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8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월간 샘터 8월호/샘터] 함께 사는 세상, 시원한 여름 이야기!

 

8월은 타오름달. 이름이 멋지다. 여름 땡볕을 전담하는 태양. 긴 낮 시간 정남향에서 내리쬐니 이 땅이 타오를 밖에.

표지 그림 역시 풋풋한 동심의 여름날 풍경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이지만 작은 개울, 나무 그늘만 있어도 여름은 견딜 만한데……. 푸른 개울에서 두 소년(혹시 아빠와 아들?)이 물고기 잡는 모습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거창 위천 개울가에서 친구들과 놀던 그 때를. 물고기는 아니어도 고등(고디)은 잡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한데……. 세월은 빠르고 추억은 아득하고…….

 

이번 달 특집은 '구석구석 동네 명소'다. 남의 동네 구경 좀 해볼까. 서울 상수동에 있던 우물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임진왜란 때 왜병들이 팠다는 왜우물, 다른 우물이 하나 더 생기면서 쌍우물이 된 사연은 왜 그리 슬프게 들릴까.

얼마 전, 임진왜란 때의 정승인 류승룡의 징비록과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그 시절 선조의 무책임함, 특권층들의 무지와 탐욕이 임진왜란을 길게 끌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시절의 우물이라니…….조선이 순식간에 왜놈에게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만약 임진왜란 이후 조선이 군대를 제대로 양성하고 국력만 길렀더라도 일제강점기가 그리 오지도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에 또 얼마나 속이 무너지던지……. 무능한 왕, 무책임한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의 결말은 동서고금에 통하는 진리겠지. 안타깝고 슬픈 역사를 말하는 우물이 있었다니…….

 

해방촌 책방도 흥미롭다. 서울 해방촌의 명소가 된 '스토리지 북 앤 필름' 은 독립 출판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책방이라니. 이곳에선 전문 작가나 편집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만든 소규모 출판물만 판매한다고 한다. 아날로그 책방이 사라지는 세상이지만 꿋꿋이 지키고 멋지게 성공했으면 좋겠다. 의미 있는 성공을 빌며.

 

양인자 작가의 뒤늦은 방학 숙제도 유년의 추억 속으로 쏙~ 빠져들게 한다. 방학 숙제는 늘 밀려 하는 게 제 맛인데…….

이 달에 만난 사람은 개그맨 이홍렬이다. 방송 생활 36년 차라니.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실천하며 재미있게 늙고 있다는 속사포 같은 수다가 왜 이리도 멋져 보일까.

 

행복일기에 나오는 흔적 지우는 남자는 대박이다. 강지영의 소설 <하품은 맛있다>에도 방역업체가 주 소재였는데……. 수사가 끝난 범죄 현장을 지우는 업체가 실제로 있다니. 헐~ 저자는 범죄 현장을 청소하기에 오직 법무부를 통해 일을 의뢰 맡는다고 한다. 대개 범죄는 주로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그런 현장을 뒤처리할 때의 착잡함이 느껴지는 글이다. 아는 사이, 친한 사이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함을 깨친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현장이야기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책에는 이외에도 소소한 행복 이야기, 시원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도심 빈터에 텃밭을 가꾸는 푸릉푸릉텃밭학교, 망상해소욕장과 무릉계곡, 손 큰 할머니의 통 큰 밥상의 병어조림, 내 인생의 한 사람, 축구 수집가의 보물 창고, 기생충에게 배우다, 참살이 마음공부, 나희덕의 산책, 초상화 박물관…….

깊은 산 속 샘터는 행복으로 이끈다. 타오름달에도 샘터는 행복한 물을 퐁당퐁당 샘솟게 한다. 가볍게 펼치지만 전혀 가볍지 않은 무게감에 흐뭇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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