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스파이가 되다 탐 철학 소설 11
윤지산 지음 / 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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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스파이가 되다]법가 사상을 정리한 한비자를 소설로 만나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다, 그 이기심을 통제해야만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강력한 법치는 민심을 돌리게 한다. 때론 엄격한 법도 중요하지만 때론 배려해주고 감싸주고 포용해야 한다. 기원전 진시황이 중국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법가 사상이 있었지만 그의 사후 20년 만에 멸망한 원인도 잔혹하고 엄격한 법이었다. 인간의 양면성을 잘 다스렸다면 진나라가 그리 허망하게 망했을까.

 

 

한비자가 활동하던 시절은 기원 전 250년경의 전국 시대였다. 그 시절은 어수선했고 많은 학자들이 출현했으며 많은 지략가와 영웅들이 득세하던 난세였다.

 

 

 

 

 

 

책에서는 순자가 남은 여생동안 집필을 위해 토굴로 들어가는 상황이 나온다. 초나라 난릉현에 제자들을 기르던 순자는 도관을 닫고 글을 쓰기 위해 토굴로 들어가게 되는데……. 토굴로 들어가는 상황이 좀 끔찍하다.

 

 

자신의 고향인 조나라 군사 30만 명을 생매장한 진나라를 보면서 인간의 잔학성에 치를 떨었던 순자. 그러했기에 그는 인간의 본성을 악하다고 보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악한 세상을 등지고 싶었던 걸까. 순자가 세상과 인연을 끊고 여생을 집필하고자 마련했던 산속의 토굴은 단순한 토굴이 아니었다. 평소 무공이 대단했던 순자에게 한비(한비자)는 순자의 혈자리 두 곳을 눌러 무공을 쓸 수 없도록 했다니. 그동안 단련했던 무공을 혈자리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빠져나오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순자가 토굴로 들어가자 한비는 음식이 들어갈 작은 구멍만 남겨 두고 유일한 출입구를 막았다. (책에서)

 

 

스스로 세상과 유리된 채 토굴에 들어가는 순자의 모습이 섬뜩하다. 도를 얻게 되면 세상에 미련이 남지 않는 걸까.

 

 

스승 순자 밑에서 동문수학하던 한비(한비자)와 이사. 한 나라의 왕자로서 누리던 호사를 마다하고 스승을 따랐던 한비에 비해 이사의 출신은 보잘 것 없었다. 이사는 판단이 빠르고 행동이 과감했지만 한비는 이론에 밝고 문장이 좋았으나 너무 신중해 행동이 늦었다. 결단력 있는 이사와 글재주 있는 한비는 자신들의 타고난 능력대로 다른 길을 가게 되는데…….

왕자인 한비는 더 올라갈 곳이 없었지만 출신이 미천한 이사는 욕망이 컸던 걸까. 야망이 큰 이사는 순자를 떠나 진나라로 떠나고 만다. 승상 여불위 밑에서 진시황을 돕게 된 것이다. 

 

 

진나라 장양왕이 죽고 태자 영정(진시황)이 열두 살인 상황에서 승상 여불위가 권력을 잡았다. 책에서는 조나라의 장사치였던 여불위가 권력을 잡는 과정, 자신의 애첩인 조희와 왕 이인을 맺어주는 과정, 조희와 이인 사이에서 아들 영정이 태어나지만 영정은 오히려 여불위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온다. 여불위가 진시황의 친아버지였다면 결국 아들에 의해 내쳐진 셈인데,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여불위도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삶이란 인과응보일까. 상인이라는 낙인을 지우고 싶어서 여불위의 <여씨 춘추>를 만든 이야기도 나오고…….

 

 

武는 몸을 지킬 수 있으나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

武는 잠시지만 文은 길고 영원하다. -순자

 

 

상앙의 비법을 배우려고 한비자는 진나라에 몰래 들어가는 과정은 무슨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첩자로 신고하는 진나라. 법이 엄격하여 가벼운 일에도 처벌하고 길거리에 재만 버려도 손목을 자르고, 신분이 확실치 않으면 첩자로 오해 받는 진나라는 겉보기에는 잘 정비된 나라였지만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잔혹함은 인간성마저 변질된 나라였다니.

 

결국 한비자는 진나라에서 법가 사상을 펼치지만 동문수학했던 이사의 모함과 의심 많은 진시황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된다. 이사에 의해 음독자살을 선택한 한비자는 마지막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래도 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까. 누구보다 올바른 법치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던 한비자였지만 제왕들은  그의 사상을 실천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까. 한비자가 죽은 이후에 진시황이 후회를 했다지만 지나간 인재는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진나라 왕 영정이 이사를 고용해서  진나라의 천하통일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었지만 그가 죽은 후 진나라는 한의 유방에게 망하고 만다. 형벌이 너무 엄해서 마음이 떠나고 민심이 떠나고 그렇게 나라가 망하게 된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악하다. 수련을 거치고 공부해야 사람은 착해진다. (중략) 본성대로 내버려두면 제 욕심만 채우려 들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무딘 쇠는 숫돌에 갈아야 날카로워지고, 굽은 나무는 도지개로 바로잡아야 곧아진다. 사람도 밖에서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욕망이 좇는 짐승이 된다. 그래서 성인께서는 법과 예의를 세우고 가르침을 남기셨다.(책에서)

 

 

전쟁을 통한 세계통일을 이루면 이후 전쟁은 사라진다고 했던 한비자. 철저한 형벌을 집행하면 범죄도 사라진다고 했던 한비자. 하지만  그의 학문적 업적은 후대에도 막중한 영향을 미쳤다는데......

한비자가 주장했던 法, 勢, 術은 지금도 많은 정치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다. 

법은 백성을 통치하는 세세한 규칙인 입법, 사법과 관련된 것이다. 세는 백성과 신하를 굴복시키는 힘, 권력, 경영과 관련된 것이다. 술은 신하를 지배하는 은밀한 방식, 처세술,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치안과 처벌을 중요시했던 한비자와 이사 역시 살벌한 법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 건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한비자의 업적은 전국 시대 여러 학문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종합하고 새로운 체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진, 위, 조, 한, 제. 연, 초에 걸친 제왕학을 완성한 것이다. 이후 중국정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전국 시대를 주도했던 법가. 교육, 의례, 계급 질서, 징벌, 훈계 등 국가를 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지만 잔인하고 엄격한 정치는 오래가지 않는 법인데…….

 

서양에서 군주론의 대가를 마키아벨리라고 한다면 동양에서 제왕학의 대가는 한비자일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잔인한 면이 많지만 한비자의 법가 사상에도 잔혹한 면이 엿보인다. 모두 인간의 본성을 악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악하기도 하고 선하기도 한 게 인간의 본성인데…….

 

 

이 책은 <탐 철학소설 시리즈>다. 청소년을 위한 고전읽기를 소설처럼 풀었다. 쉽고 재미있다. 게다가 유익하고 감동까지 있다. 고전이 낯설고 어려운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도서는 탐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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