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아베를 쏘다
김정현 지음 / 열림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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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아베를 쏘다/김정현/열림원]아베의 잘못 15가지를 응징하러 안중근 다시 살아나다!

 

 

 

사리사욕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나라를 이끌 인물이 없을까. 배상열의 <명량>, 조정우의 <이순신 불멸의 신화> 등을 읽으면서 이순신 같은 지도자의 환생을 꿈꿨다. 오늘 안중근 의사에 대한 역사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위대한 지도자의 재탄생을 그리게 된다. 이런 지도자, 지금은 왜 없을까.

 

안중근 아베를 쏘다. 제목에서부터 시원한 한 방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폭력을 싫어하고 조폭영화를 꺼리는 내가 말이다.

 

 

소설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응징했던 안중근 의사가 오늘 다시 재탄생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아베를 향해 총을 쏘며 그의 잘못에 대해 응징한다는 내용이다. 안중근은 법정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저지른 잘못 15가지를 조목조목 성토한 것처럼 아베 신조가 저지른 잘못 15가지를 논리정연하게 진술한다. 그런 안중근의 모습에 속이 후련해 질 정도다.

 

이야기는 일본 내각 수상 아베(안배)가 베이징에서 하얼빈으로 초고속 특별열차 허시에를 타고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베가 하얼빈으로 가는 이유는 하얼빈에서 주변국 정상들이 만나 국제평화를 논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분쟁 유발, 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과 관련된 분쟁,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일본 헌법 해석 변경에 대한 내각의 결정과 관련 국가들의 반발, 과거 역사 문제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베는 특별열차에서 흰색 한복에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카이젤 수염의 사내인 안중근을 만나면서 과거사문제로 논쟁을 하게 된다. 안중근은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반성이 없다고 응징하고. 아베는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서 모른다고 발뺌하며 역사논쟁을 벌이게 된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요, 증거도 명확하지 않은 일이오.

-후세의 사람이 과거 선조들의 잘못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연좌제적 발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책임을 영원히 안고 갈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런 뻔뻔한! 너희의 죄가 남의 물건을 훔친 정도이더냐. 술에 취해 주먹질로 약간의 상해를 입힌 정도더냐. 그 죄로 말하자면 계획하고 준비하여 도적질, 강도질, 강간 질에 멀쩡한 남의 나라를 통째로 먹으려 들고, 공연히 전쟁을 일으켜 수백만의 무고한 생명을 죽인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사형에 처할 중죄가 아니더냐! 그러니 그 죄의 씻음은 피해를 입은 상대국이 그만 빌어도 괜찮다고 허락할 때까지는 영원한 반성과 사과, 보상과 배상이라는 형벌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본문에서)

 

 

열차에서 벌이는 아베와 안중근의 대화가 마치 시사 토론을 보는 듯하다. 맞장토론을 보는 듯 치열하게 전개된다.

난징대학살, 베이징에서의 시비 자작극으로 중일전쟁의 계기를 마련한 일, 하얼빈의 731기념관, 가스라 태프트밀약 등 일본인들이 한 일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아베는 안중근의 돌직구에 회피성 발언만 일삼는다. 양심의 가책도 없고 사죄의 의사는 더욱 없고, 진심어린 반성은 더더욱 없는 아베는 결국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의 총을 맞게 된다.

 

박해받는 민족과 조국을 위한, 동양의 평화를 위한 전쟁임을 고하였다. 결코 사적인 복수심이 아닌 자유와 평화를 위한 출전이니 용서와 가호를 베풀어주실 것을 기원했다.(본문에서)

 

 

법정에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죽인 이유에 대해 15가지 죄목을 조목조목 대듯 아베의 잘못 15가지도 논리적으로 따진다.

대한민국 독도에 대해 억지 영유권을 주장하는 죄, 침략 역사를 왜곡한 거짓 교과서로 그들의 후손을 교육하는 죄, 나라 간의 약속을 이익에 따라 뒤집고 묵살하기를 밥 먹듯이 하는 죄, 성노예 사건에 대한 부인과 거짓으로 일관하는 죄, '고노담화'를 흠집 내고 부인하려 한 죄 등......

 

 

재판장에 쑨원, 배석판사에 루쉰과 캉유웨이, 검찰관 장제스, 변호인 저우언라이 등 역사적 인물들이 자리한 재판정의 모습은 역사적 심판 같다. 깨알 웃음, 소소한 웃음을 준다.

 

 

책에서는 안중근이 총을 쏘게 되는 과정들이 소개되고 있다. 1906년 교육에 힘쓰고자 평안도 진남포에 삼흥학교를 세우고, 돈의학교를 인수했고, 0907년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했다. 그해 조국을 떠나 북간도로 가서 민족계몽에 힘썼고, 최재형의 집에 머물면서 의병을 모집해 의병활동을 시작했다. 세계평화를 위해 이토 히로부미에게 저격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들이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당시의 신문기록, 공판기록, 안중근이 뤼순감옥에서 쓴 <안중근 자서전>, <동양평화론>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대로 역사교과서다.

 

 

독립운동에 힘을 보태고 안중근을 도운 이들인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최재형, 김성택, 이강, 이범윤, 안병찬 등도 모두 기억해야 할 위인으로 소개되어 있다. 좋은 시절을 만났으면 더 많은 일들을 했을 지도 모르는 아까운 인재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게 된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의 총에 맞아 죽은 것처럼 오늘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아베가 안중근의 총을 맞고 쓰러진다는 설정이 신선하고 후련하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죄의식도 없고 사죄는커녕 오히려 전범들을 숭배하고 있는 아베에게 저자의 말처럼 이 소설은 경고가 아니라 반성의 기회를 주기 위한 이야기니까.

 

안중근의 환생, 안중근의 속 시원한 논리, 속을 후련하게 하는 정곡을 찌르는 돌직구에 막힌 속이 뻥~ 뚫리는 듯하다. 어딘가에 안중근 의사가 재탄생해 있지 않을까. 잠시 그런 생각에 빠지게 하는 책이다. 단편적으로 알았던 안중근 의사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역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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