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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노 - 고구려와 백제를 건국한 창업 여제 ㅣ 한민족의 위대한 여성 재발견 1
최정주 지음 / 세시 / 2006년 5월
평점 :
[소서노/최정주/세시]고구려와 백제 건국의 어머니, 소서노~
고구려와 백제 건국이야기에 늘 따라 나오는 이름이 있다. 여장부 소서노다.
자세한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그녀가 주몽의 아내로 고구려 건국을 도우고, 그녀의 아들 비류의 십제국 건국을 도왔고 둘째 아들 온조의 백제국 건국에도 도움이 된 여걸이라는 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다. 오늘 3개국의 건설과 함께 한 소서노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으로 대단한 개국 여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역사에도 이토록 나라 건설에 힘을 실었던 여장부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역사 속에서 단편적으로 접했던 건 주몽, 온조의 개국 이야기가 신나는 영웅호걸담 같다.
소설에서는 비류의 십제국 이야기, 낙랑과 대방 등의 한사군 이야기, 동예와 옥저, 마한과 가락국, 서라벌 등의 이야기를 덤으로 들려준다. 게다가 고대 사회의 청춘들의 러브스토리, 짝사랑과 배신, 시기와 질투를 보여주고 있어서 짜릿한 로맨스 소설을 읽는 듯하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접하는 영웅담 이상의 영웅과 책사, 지략과 계략이 차고 넘친다. 더구나 활 잘 쏘는 남자라는 주몽의 탄생설화는 신기한 신화랄까.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a/r/ary68017/20140820_153736_resized[1].jpg)
(해)주몽은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하백의 딸 유화 사이에서 태어난 알이었다. 금와왕이 다스리는 북부여에서 주몽은 활 잘 쏘는 사내였다. 하지만 이복형제들인 금와왕의 아들들에게 노골적인 미움과 견제를 받게 되고 목숨까지 위협을 받으면서 마리, 오리, 협보와 함께 도망을 나오게 된다.
주몽이 모둔곡에 있던 말갈을 쫓아버리고 그 터에 자리를 잡게 되자 인재들이 찾아온다. 빠른 걸음과 벼랑에 오르는 재주가 남다르다는 묵거, 힘쓰는 일에 장사인 무골, 병서를 많이 읽은 책사인 재사가 찾아와 합세하게 된다. 영웅에게 몰려드는 인재는 지혜와 용기, 의리와 책임까지 있기에 온조의 백제국 건설에도 기여하게 되는데.
한편 계루부 족장이었던 연타발의 딸 소서노는 일찍이 부여 왕 해부루의 손자이자 금와왕의 이복동생 우태와 결혼을 한다. 나약했던 남편 우태는 26살의 나이에 아들 비류를 남겨 두고 죽어버린다. 혼자가 된 소서노는 아버지를 찾아 계루부로 오게 된다. 일찍이 주몽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그녀였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고 사랑에는 기다림이 필요한 법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소서노와 주몽이 연결된 사건이 발생한다.
소서노가 라이벌부족인 연노부 족장의 집 창고에 갇히게 된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주몽이 그녀를 구해주게 된다.
졸본부여의 토착세력인 연타발은 야망이 큰 주몽을 맞아 딸 소서노와 결혼을 시키며 6부족을 합해 주몽이 다스려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그리고 (고)주몽은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 짓고 나라를 넓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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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더 특별한 세계여행지에 나오는 사진입니다.)
천제의 아들 주몽이 나라를 세웠다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이 몰려온다. 힘세고 현명한 지도자를 갈망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진가 보다.
소서노와 주몽은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무기를 만들어서 말갈을 물리치고 이웃나라를 복속시켜 간다.
소서노는 주몽 사이에서 온조를 낳지만 주몽은 북부여에 두고 온 예씨 부인과 아들 유리를 잊지 못하고 늘 그리워한다.
주몽이 북부여를 떠날 때 임신 중인 예씨 부인에게 사내를 낳으면 일곱 모난 돌 위, 소나무 밑에 감추어 둔 유물을 찾아오라고 했는데. 고구려 건국 후 19년 째 되던 해에 유리가 주몽을 찾아오게 된다.
유리를 태자로 세우고 싶은 주몽, 비류나 온조를 태자로 싶은 소서노와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지략대결을 펼치는 듯하다. 물론 유리가 태자가 된다.
자신의 소생인 비류와 온조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되자 소서노는 오랜 준비 끝에 황하이남 하남으로 내려가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곳은 거대한 상단을 꾸렸던 아버지가 생전에 터를 사 둔 곳이었다.
책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남하하는 소서노 이야기, 황화의 하남에 십제를 건국하는 비류 이야기, 온조가 하남 위례성에서 백제국을 건국하는 이야기, 바다를 건너와 미추홀에 정착하는 비류 이야기 등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교과서에서 익혔던 황조가의 등장이 새롭다.
첫 사랑인 치희가 우족장의 딸 화희의 투기로 궁을 떠나자 유리 태자가 그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젊은 대장부의 슬픈 러브송이다. 살기 위해 치희를 보내야 했던 유리 태자의 애달픈 마음이 녹아 있는 시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는
암수 쌍쌍 즐거운데
외롭구나,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a/r/ary68017/20140820_153756_resized[1].jpg)
건국 이야기를 담은 영웅들의 이야기지만 로맨스가 많아서 읽는 재미가 있다.
주몽과 소서노의 만남, 주몽과 예씨 부인의 묵직한 사랑, 유리와 치희의 사랑, 온조와 추금실래의 적대적 집안의 사랑 등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에는 없지만 백제건국 후 온조는 동명왕 사당을 지었다고 한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이 아닌 부여의 시조를 모시기 위함이었다. 백제의 건국에 부여의 정통성이 있음을 내외에 알린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설 수 있는 자료들이다.
참고로 부여의 시조와 고구려의 시조는 모두 동명왕이라고 전한다고 한다.
진취적이었고 지혜로웠던 소서노.
고구려와 백제 건국에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 소서노.
소서노에겐 남다른 창업의 유전자, 뜨거운 건국의 피가 흐르는 걸까. 어릴 적부터 말을 타고 활쏘기를 즐겼던 기질이 진취적인 습관을 만든 걸까.
대단한 여제의 거침없는 호연지기를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드라마나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건국의 역사는 언제나 드라마틱하지만 소서노의 건국 스토리는 더욱 흥미진진하니까.
*파란토끼13호님, 세시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