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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친구들 이야기, 개정판
조정연 지음, 이경석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조정연/와이즈만북스]아동 학대의 현장들...
제3세계 어린이들 9명의 참담한 실화를 담은 책이다. 8년 전에 출간된 책이다. 하지만 기막힌 일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기에 그 참상을 알리기 위해 재출간했다고 한다. 아이를 대상으로 인신매매, 유괴 납치, 총알받이, 소년병이라니...... 기가 막히고 황당한 현실이 21세기에 일어나고 있다니. 참혹해서, 너무 참담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지는 이야기다.
어른들에게조차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일어나고 있다니, 누가 왜 이런 짓을 할까.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있는 가봉은 프랑스어를 쓴다. 1472년 포르투갈 인의 가방(모자 달린 망토)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여 '가봉'이라 불렀고 17세기 노예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이다. 1839년 프랑스 보호령이 되었고 1960년 독립하게 된 나라다.
가봉에 있는 소녀 아미나타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물을 길어 와야 한다. 우물은 2km나 떨어진 마을 어귀에 있다. 물을 길어온 뒤엔 빵을 굽고 우유를 짜서 아침식사를 마련한다. 그리고 아폴리라이네가 학교에 입고 갈 파란색 원피스를 곱게 다림질 한다. 공책과 연필을 챙기고 책가방을 건네고 나면 남겨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설거지와 청소, 빨래를 한다. 그 다음엔 우물물을 길어다 플라스틱 병이나 비닐봉지에 담아 도시로 장사를 나간다. 매일 10km나 떨어진 대도시에 가서 물이나 과일 등을 팔아야 한다. 왜냐하면 아미나타는 이 집의 딸이 아니라 하녀이기 때문이다.
베냉에서 8살이 되었을 때 취직을 원했던 엄마에 의해 가봉에 온 것이다. 하지만 월급도 없고 잠자리도 열악하다. 먹을 것도 적지만 그녀를 힘들게 하는 건 주인을 위해 늘 일과 장사를 해야 한다. 만약 하루에 정해진 벌이를 못하면 벌을 받는다. 일을 못해도 매질과 폭언을 당한다. 아미나타는 지금은 아동보호 센터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가봉에는 인신매매 중개업자를 통해 먼 나라에서 수송되어오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왔지만 아이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매질과 가혹한 노동, 욕설 뿐이라고 한다. 주인들은 아이들이 자라 10대가 되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리로 내쫓고 다시 어린 아이들을 데려온다고 한다. 너무나 쉽게 인신매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인정머리 없고 잔인한 어른들이 왜 이리도 많을까.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미안하고 속상한 이야기다.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 4살에 수면제가 든 사탕을 먹고 아랍 에미리트로 팔려 가 낙타몰이꾼이 된 알스하드의 상황은 더 끔찍하다. 아랍 에미리트에서 벌어지는 낙타경주의 기수들은 모두 알스하드처럼 어린이라고 한다. 평균 시속 65km로 달리는 거친 경주용 낙타를 타야하는 어린 소년들은 현대판 노예인 것이다. 경주중에 낙타에서 떨어져 죽거나 연습 중에 낙상하는 경우가 많아서 늘 새로운 아이들이 유괴로 끌려오거나 부모에 의해 팔려오게 된다고 한다.
낙타 경주는 수백 억, 수천억이 오가는 두바이의 인기 도박이라고 한다.
궁궐 같은 낙타 숙소 옆에서 아이들은 지옥과 같은 삶을 삽니다.
아이들은 모두 굶주린 상태로 살아갑니다.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마실 물도 주지 않습니다.
탈수증에 걸려 아이들이 쓰러지고 나서야 겨우 물과 먹을 것을 조금 내줍니다.
(책에서)
수 천 만원, 수억 원 하는 낙타에게 궁궐 같은 집을 지어주고, 에어컨과 전용수영장, 전용 인부까지 투자하지만 몸값이 겨우 100만 원하는 아이를 위해서는 물과 음식을 아낀다. 아이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낙타가 빨리 달리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4살에 잡혀온 알스하드는 7살이 되어도 그대로의 몸무게를 유지한다. 방글라데시의 아버지가 알스하드가 있는 곳을 겨우 찾아냈지만 자식을 구출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방글라데시의 여성 변호사 단체의 도움으로 아들을 겨우 구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스하드는 너무 오랫동안 굶주려 정상적인 생활도 불가능하고 뇌세포가 죽어서 바보가 될지 모른다는데.
낙타 경주가 아랍 에미리트의 인기관광 상품이라니. 낙타 경주를 즐길 때 어린 소년들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을 텐데. 전 세계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어린이 노예는 너무 잔인한 일이다.
어떤 축구 선수가 엄청난 돈을 받고 중동의 모 구단으로 옮겼다는 뉴스는 이슈가 되고 어린 아이가 인신매매를 당하고 굶어 죽었다는 소식은 뉴스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무엇이 더 중요한 이슈일까. 좋은 세상이 되려면 무엇이 먼저가 되어야 할까.
이 책에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알고 있었던 사실보다 몰랐던 사실들이 더 많다.
팔려가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들,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살아가는 케냐의 소피아, 검은 연기에 갇힌 채 쓰레기장을 뒤지는 캄보디아의 라타,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자라는 인도 아이들, 시에라리온의 어린 소년병들의 피바람, 우즈베키스탄의 목화 따는 아이들,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 아이들.
법이 만능은 아니지만 아동인권을 위해 세계 법으로 강제할 순 없을까. 말로만 어린이 인권 운운 하지 말고 실제로 세계가 나섰으면 좋겠다.
이 책은 최첨단 세계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들이다. 풍요롭고 살기 좋은 21세기의 또다른 잔혹한 뒷면이다. 세계 모든 어른들이 알아야 할 어린이 학대에 대한 이야기다. 눈시울이 붉어져 읽기를 여러 번 멈추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있을 수도 업고 있어서도 안 되는 어처구니 없는 어린이 노예 이야기다.
아동 인신매매, 아동 학대를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할 이야기다. 지구의 미래를 원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