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떠난 자리 숨꽃 피우다 작가와비평 시선
조성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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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떠난 자리 숨꽃 피우다,조성범, 작가와비평]여름밤에 얼얼한 시를!

 

찜통 같은 하루다.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라지만 그래도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그립고 얼얼한 빙설에 끌린다. 책 속에서라도 빙하탐험대를 만나고 싶은 절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시집을 탐독하다 발견한 시 <눈꽃>, <눈꽃2>

눈꽃

성성하게 바람에 얼려 태산에 누워

허공에 굽어진 나뭇가지를 가늘게 흔들다

빈 살가죽에 포득포득 꽁꽁 채우고

망망대해 겨울밤을 낙낙히 뽑아

아침노을 빛에 물들이네

(이하 생략)-40쪽

 

설경을 그리고, 설풍을 동영상으로 이미지화 해보는 순간이다. 삭풍에 바스스 떠는 빈 나뭇가지들, 잔설이 남은 나무그늘, 멀리 설산까지 상상화를 그려 본다. 땅속에서 잠자는 미물들은 추위에 꼼짝달싹 않고 벌벌 떨고 있을까. 추위에 파르르 떨리는 느낌, 입안까지 얼얼해지는 느낌이다. 역시 겨울 시는 여름에 읽어야 제 맛이야. 눈꽃, 바람꽃, 얼음꽃, 고드름꽃, 빙하꽃..... 이런 시를 쓴다면 더위를 이기는 해법이 될 것 같은데.....

 

눈꽃 2

찬바람 앙탈하다 밤새워 얼어붙어

눈꽃이 벼랑위에 쏠쏠히 피었구나

백발의 나뭇가지에 성글게도 피었어.

(이하 생략) -41쪽

 

찬바람끼리 앙탈하다니. 칼바람의 액션신, 눈꽃들의 러브신, 겨울나무들의 다큐. 동화를 쓰고, 영화를 찍는 겨울의 장면들이다. 상상은 하기 나름, 더위도 이기기 나름인 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백세인생으로 본다면 여름은 청장년의 때다. 한창 땀 흘리고 꿈을 이뤄가는 열정의 시간이다. 여름날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만큼, 뜨거운 모래사장만큼, 소망과 희망에 붉은 열정과 뜨거운 혈기 가득했으면…….

 

지금 읽은 책은 10년 후, 최소 5년 후를 보고 저축한

알토란같은 지혜라고.

지금 먹고 바로 써먹으려하는 것은

스스로 자멸하는 지름길이다.

안에서 삭혀지는 퇴적의 고통이

삶의 기억과 섞이며 젖어야 온전하게 내 것으로 온다는.

좋은 글쓰기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첫째요 마지막이다.

좋은 글쓰기는 매일매일 날마다 꾸준히 쓰는 것.

글의 첫째 스승은 나이고 글의 수제자도 나이다.

(278~279쪽)

시인이자 건축가인 저자가 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다. 삶에도 발효와 숙성이 필요하듯 글쓰기에도 발효와 숙성이 필요함을 조언하고 있다. 한 시간의 독서만큼이나 한 시간의 산책이 중요함도, 홀로 고독과 마주하는 걷기가 필요함도, 자연과 내가 조우하는 시간이 빛나는 시간임도 말하고 있다.

 

참고로 저자가 말하는 숨꽃은 호흡을 말한다. 숨은 생기를 불어 넣고 생명을 보존케 하기에 꽃 이상이 아닐까. 생명을 주는 숨꽃, 아름다운 말이다. 그렇다면 겨울날의 입김은 숨꽃의 홀씨일까. 민들레 홀씨처럼. 아니면 꽃가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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