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유산 청동기 비밀을 풀다 - 다뉴세문경, 비파형 동검, 신라 범종 재현기(再現記)
이완규 지음 / 하우넥스트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한국의 문화유산 청동기 비밀을 풀다/이완규,하우넥스트]다뉴세문경, 비파형 동검, 신라범종, 재현해 내다!

 

다뉴세문경, 비파형 동검, 신라범종을 재현해 낸 책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게 하는 우리의 고대 유물들이기에 반가운 책이다. 역사 교과서를 펼치면 맨 처음에 접하는 청동기 유물들, 어떻게 재현했을까.

저자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현응 이완규.

그는 1970년대 금속 공예조각의 대가인 오해익 선생 공방에서 청동 작업 세계로 입문했다. 이후 1982년 KBS의 '한국인 당신은 누구인가' 프로그램을 통해 세형동검 복원 제작을 하면서 청동기 문화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1986년 보신각 신종 제작에 참여했고, 2003년 전쟁기념관 6·25 참전국 조형물을 만들었고, 2005년 함평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들었다.

저자는 한국의 7대 불가사의인 다뉴세문경을 전통 기법으로 재현해 2007년 국무총리 상을 받았다. 2008년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후 비파형 동검, 나팔형 동기, 간두령 등을 재현하기도 했다.

 

고조선 장인들이 만든 다뉴세문경.

고대사회에서 거울은 주술적 의미요,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조문경(거친 무늬), 조세문경은 중국 요령성 요하 서쪽의 대능하 유역, 요동 중부, 대동강 유역, 금강 유역 등에서 발견되었지만 세문경(고운 무늬)은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저자가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에서 다뉴세문경을 처음 보았다고 한다. 처음 본 다뉴세문경의 거푸집은 표면이 미끌미끌하고 조직이 치밀한 활석으로 되어 있었고 그을음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다뉴세문경을 재현하고픈 열망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활석 용범(거푸집)의 시행착오들.

 

다른 금형은 쇳물을 부었을 때 잘 들어가지 않아 압력을 가해 붓는 방식인 '가압주조'를 하지만 활석 거푸집은 압력 없이도 바로 쇳물을 붓는 '주입식 주조'를 하여도 모양이 완벽하게 나온다. 이것이 활석의 뛰어난 점이고, 이를 청동기 제작에 사용한 선조들의 뛰어난 안목에 놀랐다.(본문에서)

 

저자는 활석에 무늬를 그려 넣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대칭도 아니고 선들의 간격도 일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물을 부어 치구(한꺼번에 동심원을 그릴 수 있는 작업도구)제작에 나서게 된다. 테두리를 만드는 치구, 중간 원을 만드는 치구, 8개의 동심원을 만드는 치구를 제작했고, 매일 도를 닦는 심정으로 활석 판에 13000여개의 문양을 음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직경 21.2cm 안에 정교하고 섬세한 삼각형과 직사각형, 동심원 등 13000여개가 넘는 기하학 무늬를 새겨 넣었다.

송연.

그을음을 올리는 것은 거푸집을 코팅하는 것이다. 거푸집에 그을음을 입히지 않으면 주물이 매끄럽게 퍼지지 않고 불량품이 된다고 한다. 특히 소나무를 태워 그을음을 올리는 작업을 하면서 모양이 훨씬 매끈해졌다고 한다.

다뉴세문경 복원을 마친 2006년에 활석거푸집 방식과 송연 코팅 작업에 대해 특허출원했다. 그 이유는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 일본에는 일제 강점기 도굴 옹이었던 일본인 사업가 오쿠라 다케노스케가 한국의 국보급 문화재를 남겼다고 한다. 지금은 그의 아들이 동경국립박물관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 경남 지방에서 출토된 나뉴세문경은 일본 중요문화재이다.

 

다뉴세문경은 직경 21,2cm, 꼭지인 뉴가 2개이며 내구와 중구, 외구 등 3등분으로 조형되었다. 각 구마다 작은 삼각형 무늬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매우 치밀한 선이 음각되어 있으며, 외구에는 동심원 무늬가 각각 2개씩 조를 이루어 사방 8개가 배치된 모습니다. (본문에서)

 

거울 뒷면의 꼭지나 고리를 뉴(紐)라 한다. 그 개수에 따라 다뉴 또는 단뉴라고 한다. 거친 무늬냐, 고운 무늬에 따라 조문경, 세문경으로 나뉜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에 소장된 국보 제1411호 다뉴세문경은 1960년대 충남 논산에서 출토된 것이다. 그 문양이 세밀해서 슈퍼컴퓨터로도 복원할 수 없다는 불가사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세계 최초로 다뉴세문경을 재현해 냈다. 옛 방식대로 활석에 정밀한 문양을 새겨 성공해낸 것이다.

책에서는 활석 고르기와 다듬기, 문양조각, 모합금 용해, 거푸집 송연 코팅, 쇳물주입, 거푸집 해체와 가공완료 등이 소개 되어 있다.

 

일본도로 대나무를 짚단 베기를 할 때는 손에 전해지는 충격으로 서너 번을 베기가 힘들지만, 비파형 동검으로는 연속적으로 베도 손에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칼로는 세계에서 최고로 치는 일본도로도 짚단 수평 베기가 힘든데, 비파형 동검은 이를 쉽게 벨 수 있다. (본문에서)

이외에도 비파형 동검의 장점과 재현과정, 각종 청동 기구, 신라 범종, 범종 제작 논쟁들,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는 우리의 청동유물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우리 고대 유물 제작은 유물을 살려내고자 하는 저자의 열정,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처음에 비파형 청동검을 만들게 되면서 심양박물관, 숭실대학교 박물관을 찾았을 때의 설렘이 느껴진다.

 

요녕 땅에서 발견된 청동검을 조선검이라고 하다니 놀랍다. 그 이유는 합금 성분, 주조기법, 크기와 문양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령에서 땅만 파면 조선검이 나올 정도라니. 권력자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전투에 참가한 전사들이 사용했다는 심양박물관 측 이야기, 심양박물관은 국내성과 가까워 고구려 유물이 가장 많은 곳이라니, 모두 놀라운 이야기들이다.

역사적 사실 발견에도 전율이 일지만, 이렇게 고대 유물을 실물로 제작해내는 장인의 이야기가 더 감동이다. 부족한 기록에서 자료를 찾고, 훼손된 유물 몇 점으로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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