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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는 인생의 교훈
조디 카마이클 지음, 새라 애컬리 그림, 박진희 옮김 / 생각의집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스파게티는 인생의 교훈/조디 카마이클/생각의집]아스퍼거 증후군 소년!
표지 그림을 보면 케찹이 뿌려진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장난치는 소년이 나옵니다. 손에도, 입에도, 팔에도 스파게티가 줄줄 흘러내립니다. 으악~ 머리 위에 스파게티가 떨어질 직전입니다. 하지만 소년은 웃고 있어요. 오히려 즐기는 표정입니다. 개구쟁이 소년을 어떻게 야단쳐야 할까요?
저자인 조디 카마이클은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단체인 아스퍼거 매니토바의 든든한 지지자입니다. 그는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소년의 일상, 생각, 어려움, 극복과정들을 절묘하게 그리는 작가랍니다. 더구나 아스퍼거증후군에 대한 이해, 대응 방법에 대한 교훈을 주면서도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 책은 맘스 초이스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어요.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소년의 하루 동안의 학교생활은 어떨까요.
주인공 코너 캠벨은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코너는 개와 공룡, 수학 이외의 것에는 무관심합니다. 관심거리가 한정적인 게 문제일까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관심, 대화와 배려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을 터득하게 됩니다.
담임인 윈터스 선생님은 코너가 학교에서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코너의 엄마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코너는 윈터스 선생님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코너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부분에서는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도마뱀을 공룡의 후손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은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는 사실 말이에요. 그리고 티렉스 같은 표범 도마뱀이 인도처럼 더운 나라에서 주로 산다는 것도 아셨어요? 그래서 티렉스는 따뜻한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좀 춥잖아요. 그러니까 티렉스가 난방기에 몸을 감고 있었던 것도 추워서 그랬던 거예요. 자연의 목소리에 따랐던 거죠!(본문에서)
매끄러운 물건을 보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코너는 편집증이 있기도 하네요. 로빈슨 선생님의 손톱이 거칠어 보여 왠지 불편한 가 봅니다. 코너는 로빈슨 선생님이 매니큐어를 발라 매끄럽게 하는 게 좋겠다고 교장선생님께 말하네요. 그러자 교장선생님은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며 너한테 거슬린다면 선생님 손톱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보자는 군요. 남들은 신경 쓰지 않는 부분까지 촉각을 세우는 코너에게 교장 선생님의 이런 말투는 편안함을 줍니다. 고함치지도 않고 차분히 상담에 응해주니까요.
점심시간에 메뉴가 스파게티가 나왔어요. 코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죠.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일은 누구에게나 즐거움이겠죠.
출입구 옆자리에 앉은 코너는 스파게티를 먹다가 포크로 면발을 왕창 찍어 입에 넣어요. 스파게티 소스가 손가락 사이를 타고 흐르고, 따뜻한 소스가 팔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왠지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순간 친구들도 그 모습을 보고 웃고 있어요. 친구들을 즐겁게 하기위해 원시인 흉내도 내는 코너.
-나 원시인. 우가우가! 나 스파게티 좋아한다.
-코너 지임스 캠벨, 스파게티는 손으로 먹는 게 아니야, 절대로!
독서 수업시간의 일입니다. 도서관에서 <반려견 대 백과사전2>를 꺼내려면 발판 의자가 필요한데요. 하필이면 제인이 앉아 있군요. 제인에게 소파에 앉으라는데도 제인은 그러기 싫다고 합니다. 그런 제인을 밀치고 발판 의자를 빼내는군요. 사정을 이야기했으면 발판의자를 고이 내줬을 텐데 말이죠. 말주변이 서툰 소년이군요.
발판 의자는 밟고 올라가라고 있는 것이고 일반의자는 앉으라고 있는 것이다.
짝수를 좋아하고 수학을 좋아하는 코너. 수학문제를 푸는 동안은 절대 사고를 치지 않아요. 정신을 다른 데 빼앗기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로세티 선생님의 평가에는 '체육 시간에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독서 시간에 친구가 앉아 있는 발판 의자를 빼앗았다. 점심시간에 스파게티로 장난쳤다.' 등 코너에 대한 학생품행 보고서가 교장 선생님에게 전달됩니다. 코너는 교장 선생님의 상담을 또 받아야 할까요? 교장선생님이 아이들 상담을 맡다니, 부러운 제도군요.
오후엔 큰 사건이 빵~ 터집니다.
학교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더럽고 누런 개가 등장해서 학교에는 황색경보가 내렸어요. 하지만 코너는 자신이 예전에 알던 골든 리트러버 종인 챨리임를 알아보고 학교를 위기에서 구하게 됩니다. 먼 길을 달려 코너를 보러 온 챨리.
코너는 선생님들의 배려로 학생들 앞에서 챨리를 소개하는 기회를 가진답니다. 골든 리트러버 종의 특징을 설명 합니다. 여러 가지 묘기도 선보이네요. 인사하기, 바닥 구르기, 앉기, 앞발 흔들기, 함께 춤추기......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코너를 대하는 선생님들의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상담을 맡은 교장 선생님은 늘 코너의 생각을 잘 들어 주면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라고 하네요. 로세티 선생님은 코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코너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합니다. 눈높이 대화인거죠. 그런 선생님, 그런 부모, 그런 어른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의 현실을 돌아봅니다.
코너는 공룡과 개, 수학을 엄청 좋아하는 소년입니다. 다른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답니다. 얼핏 보기엔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관심, 배려가 코너의 행동변화를 이끌겠지요.
만 명 당 4명 정도가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신체는 느리고, 말은 서툴고, 대인관계도 약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에서는 고집스럽고 집착이 강하답니다. 의학적인 치료도 해야겠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가 없거나 겨우 의사소통 정도가 가능하기도 하고 주변 어른들의 시선마저 곱지 못하기에 아이의 부모는 정신적인 공황을 겪을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점차 유사 자폐증 아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병 때문에 사회성도 떨어지고 공감능력이 적어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이들, 조금만 배려하면 함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책이군요.
코너의 생각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 순간 공감을 하며 박수를 치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