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얀 필립 젠드커/박하]슬프면서도 아름답고 기품 있는 소설~

 

오랜만에 읽었다. 순수하고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멀고 먼 길을 돌아 죽음으로 완성할 수밖에 없었던 슬프고 아련한 사랑이어서 절절하게 읽었다. 고결해서 더욱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숙명처럼 끈끈하게 이어진다. 그래서 더욱 먹먹했던 소설이다. 독일 작가의 시선으로 점성술과 운명 사주팔자를 녹여낸 게 낯설었다. 하지만 한 편의 동양화 같은 러브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아름다움과 기품이 흐르는 소설이었다.

미얀마의 낯선 도시에 있는 한 초라한 카페에 앉은 아가씨 줄리아 윈,

그녀는 미국인 어머니와 미얀마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미얀마에서 뉴욕으로 건너와 월가의 유능한 변호사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보스턴에서 약속이 있다고 한 후 아버지는 사라져버렸고, 방콕에서의 마지막 자취마저 사라져 버렸다.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멀리 미얀마까지 왔지만 아버지의 소식은 깜깜 무소식이었고 오리무중이었다.

 

줄리아가 미얀마에 온 이유는 아버지의 유품상자에서 발견한 한 통의 편지 때문이었다.

50년 전 아버지가 미얀마의 한 여인에게 보낸 사랑 편지를 발견하곤 그 여인을 찾아 미얀마로 온 것이었다. 아버지가 사랑한 여인은 어머니일까, 아니면 미얀마의 여인일까.

 

어느 날 미얀마의  낯선 카페에 있던 줄리아에게 우 바라는 늙은이가 다가와 그녀의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까지 알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남자는 줄리아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영혼이 연결된 운명적인 고고한 사랑의 전설. 사랑의 힘이 마법을 펼치는 놀라운 두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말이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장님이 앞을 볼 수 있게 하는 사랑, 두려움보다 강한 사랑, 삶에 의미를 불어넣어주는 사랑, 시간이 흐르면 쇠락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게 하고, 우리를 반성하게 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사랑을 뜻해요. 이기심과 죽음을 뛰어넘는 인간 정신의 승리를 말하는 겁니다. (책에서)

 

틴 윈은 부모에게 슬픔을 가져다주는 팔자를 타고난 사내 아이였다. 그래서 일까. 아버지도 일찍 죽고 엄마도 떠나가자 수치에게서 키워진다. 틴 윈은 자라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력을 잃게 된다. 그리고 우 메이라는 스님이 있는 시내 수도원에서 길러진다. 틴 윈은 노스님에게서 인내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를 배우기도 하고 공부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걷지 못하는 소녀 미밍을 만나게 되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미밍의 심장소리를 듣자 마음이 진정되었다. 세상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는 상상할 수 없으리라. 그녀의 심장은 다른 사람들의 심장과 달랐다. 더 자주 저 음악처럼 고동쳤다.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불렀다.(책에서)

 

미밍의 심장소리에 위안과 자신감을 찾게 된 틴 윈은 미밍의 다리가 되어 주면서 우정과 사랑을 키워간다. 남들보다 청력이 뛰어난 틴 윈은 소리로 모든 것을 구분했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틴 윈은 부자 고모부의 배려로 눈 수술을 받게 되고 볼 수 있게 되면서 미밍과 헤어지게 된다. 잠시 미밍과 헤어져 있으면 될 줄 알았다. 며칠, 아니면 몇 달, 길어봤자 몇 년이라고 생각했으리라.

 

점성술사가 고모부에게 큰 고난을 겪고 있는 일가친척을 한 명 도와주면 재앙을 면할 수 있다는 조언을 했기 때문에 고모부가 틴 윈을 도와준 것이었다. 틴 윈을 데려오면서 고모부의 사업은 날로 팽창해졌기에 잇속이 밝은 고모부는 틴 윈을 키우고자 한다. 그리고 양곤에서 고등학교를 마치자 뉴욕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변호사가 된 것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틴 윈은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미밍 곁으로 갈 수 있었다.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 한 후에 말이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 법인데......

 

순수하고 숭고한 사랑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동시에 두 연인의 비극적 운명에 슬퍼지기도 한다. 독자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전설을 쓴 소설이다.

운명 같은 사랑,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기에 더욱 끌려서 읽지 않을까.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기품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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