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마술 라디오] 눈물, 웃음, 감동까지 주는 라디오, 마술 라디오!

 

라디오가 마술을 부리던 때가 있었다. 1927년 서울에 경성방송국이 세워지던 때의 라디오 방송은 분명 마술을 부리던 라디오였을 것이다. TV가 나오기 전, 아니면 칼라 TV가 나오기 전의 라디오도 요술램프 같은 마법이 통했을 것이다. 라디오로 위로를 받고, 라디오에 꿈을 실었던 시절이었을 테니까. 물론 지금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라디오방송이 되면서 더욱 마술을 부리고 있다. 예전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라디오는 많은 마니아를 양산하기도 한다.

어렸을 적 듣던 라디오가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면 지금의 라디오는 정보를 주고 현실적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덜어준다. 그런 점에서는 여전히 라디오 방송은 마술이다.

방송에서는 리액션과 애드립, 즉흥연주의 신선함이 중요할 것이다. 남극 과학자가 방송 뒤에 털어놓는 뒷이야기는 배꼽을 잡으면서도 슬픈 이야기다. 웃기면서도 슬픈, 웃픈 이야기다.

 

그렇게 묻고 들으면서 끝없이 살 방법을 찾아 헤매는 사람,

수많은 삶의 형태를 전하는 사람,

이게 라디오 피디라고 나는 생각해. (48쪽)

 

보이는 라디오도 있다지만 라디오의 기본은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라디오는 소리로 전해 듣는 세상사는 이야기, 소리를 듣고 상황을 상상하는 재미를 주는 마법의 도구다. 청각으로 들어온 정보를 시각화하는 재미를 주는 요술 매체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바다에서 지켜야 할 것은 스스로 지키는 어부의 이야기다. 마치 노래 클레멘타인 같다. 아무도 보지 않는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도 작은 물고기, 금지 어종을 풀어준다고 한다. 감성돔의 보존을 위해서 자율공동체도 꾸리고 있다. 그가 어부의 의무를 다하는 이유는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더구나 초롱초롱한 물고기들에게 미안해서 바다 위에서 회를 먹지도 않는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읜 어부는 돌아가신 엄마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살았다. 군대에서도 가족이 없는 그에게 오는 것은 위문편지 정도였다. 그때 편지를 주고받던 여고생과 30년이 지나서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고 한다. 30년이 지나도록 두 사람은 다행히도 미혼이었고, 배 위에서 느닷없는 그녀의 전화를 받게 되면서 그의 외로움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어느 어부의 이야기다. 맘 맞는 사람이랑 둘이 서 있으니까 일터가 놀이터가 되더라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자유와 사랑을 갈구하던 어느 바닷가 어부의 흐뭇한 러브 스토리다.

방송 중에 남아도는 이야기, 방송에서 버려진 이야기, 뒤풀이로 떠든 이야기, 부끄러운 실수, 좌절된 꿈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양념으로 책 속의 인물들에 대한 사유가 있기에 더욱 끌리는 책이다. 라디오 피디가 되고 싶다면 이 책, 권하고 싶다. 피디가 하는 일, 겪는 일 등이 녹아 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