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음으로부터 배운 것
데이비드 R. 도우 지음, 이아람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죽음으로부터 배운 것]사형수를 대변하는 변호사,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

 

죽음 앞에서야 인간은 철들게 되는 걸까. 죽음에 이르러서야 후회와 만감이 교차하는 걸까.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과 과거의 기억들을 더듬으며 후회와 회한이 남는 건 인지상정일까. 사형수로 확정 받았다면, 얼마나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걸까. 피해를 당한 당사자나 가족들의 입장을 헤아리기는 했을까. 암 진단을 받은 후 남은 삶을 어떻게 지내게 될까.

미국 교도소에서는 사형수의 하루 중 1시간만 운동이 허락되고 나머지 23시간은 1.5평 정도의 감방에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도 없이 지낸다. 음식은 자판기에서 나오거나 통조림이고 2가지 주파수를 지닌 라디오가 전부라고 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항소를 포기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잘못인 줄 모르고 억울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살인자의 살인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의 감형을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다. 책에서는 사형수 워터맨을 위해 그의 흩어진 가족을 찾아다니고 그의 어린 시절의 가족사를 캐내고, 그의 딸과의 연결고리가 되려는 변호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모든 사형수가 불우한 환경인 것은 아니지만 워터맨의 가정은 정상이 아니었다. 알코올중독인 어머니는 운전 중 익사 사고를 당했고, 아버지의 정부였던 옆집 소녀는 코카인 중독이었다. 문란하고 무절제한 부모들의 생활, 애정결핍, 가정폭력, 엄마의 정신병동 수용, 아버지의 감옥생활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범죄의 이면에 깔린 불우한 가정환경을 생각한다.

워터맨의 어린 시절 가정환경을 보며 기가 막힌 현실에 착잡해진다. 그에게도 인간다운 생활, 사랑받는 생활이 있었다면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텐데........ 딸의 편지를 기다리며 피해자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살인자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흔히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의 입장에서는 죄인을 미울 수밖에 없을 텐데...... 원한 감정에 의한 죽음도 있겠지만 선량한 이들의 억울한 죽음은 누가 위로해야 할까.

 

평소 자신의 실수, 살인에 대한 대가는 엄중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살인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목숨은 중시하면서 타인의 목숨은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법은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한 이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더욱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새로운 삶을 살 기회, 인간다운 삶을 살 기회를 주어야 할까. 용서가 어디까지 가능할까. 자신의 죄과로부터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해서 살인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 남의 가정을 망쳤다는 자책감, 남의 일생을 망쳤다는 회한. 차라리 죽기를 바라는 사형수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기회를 주어야 할까.

 

비록 남의 죽음이지만 늘 죽음과 함께 한 사람의 이야기라기에 궁금했던 책이다. 사형수를 대변하는 변호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라기에 기대했던 책이다. 사형수들의 마지막 생각의 변화들이 궁금했다고 할까. 이 책에는 종양으로 죽은 장인어른, 키우던 개의 죽음, 사형수들의 죽음을 통한 삶과 죽음에 대한 변호사의 통찰을 담았다.

 

죽음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 결과로 죽음이 예고되기도 한다. 대부분은 준비 없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때로는 암이나 판결로 예고된 죽음이 있음을 생각한다. 죽음 앞에서 겸허해지는 인간, 미리 대비하지 못하는 죽음, 사형제도의 의미, 억울한 판결, 배심원 제도의 불완전함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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