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구슬
김휘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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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구슬/김휘/작가정신]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린, 어쩜 불편한 소설!

 

이 소설은 당신의 마음을 한껏 불편하게 할 것이다! -띠지에서

 

인간을 숙조 삼아 자라는 수만 개의 욕망이 하얗게 웃고 있는 세상을 본다.

나는 그 서늘하고 슬픈 웃음들을 기록한다.

바로 그것이 내가 쓰는 소설이고, 주문을 외듯 조용한 희열인 행복을 지켜내는 방식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나의 프라모델>을 통해 등단한 작가 김휘. 철학과 불어불문학을 공부한 젊고 역량 있는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더구나 한국소설의 신 영토를 개척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눈보라구슬>은 다양한 폭력의 메커니즘을 통해 인간의 윤리와 죄의식에 관한 문제를 집요하게 묻고 있는 그의 첫 소설집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 세계의 지축을 뒤흔드는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흡인력 강한 이야기를 담은 일곱 편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속표지에서

처음에 나오는 목격자

주인공은 공포 소설가이자 대필 작가, 위조신분증 전문가 박종일이다. 위조 신분증 만들기는 주문 이메일을 받고 첨부된 사진 파일을 열어 특수 복사기로 복제하는 것이다. 어느 날, 종일은 이상한 주문을 받게 된다. 사진속의 얼굴이 바로 자신인 주문 메일을 받은 것이다. 닮아도 너무 닮은 얼굴이다. 얼굴, 키, 왜소한 체격까지 닮은 사람의 주문을 받고 자신의 얼굴이 박힌 위조신분증을 완성한 것이다. 더구나 남자는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의문의 남자는 일란성쌍둥이일까, 아니면 자신의 착각일까. 그도 아니면 무엇일까.

 

게다가 몇 주 전 발생한 미용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조사받았다. 몽타주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안경점을 하는 영식과 맥주를 마신 알리바이가 있었기에 살인사건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앞집 영식의 새로운 애인 소연은 종일이 예전에 짝사랑하던 여자 재희를 닮았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진짜 재희일까. 며칠 후 종일의 머리를 잘라준 소연이 죽임을 당했다.

놈이 소연을 죽이는 걸 거울로 봤는데, 눈앞에서 똑똑히 봤는데……. 똑 같이 생긴 놈이 종일 일까, 아니면 다른 남자일까. 짧은 단편이지만 미스터리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아르고스의 눈.

반짝이는 눈으로 누군가 보고 있다면 섬뜩할 것이다. 특히 남들은 보지 못하고 내 눈에만 뛰는 눈이라면 말이다.

 

남자는 인터넷포상금동호회에서 만난 형을 따라 정부의 신고포상금제도를 합법적으로 이용해 밥벌이하는 남자다. 선거범죄, 쓰레기 불법투기, 신문고시 위반, 핸드폰 불법복제 등 모두 경찰의 눈을 대신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한 일이기에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공익을 위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일을 할수록 남자는 자신을 나를 향한 수많은 눈을 보게 된다. 그런 눈들이 자신에게만 보인다는 게 공포와 두려움이다.

 

심지어 꽃집의 여자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망원경으로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녀가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죽는 순간까지도 훔쳐봤던 그였다.

 

이런 증상의 시작은 같이 일하던 형이 공작 박제를 맡기면서 시작된 증상이었다. 깃털에 있는 수많은 둥근 무늬들은 나를 노려보는 눈이다.

 

전신에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는 '모든 것을 보는 자'라는 뜻의 파노프테스의 별명을 얻은 거대한 괴물이다. 아르고스가 헤르메스에게 죽임을 당하자, 헤라는 아르고스의 눈을 자기 성조인 공작의 깃털에 장식했다. 그 아르고스의 눈이 언제나 주인공을 주시하고 있다. 몰래카메라의 눈처럼 말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눈이 있다. 양심의 눈, 경계의 눈, 관찰의 눈들이 말이다. 7편의 이야기가 모두 무서운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삶에 관여하는 눈보라 속의 눈동자 이야기다.

 

인간의 어두운 단면, 악의 본능을 그려낸 이야기가 편하지는 않다. 폭력이 나무하는 세상이어서 이런 소설이 많이 나오는 걸까. 잘 짜인 이야기지만 불편한 소설이다. 영화 <해무>를 보고 난 후라 더욱 오싹하고 무서운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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