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지켜온 나무 이야기 -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로 만나는 우리 문화와 역사
원종태 지음 / 밥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한국을 지켜온 나무 이야기/원종태/밥북]재미있는 나무의 역사와 유래....

 

산이나 들판.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많은 나무들을 접한다. 하지만 꽃, 곤충, 동물에 대한 관심보다 나무에 대해선 더 무심했던 편이다. 나무 이름, 나무의 나이, 나무의 특징, 나무의 이야기를 난 별로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무에게 미안해질 정도다. 여름날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에 예쁜 단풍이 눈이 즐겁게 해주는 나무. 목재가 되고, 생활도구가 되는 나무, 밑동까지 쉼터로 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다.

 

35년간 나무와 함께한 나무 박사 원종태 산림조합장이 들려주는 한국의 나무 이야기다.

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우리의 나무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손기정 선수의 월계관이 참나무였다니, 처음 듣는 이야기다.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자로 손기정 선수가 받은 월계관은 대왕참나무로 만든 관이었다고 한다. 손기정은 그 참나무 묘목을 히틀러에게서 상으로 받았다고 한다. 당시 독일인들이 참나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올리브나 월계수가 없었다고 한다. 손기정 체육공원9서울시 중구 만리동)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최고령의 나무는 누굴까.

동양 최대의 나무인 양평의 용문산 용문사 은행나무는 수령이 1100년 이상이나 된다. 천년의 세월을 살아온 나무는 몸값이 무려 1조 6000억 원이다. '대한민국 나무나라 대통령'이라는 칭호도 갖고 있다. 천연기념물 30호다.

 

이 나무는 오래된 만큼 전설과 이야기도 많다.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용문사를 창건하고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기념으로 꽂은 것이라는 설, 신라의 마지막 왕이 나라를 왕건에게 스스로 갖다 바치자 이에 망국의 한을 갖고 금강산으로 들어가던 마의태자가 비탄의 지팡이를 꽂았다는 설이 있다.

조선 세종 때는 나라의 길흉을 예지하여 미리 알려주는 신통력이 있다하여 정3품 당상관직을 받았다. 최초로 벼슬을 한 나무다. 일제가 강제로 조선병합을 할 때 의병들이 집합소라며 용문사 전체에 불을 놓았지만 나무는 살아났다고 한다. 은행나무를 베려고 하자 붉은 피가 흐르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져 나무를 벨 수가 없었다. 6.25전쟁 때도 용문산 전투에도 살아남은 용감한 나무다.

벼슬도 하고 결혼도 한 충북 보은 법주사 정이품송은 최고 미남 나무다. 천연기념물 103호다.

세조가 탄 가마가 나무에 걸렸을 때 나뭇가지를 들어 지나게 해주었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갑작스런 소나기를 피하게 해준 공로로 정이품을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정이품송의 두 번 결혼한 사연도 이채롭다.

 

창경궁 회화나무, 창덕궁 회화나무.

회화나무는 아까시나무와 잎이 흡사하지만 푸른색을 띠는 가지와 가시가 없고 가지를 꺾으면 나는 특유의 냄새에서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회화나무는 중국에서도 학자수, 행복수, 출세수이지만 영어로도 schola tree다. 동서양 모두 학자수라니, 흥미롭다.

연리지가 되려면 서로 다른 두 나무의 나무껍질이 터지고 진물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야 한다. 그래서 사랑나무, 부부나무라고도 부른다.

수많은 연리지가 있지만 충북 괴산군 송면리 연리지, 괴산 연풍면 고사리 휴양림의 연리지, 영주 순흥면사무소 연리지는 볼수록 특이하다.

 

참나무는 식물도감에서 찾을 수 없지만 그 형제들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가 참나무 6형제다.

졸참나무는 참나무 형제 중 잎과 도토리가 가장 작아서 작자는 의미의 졸참나무가 되었고, 떡갈나무는 나뭇잎을 따서 떡을 싸면 방부효과가 있어 떡이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의미의 떡갈나무가 되었고, 신갈나무는 옛날 짚신에 그 잎을 많이 깔고 다녔다고 해서 신갈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희미해진 기억 속 얘기들이다. 다시 되새겨 볼 수 있어서 좋다.

 

수몰 위기에 처했던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는 30억을 들여 이식된 투자나무다.

토지를 소유한 예천 석송령은 납세자이자 장학회장이기도 하다.

영월 청령포의 관음송은 단종의 비운을 지켜본 나무다.

승천하는 용을 닮은 용송인 괴산의 왕 소나무, 똬리를 틀고 승천의 때를 기다리는 이천의 반룡송, 아스피린의 원료 버드나무, 창덕궁의 뽕나무, 안동 북후면 신전리의 김삿갓 소나무 등......

무심코 스쳤던 우리의 나무 이야기다. 궁금했던 고궁의 나무, 유적지의 나무 이야기다. 길 여행에서 만나본 적이 있는 나무 혹은 언젠가 만나게 될 우리 나무 스토리다. 나무의 경제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 인문학적 가치까지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