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로써 영원히 계속되리
김태연 지음 / 시간여행 / 2014년 6월
평점 :
[이로써 영원히 계속되리]이제는 수학소설이다!
독특하다. 수학적 논제, 수학의 정리를 소설로 다루었다니. 과연 참신하다. 평소 수학소설을 읽고 싶었다. 능력이 된다면 수학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러던 중 본격수학소설을 만났다. 불교와 접목한 수학소설이라고 할까.
-정사각형(⌧)을 홀 수 개의 삼각형으로 나누어 각 삼각형들의 면적을 같게 할 수 있겠느냐?
-다른 도형에 비해 삼각형, 삼각법, 삼각함수에 왜 공식이 많은 줄 아는가?
- 왜 5차원 이상의 모든 유클리드 공간에서는 정다포체(polytope)가 단 3개만 존재하지?
-열세 개의 콩을 늘어뜨려서 좌우 모양이 같게, 반듯한 직사각형을 만들어볼래?
-이승과 저승 사이의 교환법칙이 성립할까? (책에서)
삼각산 도사의 이력이 대단하다. 해방 전 연희전문 수물과, 경도제대 수학과, 해방 후 김일성대 수학과를 1년도 채 다니지 않았던 이유는 더 배울 게 없다는 것이 전부였다니.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에서 영일의 양부인 한초선사는 10년동안 묵언수행 후 '이것이 답이다.'라며 손가락으로 23571을 나타내며 그대로 열반에 들었다니…….
모든 이야기가 수학과 관련된 문제풀이, 난제풀이로 채워진 소설이다. 수학적 상상력, 수학에 대한 고민, 수학의 즐거움을 아는 이들이 생각해 봤을 문제들이다.
한초선사가 내 준 화두엔 ⅟18 의 순환마디가 왜 012345679일까 이다. 순환마디에 8이 빠진 것이 팔상전과 관련 있을까. 순환소수, 순환마디의 규칙은 무엇일까. 무한의 수 세계에서 어떤 규칙을 찾는다면 우주의 법칙을 알 수 있을까.
선조들은 짝수는 여성, 홀수는 남성의 특징이 있다고 보았다는 이야기, 11이나 13 같은 낭수 (郎數, prime number)를 일본이 명치유신 때 소수(素數)라고 번역했다는 대목에서는 수학적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를 준다. 소수출현빈도와 성인출현 빈도수가 비례한다는 추측은 수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참매미는 알에서부터 성충이 될 때까지의 유충기가 5년이다. 다른 매미들도 7년, 13년, 17년 주기로 나타난다고 한다. (책에서)
매미들의 소수본능, 데이지 꽃에 나타나는 소수들, 모두가 신기한 자연속의 수학 이야기다.
1을 4개 써서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큰 수는 무엇일까. 4살짜리 영일이 맞추는 문제면서 한초의 양자가 되고……. 8살의 서여수의 1에 대한 이야기는 농담 같고 멍청한 물음이지만 대단히 철학적이다. 긴 1, 짧은 1 사이에 무수히 많은 1이 존재 하다니……. 1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여수는 수학천재일까.
무한, 유한을 알려면 그 방면에 한계를 드러낸 철학이나 종교의 힘 대신 수학의 힘을 빌려. 가령 제타함수부터 공부하는 게 지름길이야. 제타함수가 무한을 유한으로 바꾸는 마법의 지팡이니까.(책에서)
소수가 어떤 규칙으로 분포해 있는지를 밝히는 리만 가설의 단골손님인데…….
-예로부터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인간의 모든 삶에 5란 수가 깊게 스며있다고 보았다. 오행이니 오덕이니 오경이니 오복이니 하는 것들이 바로 그 생생한 증거다. 전통적으로 5는 상서롭고 길한 수였다.
-귀거래사'로 유명한 도연명이 왜 집에 다섯 그루 수양버들을 심었을까.
-정신분석학자 융이 자연적 인간의 수로 5를 간주한 이유가 과연 과학적일까.(책에서)
5와 55에 관한 스승의 메모들…….
오각형의 한 내각이 108도인 것과 108 번뇌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황금비를 가진 완전한 도형 오각형이지만 한 평면을 채우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불완전함도 발견하게 된다.
시간 같은 선, 공간 같은 면, 다뉴세문경, 한초55주기, 억수종, 일물파, 숫자 피라미드, 손가락을 태우고 자르며 하는 단지고행, 동양수학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독립운동가 이상설 열사가 우리나라 최초의 수학교과서 <산술신서>를 편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동양수학의 고전들인 <구장산경>, <한산서>, <제승낭수>, <해도산경>, <수술기유>…….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수학의 문제, 난제, 수학 정리 등을 화두로 삼고 소설로 만들었다니, 대단하다. 종교적인 수학, 수학으로 화두를 삼고 수학으로 선문답하는 모습이 피타고라스학파 같은 느낌도 든다. 열린 결말로 끝나는 이야기가 수의 무한성을 의미한다는 생각도 들고…….청소년을 위한 쉽게 쓴 수학소설도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