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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푸른 하늘 맥주/모리사와 아키오/샘터]<쓰가루 백년 식당>작가의 청춘 스케치
<쓰가루 백년 식당>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 우와~ 그의 여행기라니. 훈훈할까, 아니면 담백할까, 그도 아니면 사색적 일까.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하늘, 코발트빛 바다, 바닷가 방파제에 걸터앉은 사내, 거품이 뽀글뽀글 나오는 병맥주를 마시는 여름 사내의 여행기는 어떨까. 여름, 맥주, 청춘, 참 좋은 소재인데.
처음에 나오는 일본에서 가장 짧은 급류타기.
어쨌든 급류라기에 시원한 물살을 헤치는 시원하고 짜릿한 장면을 기대했다. 하지만 생짜 초보들의 래프팅 도전기였다. 찢어지지 않는 콘돔을 만드는 회사 제품이기에 믿고 고무보트를 마련했고 이스미 강에는 둑도 없고 폭포도 없다는 토박이 아저씨의 말을 믿은 게 실수라면 실수랄까. 저자 일행은 이스미 강 상류에서 일사천리로 태평양에 이를 거라고 상상했고 환상에 젖었다. 하지만 출발한 지 15분 만에 고무보트는 찢어졌고 이들은 더러운 강을 헤엄쳐 나와 차를 세워둔 곳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에 절로 튜브에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나온다. 후훗~ 그래도 철길을 따라 팝송도 부르며 유쾌하게 돌아오는 모습은 그대로 청춘 스케치다. 거창하게 계획해서 초라하게 끝났지만 추억은 되고 웃음을 준다.
강이 어렵다면 바다에서 놀면 된다.(24쪽)
청춘에 포기와 절망이란 없다고 했던가. 저자는 설욕을 다지며 후속편을 펼쳤다. 이번엔 상류가 아닌 하류에서 시작하는 계획을 세운다. 용기 있는 청춘, 지칠 줄 모르는 젊음이다. 물론 처음 출발은 순풍에 돛단 듯 낭만적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5분 정도 지나자 폭포 소리 같은 물소리에 기겁을 하고 보트를 원위치로 저어가는 모습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분투하는 모습이다. 미안하지만 정말 가관이랄까. 죽을힘을 다해 힘껏 원점으로 왔지만 상처는 남는 법인데……. 정신이 들고 폭포(수중보 같은 거였을까.)를 확인하러 갔을 때 높이가 겨우 1m정도, 그것도 완만하게 경사져 물놀이하기에 딱~ 좋은 폭포였다는 말에 어찌나 우습던지. 히힛~~ 미안하지만 웃긴 건 웃긴 거다. 으하하~~
결국 15분 만에 막 내린 래프팅 , 엄한 급류타기 이야기, 5분 만에 막 내린 폭포 앞에서 살아남기 이야기에 푸하하~ 웃음만 난다.
근무하던 출판사에 사표를 송별회에서 선물로 받은 아동용 튜브로 강물타기 하는 모습, 그러다 만난 진한 애정행각의 남녀들, 얼어버린 강가에서 노천탕 만들기, 길에서 만난 미스터리의 103세 할머니, 바다에서 쏘인 20년 간다는 라스톤입방해파리 독, 우쿨렐레 크기의 귀여운 기타 기타렐레…….
하나같이 재미있고 웃음 가득한 일화들이다. 훈훈한 <쓰가루 백년식당>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하나하나가 코미디 대본 같은 이야기들이다. 작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엉뚱하고 코믹한 작가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