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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잔혹사 - 도난과 추적, 회수, 그리고 끝내 사라진 그림들
샌디 네언 지음, 최규은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미술품 잔혹사]도난, 추적, 회수, 지금도 사라지는 그림들…….
수백억대의 미술품이 첨단감시망을 뚫고 사라져 버렸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의 작품 두 점은 400억 대를 호가하는 거였다. 1994년 7월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미술관에 대여전시 중에 도난당했고,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찾을 수 있었다. 10년간의 추적 끝에 찾아오긴 했지만 비싼 대가를 지불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 책은 터너의 작품을 범죄자들에게서 구출해내는 과정을 담았다. 동시에 미술품 절도의 역사와 문제점들도 담았다.
윌리엄 터의 두 작품, <빛과 색채(괴테의 이론): 대홍수 후의 아침, 창세기를 쓰고 있는 모세>, <그늘과 어둠: 대홍수 날 저녁>과 함께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짙은 안개>까지 도난당했다.
터너는 생전에 이 작품들을 매우 의미 깊은 창작물로 여겨 팔지 않고 보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 작품이 항상 한 쌍으로 남기를 원했습니다. (47쪽)
풍경화라는 영역을 새로 쓴 인물로 평가받는 윌리엄 터너는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였기에 더욱 충격이었을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를 주제로 하면서 시인 괴테의 색체이론에 대한 화가 터너의 화답이기도 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었으니까. 더구나 평생 미혼으로 살았던 터너가 생전에 영국에 기증했던 두 작품이었으니까.
고가의 미술품을 찾는 과정은 범죄 영화 같다. 거짓 제보에 따른 헛소동, 범죄조직에 넘어갔다는 정보, 수사관들의 끈질긴 추적, 정부기관, 국제 경찰의 협조, 보험회사의 엄청난 포상금까지 걸린 미술품 찾기는 범죄영화 이상이다. 저자도 사기와 협잡이 난무한 삼류 드라마 같았다는데.......
렘브란트의 <자화상>, 르누아르의 <대화>, <젊은 파리지앵>, 폴 세잔의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이하며>, 토머스 케인즈버러의 <조지아나 스펜서, 데본셔 공작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뭉크의 <절규> 등 많은 작품들이 도난당했다가 찾게 된 작품들이다.
이 책에는 때로는 범죄조직과 전쟁을 벌이기도 하고, 때로는 중개상인과 거래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제국주의 시절에 약탈당했던 작품들을 되돌리려는 애국자들에게서 찾아낸 도난당한 미술품 잔혹사가 쓰여 있다.
미술품이나 문화재 도난과 불법 거래가 난무하자 급기야 2002년 12월, 유럽과 미국에 있는 18개 미술관 관장들은 '세계 박물관의 중요성과 가치 선언: 박물관은 모든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를 선언했다. 문화재의 불법 거래를 엄격히 금하는 선언이었지만 일부 제국주의 시절의 국가를 위한 옹호론일 뿐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는데......
세계적인 유산 운운 하면서 도난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이기적으로 보인다. 불법 반출된 소장품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원래대로 되돌려주는 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제국주의 시절에 약탈한 문화재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터너의 유작을 찾는 일을 하면서 분명 미술품 절도범을 저지하고 공공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의 도난 사고를 막을 개선 방안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도 미술품 도난 사건은 꾸준히 증가 추세라고 한다. 미술품 도난 액수가 매년 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미술품 절도가 하나의 거대사업이 되고 있고, 마약, 돈세탁 등에 이용되기도 한다는데…….
대부분 조직범죄의 전형들이니, 섬뜩해진다. 사회공동의 가치를 무시한 뻔뻔함, 범행의 폭력성, 보안시설이 안된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욕심과 이기심, 무심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미술품이 약탈당하거나 도난당한 뒤 다른 미술관에서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니, 미술품에 눈 먼 부끄러운 사례다. 지금도 미술관은 방범체제를 강화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미술품은 도난당하고 있다니 충격이다.
미술품 도난에 깔린 인간 욕망의 잔혹사를 담은 책이다. 미술품의 천문학적인 가격도 문제가 아닐까. 미술품 가격에 상한 규정을 둔다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