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즈음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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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즈음/마광수/책읽는귀족]마광수 에세이!

 

마광수의 시, 소설을 읽었다. 이번에는 에세이다. 저자의 스물 시절이 오롯이 담긴 파릇파릇한 에세이다. 그 시절의 대학가 분위기, 연세대 캠퍼스 안의 청송대와 실개천, 무악산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여행을 하고 시를 쓰던 시절의 이야기다.

청송대 뒤쪽에 있는 울창한 숲속을 뚫고 올라가면 무악산이었다. 한적한 약수터가 있어서 좋았고, 꿩과 다람쥐들이 많아 한가로운 숲 속 풍경을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본문에서)

 

금화터널이 생기기 전이었다니, 더욱 아늑한 무악산 숲 속이었으리라. 지금도 꿩과 다람쥐는 있을까.

시와 미술, 연극에 소질 있었던 저자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미술로 상을 타기도 하고 시를 써서 상을 타기도 했다고 한다. 유난히 크고 낭랑한 목소리 덕분에 연극에서도 주연을 맡으며 활발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재주가 많으면 진로선택이 어려웠을 텐데. 의대를 가느냐, 미대를 가느냐, 국문학을 하느냐는 고민에서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고려해서 국문학과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재주가 너무 없어도 고민이고, 재주가 너무 많아도 진로 선택에서는 고민일 텐데. 그럴 땐 어떻게 할까.

 

자기의 취미를 전공으로 삼고, 자기의 욕망과 체질적 특징을 잘 결합시켜 직업선택을 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은 어느 정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남 보라고' 살아서는 안 된다. 내가 편한 대로, 내가 재미있어 하는 쪽을 좇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본문에서)

 

십대를 향한 메시지를 담았기에 전공 선택과 직업선택의 과정들이 길게 쓰여 있다. 그래서 일까. 저자의 책 중에서 가장 얌전하다. 덜 섹시하고 덜 야하다.

 

문학책을 읽으면서 내가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은 서양문학이 동양문학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이었다.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의 이른바 '걸작'들은 내겐 그저 '기독교적 잔소리'로만 들렸고 유명한 사실주의 소설 <보바리 부인>도 권선징악으로 끝맺은 진부한 도덕주의로 보았다. 내가 좋게 보았던 서구 작가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서머셋 모음, 오 헨리 정도 였다. (본문에서)

 

저자는 서구문학에 비해 훨씬 더 수준 높은 명작으로 <삼국지>, <수호전>, <요재지이> 같은 소설을 들었다. 잔소리가 하나도 없고 서술방식 또한 간결하고 명확하다고 한다. 여러 번 읽었다는 포송령의 단편집 <요재지이>, 나도 읽고 싶다.

 

한국 고전소설인 <춘향전>, <배비장전>, <이춘풍전>의 명랑한 해학미와 외설미는 민중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준다. 서구소설에 비해 한결 산뜻하고 간결한 반이성적 소설이라는 점이 매력이라고 한다.

 

중국소설 <금병매>, <옥루몽>, <서유기>, 한국소설 <구운몽>, <옥루몽>, <홍길동전>은 동양문학이 서양문학보다 한 수위라는 점을 느끼게 한다고 한다.

시로서는 김소월이 첫째이고, 윤동주, 이육사, 김영랑, 유치환 등이 으뜸이라고 한다. 특히 윤동주 시에 애정을 느껴 박사논문으로 <윤동주 연구>를 낼 정도였다는데.......

청춘의 한때를 장식했던 사랑, 문학에 대한 마광수의 에세이다. 그의 저서 중에서 가장 무난한, 덜 외설적인 작품이 아닐까. 읽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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