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 아저씨 - 걸어다니는 이야기 보따리
김선아 글, 정문주 그림, 안대회 바탕글.해설 / 장영(황제펭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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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 아저씨/김선아/정문주/장영] 저잣거리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

 

 

책 읽어주는 사람, 傳奇叟.

전기수는 조선 후기에 나타난 직업적으로 책 읽어주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대부분의 서민들이 글을 배우지 못한 시절이기도 했지만 책도 귀했기에 전기수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단지 책을 읽어주는 정도에 그쳤다면 인기가 그리 오래가지 않았겠죠. 전기수는 소설 속의 인물이 되어 말투와 행동까지 실감나게 흉내를 내며 재미를 배가 시켰다고 해요. 더구나 중요한 대목에서는 일부러 책읽기를 중단해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고, 청중들이 돈을 던져주면 그제야 이야기를 이어가는 재치도 있었답니다. 일부 전기수는 이야기를 꾸미거나 자르며 새로운 재창작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전기수에 대한 동화책입니다. 조선후기의 문화와 풍습을 알 수 있어요.

엄마 따라 장터에 나온 영복이가 전기수의 심청전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요.

 

심청이 바다에 뛰어들기 직전 전기수 아저씨의 이야기가 멈춰 버립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아저씨 앞으로 엽전, 생선꾸러미, 비녀, 빗, 짚신 등을 던집니다. 얼마쯤 이야기 하던 아저씨는 또 입을 다물죠. 내일은 종루로 나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인기 드라마들이 한창 재미있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자르고 다음 회에 하는 거랑 똑같은 수법을 쓰는 거죠.

 

책이 귀했던 시절, 문맹이 많았던 시절이기에 전기수 아저씨의 이야기가 얼마나 달콤했을까요. 전기수는 지금으로 치면 동화구연가, 직업 예능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기수의 등장으로 청계천 일대는 새로운 문화의 장을 열었고, 새로운 저자거리 문화를 꽃 피웠다고 볼 수 있겠죠.

 

책 뒤에는 조수삼의 전기수 이야기도 나와 있어요.

 

조수삼(1762-1847)은 전기수에 대한 기록을 남겼는데요. 동대문 밖에 사는 노인이 종로를 6일 간격으로 오르내리며 매일 청중들을 모아 놓고 고전소설들을 구연동화처럼 읽어주었다고 합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도 책 읽어주는 강독사가 잠깐 언급되어 있어요. 공중을 모아놓고 책을 읽어 주거나 가정집을 돌며 소설책을 읽어주거나 했다고 하니 중국에도 책 읽어주는 남자가 있었나 봅니다.

 

 

정조 시대엔 어떤 전기수가 <임경업전>을 읽어주다가 임경업이 역적 김자점의 무고로 목숨을 잃게 되는 대목에 이르자 흥분한 관중이 담배 써는 작두로 전기수를 무참히 찔러 죽였다는 책을 읽은 적도 있어요.

양반이나 권세가는 패관잡기나 소설을 불온하게 여겼기에 전기수를 나쁘게 보기도 했다는 군요. 하지만 서민들에겐 손짓발짓을 섞어 맛깔난 음성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기수가 얼마나 멋있게 보였을까요.

 

 

전기수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저잣거리, 지방 장날, 부녀자들의 모임에까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후 전기수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점점 사라지지만 무성영화의 변사로도 활약하기도 했다는 군요.

서울역사박물관에 가면 전기수에 대한 미니어처도 볼 수 있답니다.

 

 

일정한 장소, 일정한 시간대에 정기적으로 한양 종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전기수 이야기, 극적인 요소를 잘 아는 전기수에 대한 동화입니다. 책이 귀했던 시절의 이야기이기에 가슴 먹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동화입니다. 어른이 읽어도 좋을 동화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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