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리어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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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바람에 날리어/이츠키 히로유키/지식여행]일본에서 태어나 한반도에서 유년을 보낸 일본 작가의 청춘 이야기.

 

이츠키 히로유키. <삶의 힌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다. 1932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조선으로 왔고 논산에서 유아기를, 서울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평양에서 중학교 1학년을 보내 던 중 패전이 되어 공산 치하에서 1년을 난민생활 하다가 후쿠오카로 돌아갔다고 한다.

 

30년대에 태어나 한국에서 유년을 보내고 한국의 광복과 함께 공산치하에 있다가 난민이 되어 일본으로 돌아간 문학청년. 한국에서 살았던 일본 작가라기에 그의 시각이 궁금했다. 지식인이었으니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 시절을 그려내고 있을까. 그 시절 그의 눈엔 무엇이 보였을까.

철이 들고 난 후, 내 머릿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사고의 끝에는 항상 '식민지'라는 문제가 있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한 끝에 논리적으로 대충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별개의 문제였다. 나는 여전히 유년 시절의 향수로써, 외지의 하늘빛에 대한 기억을 내 것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서)

 

유년시절 자란 한국에서의 추억은 고향 같은 그리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식민지 땅에서 그들이 누린 혜택들, 패전국이 되어 재산을 잃고 쫓기는 도망자 신세에 대해서는 작가도 착잡했으리라.

요즘 일본 극우파들의 작태를 보면 양심이라곤 찾을 수 없어서 참담하다. 조선을 호시탐탐 노리던 그들, 조선인에게 행했던 지독한 일들, 그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이미 파리의 정돈된 거리와 멋진 가로수 풍경에 순수하게 감탄할 수 없다. 적어도 에투알에서 콩코르드 쪽을 바라본 나의 심정은 극심한 모순상태에 있었다. 이 호사스러움을 지탱하는 부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그건 프랑스인의 근면과 미의식, 재주나 지혜로만 완성한 게 아니라고 나는 느꼈다. (책에서)

 

일본이 식민지를 통해 부를 축적했듯,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역시 식민지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 식민지의 문화재를 약탈하고 미술품을 약탈했기에 오늘 그들의 미술관은 찬란하게 된 것이다. 역사책을 읽을수록 제국주의, 식민지, 침략의 역사, 지금의 부와 가난의 기원 등을 생각하면 그들의 문화유산이 곱게만 보이지 않는데......

 

저자 역시 외국 여행을 통해 그들의 문화재 속에서 식민지에 대해 읊조린다. 지나간 역사지만 많은 지식인, 정치인, 경제인들이 식민지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식민지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일본의 부는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많은 나라에 상처를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형태와 방법은 다르나 경제적인 면에서 다른 나라를 속박하고 있지는 않을까. 물질 만능의 시대, 경제 우선의 시대이기에 다국적 기업의 횡포는 제국주의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책을 통해 독서를 좋아하는 일본인, 유럽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깐이지만 식민지에 대한 고민도 볼 수 있었다. 1950년 60년대 20대, 30대를 살았던 작가의 삶을 볼 수 있는 책이다.

 

패전국 일본 문학도의 모습, 그들의 가난한 삶, 그늘진 거리에서도 꿈을 키우고 청춘의 낭만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대적 고민, 시대적 가난이 트라우마가 되고 무의식이 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왠지 읽기는 조금 불편한 50년대 60년대의 이야기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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