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의 새벽편지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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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정호승/해냄]정호승의 감동 에세이!~

 

한국인이 사랑하는 서정시인 정호승.

그의 시는 언제나 참 따뜻하다.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연륜과 깊이가 묻어나기에 즐겨 찾는 시인이다. 오늘은 정호승시인의 새벽편지를 만났다. 에세이로는 처음 접한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포근한 감성으로 삶을 노래하는 산문집이다.

가슴 훈훈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푸근해진다.

 

습관처럼 그림부터 감상했다. 박항률 화가의 그림이 책의 중간 중간에 쉼터처럼 펼쳐진다. 주로 새와 소녀 나무가 함께 있는 그림이다. 인간의 내면세계를 새로 표현했다니, 다시 보게 된다.

처음에 나오는 전남 완도의 찐빵가게 부부의 소박한 저녁상. 손님에게 같이 저녁 먹자고 권하는 넉넉한 시골인심, 버스의 햇살이 따갑다며 커튼을 잡아주던 시골 아주머니, 꼭두새벽에 일어나 손자 방 군불을 때던 외할머니의 깊숙하고 내밀한 손자 사랑이야기들이 소소한 감동을 준다. 책 속에서 인심과 사랑, 정이 굴뚝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노숙인의 아버지이자 영등포 슈바이처인 요셉의원 선우경식 원장의 이야기는 처음 접한다.

그는 1987년 극빈층과 노숙인을 위한 무료 병원을 세웠고, 위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진료했다고 한다. 우리 곁에 살다간 위대한 성자, 참 의사다. "가난한 환자들은 신이 내게 내려주신 선물"이라는 평소의 지론에 더욱 가슴 뭉클해지고 숙연해진다.

 

지금은 그분들을 다 떠나보내고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서로 자기가 옳고 남은 그르다고 주장하고, 남을 위한 말 없는 실천보다는 나를 위한 말 많은 주장이 더 앞선다. 이토록 극심하게 자기주장이 강한 시대도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이해와 소통의 문이 닫혀 있어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고통스럽다. (본문 중에서)

 

사실 주변에도 작은 성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주장을 펼치고 자기의 이익을 주장하는 단체들을 볼 때면 서로 간에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한 발 양보가 평화와 행복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기꺼이 행복한 후퇴를 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람이 사람 사회가 될 수 있을까. 나부터 노력하고 싶다.

 

삼등은 괜찮지만 삼류는 안 된다는 말은 무엇일까.

'등'은 순위나 등급 또는 경쟁을 나타내고, '류'는 위치나 부류의 질적 가치를 나타낸다. (본문 중에서)

 

'등'이 외양적인 의미, 상대적인 의미가 있는 반면에 '류'는 내면적 의미, 절대적인 질적 의미인 것 같다.

일류가 되지 못하더라도 삼류가 되는 것은 경계하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상품의 품질, 개인의 품격, 나라의 국격을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일류 인생을 위해서는 지켜야 할 기본에 충실하고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 인간으로서의 기본윤리,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도덕규범, 국민으로서의 헌법질서 등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한다.

최선을 다한 꼴찌에게는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삼류인생, 삼류사회, 삼류국가는 곤란하겠지.

책에서는 최인호 작가의 소설 이야기, 정채봉 작가의 문학 이야기, 박항률 그림 이야기 등도 만날 수 있다. 저자의 추억과 경험과 인생을 만날 수 있다. 읽으면서 따뜻해지고 포근해지는 책이다. 이웃을 돌아보고 주위를 보듬게 하는 책이다. 훈훈한 감성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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