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의 힘 - 현경 마음 살림 에세이
현경 지음, 박방영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연약함의 힘/현경/박방영/샘터]내재된 힘과 용기를 새롭게 발견하시길~

 

 

표지의 그림부터 마음을 끌어당기네요. 확~~

야생화 꽃밭에 초대받은 기분이네요. 나비처럼, 잠자리처럼 날아다니는 느낌도 듭니다.

책을 펼치고 글보다 그림을 먼저 찾기는 처음입니다. 워낙 꽃그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야생화라서 마음 가는 대로 뒤적이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그린 이는 세한대 서양화과 교수님인 박방영 화가입니다. 동양적 기법과 서양적 기법의 접목을 시도한 작품이랍니다.

현경의 마음 살림 에세이 <연약함의 힘>

세계 진보신학의 명문인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 아시아계 여성 최초의 종신교수인 현경. 여성운동가, 평화운동가, 환경운동가, 신학 박사이면서 불교법사 자격까지 취득했답니다.

 

대개 힘이라면 강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연약함도 힘이라니, 역설적입니다. 문득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는 말,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강하면 부러지지만 부드러우면 휘어지기만 할 뿐 잘 부러지지 않겠죠. 저자도 연약함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긍정적인 작용도 함을 강조하고 있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지만 약간 강한 쪽에 기울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으면서 연약한 면이 의외로 있음을, 부드러운 면이 의외로 많음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부터 충격입니다. '아빠와 함께 춤을'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으로 노예해방이 이뤄졌다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지요. 흑인 아버지들의 경우 정상적인 가장의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노예였던 시절 흑인 남성들에게는 가장으로서의 권위나 책임이 주어지지 않았답니다. 아내와 딸이 백인에게 강간당해도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었던 흑인들은 이제 무의식이나 유전으로 책임의식이 남아 있지 않은 거죠. 백여 년 전 노예제도 폐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흑인 가장들이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이유랍니다. 무의식화 된 가장의 무책임한 습성들에 놀라게 됩니다.

 

아빠와 함께 춤을 추는 댄스파티에 흑인 아빠를 데려올 수 없는 아이들. 안젤라 패튼도 아빠가 감옥에 계시기에 아빠를 데려올 수가 없었죠. 그래서 아이들은 아이디어를 내어 교도소장에게 편지를 보냈고 교도소의 강당을 댄스파티장으로 만들었답니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아빠들은 죄수복을 벗고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춤을 추었답니다. 교도소의 배려였죠.

'아빠와 함께 춤을' 프로그램은 지금 많은 교도소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옛날 아프리카에서 노예선을 타고 미국으로 와서 강제로 노예가 된 선조들의 아픔이 대대로 유전되었다니 슬프고 기막힌 에피소드 입니다. 교도소의 댄스파티처럼 미국은 흑인들에 대한 배려를 더 많이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연약하지만 부드러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실어주었으면 하네요.

 

책을 읽고 있으면 연약함에도 쓸모가 있음을 느낍니다.

저자는 믿었던 사랑에게 심한 배반을 당한 후 우울증을 겪었다고 합니다. 길든 짧든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 우울증인데요. 심리학자들은 우울증을 '분노가 자신의 안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라고 한답니다. 분노를 배출하지 못하고, 화를 발산하지 못했을 때 분노나 화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우울증에 걸리지 않겠죠. 우울증을 앓아도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나겠죠. 그렇지 못하고 쌓이고 쌓이다 보면 마음에 병이 생겨 우울증이 되겠죠.

 

우울증은 내 안에 풀지 못한 분노가 있으니 그것을 밝혀 풀어내고 상처받은 나 자신을 잘 보듬어 돌보라며 우주로부터, 참 자아로부터 온 선물이고 메신저입니다. (책에서)

 

한때 베트남 특수부대요원이었던 배트맨의 노숙자 봉사, 모든 종교가 가르치는 황금률(남에모든 여성의 존재의 뿌리인 '루시' 이야기, 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내가 당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마라, 그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마라)

저자의 말처럼 자기 내면의 진정한 소리를 듣고 그런 자신을 사랑하고 용기를 낼 수 있다면 부드러운 힘이 되겠죠.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강풍이 불어도 꺾이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연약함의 힘이라는 걸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그래도 강자들의 약자에 대한 배려,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 활발한 이가 우울해하는 이들에 대한 공감,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들에 대한 베풂은 연약한 이들에게 더욱 힘을 내게 하겠죠.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네요. 연약함의 힘, 내 안에 내재된 힘과 용기를 새롭게 발견하게 돕는 책입니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고자 했던 노자가 생각나는 책입니다. 수천석두,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을 다시 새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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