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가슴 생태학 - MiD 출판사 프리뷰어를 하면서

 

책이 나오기 전에 프리뷰어로 참여하는 일은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느낀다.

프리뷰어가 되면 책을 먼저 받아보기에 책의 오탈자를 찾거나 읽은 느낌을 출판사에 전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좀 더 신중하고 세심하게 책을 살피게 된다.

 

젖가슴 생태학.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공공장소에서 자신 있게 펼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가족들 앞에서 무심결에 펼친다면 당혹스런 페이지와 마주할 수 있다.

정말 조심스럽다.

책의 내용이나 책 속에 담긴 사진도 모두 젖가슴과 관련된 사진들이기에 말이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여성의 젖가슴에 대한 책은 처음 접한다. 여성의 젖가슴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있었던가. 여고시절 가정 시간에 배운 임신과 출산 부분에서 배웠을까. 하지만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다. 나만 그런가.

젖가슴에서 풍기는 야릇한 뉘앙스로 인해 제목에서는 대략난감을 느끼지만 책 내용으로 말하자면 읽을 만한 수준을 넘은 썩 괜찮은 학술적인 내용들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아서 굉장히 유익했다고 할까.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는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환경저널리즘 분야의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젖가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세포학, 유전학, 내분비학을 공부했다. 더 나아가 진화생물학과 세포생물학, 암생물학, 후성유전학, 환경내분비학자들을 찾기도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여성의 젖가슴 생태에 대한 생물학, 인류학, 의학저널리즘 관점에서 쓰인 책이다.

포유류 중에서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 젖가슴인 줄 처음 알았다. 침팬지 등은 수유 중에만 젖가슴이 약간 봉긋 부풀어 있다가 수유가 끝나면 밋밋해지는 것도 처음 알았다.

 

중생대 땀샘에서 수유가 진화한 이래로 포유류가 거대 공룡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도 젖가슴에 있다니 놀라운 사실이다. 인간은 충분한 젖으로 작은 신생아를 키울 수 있었고 출산 후 뇌가 더욱 커질 수 있었기에 다른 포유류에 비해 우등한 존재가 될 수 있었다는 진화론적 관점도 처음 접한다.

침팬지나 고래 등 다른 포유류와의 차이점이 젖가슴에 있다니.

 

저자는 모유수유가 주는 장점이 진화론적 측면 이외에도 영양학적 장점과 정서적인 이점이 많다고 한다. 대충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하지만 이론적 근거를 토대로 한 보다 전문적인 지식들을 접할 수 있는 책이기에 반가웠다.

 

모유수유를 하면서 아기와 엄마와의 정서적인 대화와 소통은 사회화를 발달시켰고 젖꼭지를 빨면서 입근육의 발달은 언어사용에 유리하게 해주었다니.

모유에는 병원균을 이겨내는 성분들이 많다는 사실은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지방, 단백질, 당분 등이 균형 있게 들어있고, 의약성분과 영양성분이 대량 들어 있으며 적정 온도까지 늘 유지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새삼 인간의 몸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모유수유가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엔 충격이다. 충격이닷!!!

책에서는 음식물 섭취, 가슴성형술로 보형물 주입, 환경오염 등으로 엄마의 몸 자체가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오염된 모유에서 화학물질이나 독성물질이 검출되기에 더 이상 모유수유가 안전지대가 아닌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저자는 레이첼 카슨 의 <침묵의 봄>에서 화학물질의 생태계교란을 예고했듯이 인체의 내분비교란물질이 미칠 독성을 경고한다. 오염된 모유,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ㅠ.ㅠ

 

불임이 늘어나고 아기가 먹을 젖이 화학물질에 오염되고 성조숙증이 빨라지는 것에는 현대의 생활양식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춘기는 빨라지고 폐경기는 늦어지고 원인에는 먹거리와 화학제품의 일상용품 등에 있다고 한다.

 

가슴에 대한 미적 관점, 종족 본능의 관점, 성적 매력의 관점, 환경적인 관점 등을 두루두루 접할 수 있는 책이다.

MiD에서 본책이 출판되어 나오면 더욱 충격적이지 않을까. 지금은 흑백이지만 그땐 칼러판이니까.

 

어쨌든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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