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멀리 가고 싶은 너에게 - 시인 엄마와 예술가를 꿈꾸는 딸의 유럽 여행
이미상 글.사진, 솨니 그림 / 달콤한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어디든 멀리 가고 싶은 너에게/이미상/솨니/달콤한책]엄마와 딸의 알콩달콩 뭉클한 여행기!

 

시인 엄마와 예술가를 꿈꾸는 17세 딸의 유럽 여행이라면 모두들 부러워 할 여행이다. 낯선 장소에서 시간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엄마와 그림을 그리는 딸의 모습은 지극히 낭만적이기에. 게다가 3개월 동안의 넉넉한 시간이 느긋한 여행을 즐기게 했을 텐데. 책을 읽는 내내 알콩달콩 뭉클한 풍경화가 그려졌다.

솨니는 중학교를 자퇴하고 미시간 예술학교를 다니던 딸이었다. 방학 때 한국행 비행기 표가 아깝다며 파리에서 지구 멸망 전에 보고 싶은 그림을 잔뜩 보겠다는 딸을 걱정하며 엄마도 얼떨결에 나선 여행이었다.

에스파냐,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로의 여정은 햇살과 바람, 예술과 인문학으로의 여정이었다.

아르메리아 광장에 앉아 알무데나 대성당을 그리는 딸, 생전 처음으로 맞는 하늘빛과 강렬한 태양을 감상하는 엄마. 멋지다, 멋져. 다른 장소, 다른 시간 속에서는 언어도, 감상도 다른 법인가 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시회를 감상하고,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게르니카>방도 구경 한다.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에드워드 호퍼'전시를 보며 엄마와 딸이 나누는 교감이 수준 높으면서도 정겹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본다. 단발음의 감탄사가 나온다. 솨니는 "세상에…….3D 같아!"하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왜 그토록 많은 화가가 벨라스케스를 모사했는지 알겠다. 화가들은 빛과 투쟁해야 하는 존재들. 빛을 다루는 예술가들은 신과 진배없다. 벨라스케스에게 경의를......(본문에서)

 

호퍼는 이름은 들어봤고 벨라스케스는 이름조차 생소한 화가인데, 이리 절찬을 하다니. 궁금해진다. 벨라스케스.

순례자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이베리아 반도의 땅끝 마을 '피니스테레'를 여행하고 그렇게 에스파냐,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로의 여정이 끝나 버렸다. 읽는 내가 다 아쉬운 이야기들이다.

 

프랑스의 몽생미셸 수도원 솨니 그림, 잘 생겼다! 표지에 있는 사진보다 솨니의 그림이 더 끌린다. 어쩜 그리도 잘 그릴까. 디즈니랜드 성이 몽생미셸 수도원을 본뜬 건 줄 처음 알았다.

 

세상어디나 친절한 사람, 불친절한 사람은 공존한다. 긴 바케트 샌드위치를 잘라달라고 했을 때 거절하는 여직원이 있는가 하면 흔쾌히 잘라주는 다른 가게 남자도 있으니. 미술관이 모두 문을 닫았다는 호스텔 여직원이 있는가 하면 미술관이 모두 문을 열었다는 미소 띈 자전거 대여소의 여직권도 있으니.

-엄마,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경지에 오르는 때가 있어. 나도 모르게 기둥처럼 하늘로 솟아 저절로 그려질 때가 있지 마치 접신하듯이. (중략)

-말로는 할 수 없지.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게 예술이니까. 네루다가 말했잖아. 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고흐도 말했잖아. 그림으로가 아니면 어떨 말도 할 수 없다고. (본문에서)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을 이야기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 그대로 따뜻한 풍경화다. 엄마를 닮은 딸, 딸을 닮은 엄마의 여행기엔 문학이 있고 미술이 있다. 다른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의 차이도 체감할 수 있는 여행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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