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사랑의 상실에 대한 끝나지 않은 이야기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사랑의 상실에 대한 끝나지 않은 이야기

곁에 있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해서 슬픔에 담대히 맞을 수 있을까. 사랑하던 사람이든 친구든 갑자기 잃는다면 깊은 상실이고 깊은 슬픔일 것이다. 어떤 이는 하늘을 향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할 것이고 다른 어떤 이는 무기력에 자살의 유혹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맨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줄리언 반스가 쓴 상실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인 셈이다. 비상의 죄, 평지에서, 깊이의 상실로 구성되어 있다.

비상의 죄에서는 19세기 말에 살았던 프레드 버나비와 당대 최고의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보헤미안적인 사랑, 펠릭스 투르나숑의 기구 비행에 대한 애정이 나온다. 더불어 일명 기구에 미친 사람들인 고다르 형제 이야기, 사진가였던 나드르의 이야기도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풍자화가이며 기구 조종사이기도 한 투르나숑은 현대성을 표방하는 지고한 상징 세 가지를 '사진, 전기, 항공술'이라고 했다. 태생적으로 날지 못하는 인간이 새들과 같은 높이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은 인간 능력의 상징성이었고 지고한 자유의 상징이었다. 기구 비행을 사랑한 사람들은 새와 같이 날고 싶어 했고 끝없는 노력으로 기구를 통해 새들과 같은 높이에 떠오를 수 있었다. 하늘로 띄우는 기구는 중력을 이겨낸 것이었고 새에 필적할 정도의 기적이었다. 하늘을 나는 이카루스의 꿈처럼 인간 비행에 미친 사람들은 끊임없는 하늘에 도전했다. 태양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 악마의 힘에 의지한다는 비난 속에서도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

사진가 나드르가 찍은 가장 인상적인 것은 1968년 12월 아폴로 8호가 달 탐험을 위해 지구를 이륙하던 순간을 담은 항공촬영이었다. 이후 우주비행사들이 찍은 '지구돋이'는 달에서 볼 수 있는 지구의 모습 중 최고였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전혀 낯선 모습이었다.

끝나지 않은 도전의 결과 우주탐험 시대를 열었고, 지금의 우주항공기술의 발달을 가져 왔다. 세상의 모든 일에 끝은 없는 법이다.

우리는 죽음, 그 진부하면서도 유일무이한 현상에 대처하기엔 턱없이 미숙하다. 우리에겐 더 이상 죽음을 더 넓은 패턴의 일부로 삼을 능력이 없다. (112쪽)

저자는 사랑하는 아내이자 문학적 동지였던 아내를 뇌종양으로 잃었다. 그 고통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까지 힘들었을 텐데…….

죽음은 예고를 한다지만 누구나 갑작스럽게 맞이한다. 태어나는 순서는 있어도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대비를 한다고 해서 무덤덤하게, 아니면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누구나 죽음은 두려운 법인데…….

신은 견딜 만큼의 고난을 준다지만 누구나 자신의 고통이 큰 법이다. 사별의 고통이든, 죽음의 고통은 당황스런 재난, 감당 못할 슬픔일 텐데…….

아직 가까운 사람들을 잃은 적이 없기에 그리 와 닿지는 않지만 공감은 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 세상의 삶이 끝나는 날 내 삶이 끝나는 걸까. 무한 팽창하는 우주배경복사처럼 나의 삶도 영원한 걸까. 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 같은 것이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사랑도 세상도 끝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 속으로 빠져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