마르크의 <개선문>은 여고시절 읽은 책이다.

이제 다시 읽으니 새로운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전쟁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전쟁으로 인한 상처들을 간접 경험했기 때문일까. 전쟁의 피비린내도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전쟁 이후에 겪는 트라우마도 일생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을 책을 통해서 많이 접했기 때문일까.  

  

 

 

주인공 라비크는 독일 나치스의 강제수용소의 고문을 피해 파리에 불법 입국한 의사다. 그는 한때 독일 큰 병원의 외과 과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의 눈을 피해 고용된 의사일 뿐이다. 파리에서 매춘부 검진이나 마취된 환자의 수술 등을 하면서  고용된  이름 없는 외과의사일 뿐이다.

어느 날 그는 밤길에서 만난 조앙 마두라는 여가수를 도와주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라비크를 사랑하지만 다른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라비크 역시 조앙 마두에게 끌리지만 진심을 알 수 없는 행동에 그녀의 마음을 믿지 못한다.

 

라비크는 그를 사모하던 미국 국적의 아름다운 케이트 헤그시트룀를 수술하게 되면서 그녀가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불현듯 그녀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라비크는 여인들의 사랑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이유는 독일 수용소에서의 악몽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를 살아가게 한 힘도 오로지 게슈타포 하케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라비크는 독일 수용소에서 하케에게 모진 고문을 당해야 했다. 더구나 자신의 애인 시빌 마저 하케의 학대로 죽어야 했기에 복수의 날만을 기다린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느 날 파리 거리에서 게슈타포 하케를 보게 된다. 하케를 본 이후로 라비크는 그를 추격하게 된다. 그리고 벼루고 있었던  복수를 하게 되는데......

    

<개선문>은 레마르크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책에서는 나치스 독일에 쫓겨 유럽 각지에서 파리로 도망쳐 온 피난민들의 불안한 일상을 담고 있다. 몽마르트 언덕의 저렴한 호텔인 앵테르나시오날, 그 호텔의 식당인 비밀 지하교회 같은 카타콤, 개선문 일대의 술집 등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먹구름 낀 유럽인들에게 전쟁에서 승리한 황제를 위해 세운 건축물인 개선문은 상징적인 대비를 이룬다. 개선문은 자신들을 어둠에서 구해 줄 영웅을 기다리는 심리상태의 반영일 것이다. 하지만 짙은 어둠이 깔려 개선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마지막 문장이 더욱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소설 속 1차 대전 직전의 파리 시내의 풍경은 불안과 절망이 가득하다. 여권이나 비자도 없는 유럽 피난민들이 절망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랑이 즐겁지도 않고 위로도 되지 않는 시대임을 보여준다. 암울과 불안의 시대, 경찰의 불심검문, 쫓기는 피란민의 삶, 칼바도스와 코냑, 담배로도 무서움을 떨치지 못하는 시대임을 말하고 있다.  깊은 사랑도 금물, 깊은 우정도 금지인 시대, 모든 것이  쓸모 없는 시대, 그저 하루의 삶이 전부인 시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의 광기가 극에 달하던 시절의 희망이 없는 피난민의 삶을 제대로 조명하고 있다고 할까

 

저자인 레마르크는 프랑스혁명 때 독일로 망명한 집안의 후손으로 태어나, 김나지움에 다니던 16세에 소년병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의 독일 서부전선 참전 경험을 담은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전쟁터에서 겪는 공포와 부도덕한 행위를 함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개선문>은 이전 작품들과 연결된 속편이라고 한다.

 

*문예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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