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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 - 옆에 있어 서로서로 고마운 교실 이야기
오은주 지음 / 라온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사랑을 담은 학교 풍경, 희망을 담은 교실 스케치...
국어 과목이 좋아 국어 선생님이 되었다는 저자. 아이들과 함께하는 학교생활이 일상이고 천직이고 거의 모든 것이었나 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리도 꼼꼼히 기록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이 책은 아이들을 향한 애정 어린 속 깊은 관찰기록이랄까. 제자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뜻 깊은 메시지다.
김밥 수업이 특이하다. 조를 짜고 김밥재료를 정하고 보고서를 쓰고 발표까지 하는 과정들이 재미있고 맛있는 수업이 될 텐데……. 별의별 김밥 종류가 나오지 않았을까. 상품가치까지 있는 김밥도 탄생했을 텐데…….
봉선화의 다른 이름이 '지갑화'라는 것, 처음 알았다. 오랜만에 인터넷 검색까지 해 보면서 뱀이 싫어한다는 꽃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놀 줄 모르는 아이들 이야기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스스로 놀고,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책임지며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 건데…….생각할 시간을 주고, 놀 시간을 주고, 친구와 어울릴 시간을 주어야 하는 건데……. 삶은 어차피 치열하기에 스스로 딛고 일어서지 않으면 힘든 세상인데…….공부에 저당 잡힌 아이들, 어차피 평생 공부인데, 좀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걸까.
개성이 각각인 아이들이 그려내는 교실 풍경들을 보며 옛 생각이 절로 난다.
초콜릿 우유는 없어서 못 먹고 흰 우유는 버리기도 하는 아이들을 보면 철없는 행동에 어이가 없기도 하다. 좀 노는 아이의 초코 맛 우유 선물은 뭉클하게 만든다. 시도 때도 없이 떠들고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면 잡담하는 시간도 수업처럼 준다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그것참, 말은 잘하네. 행동은 개떡같이 하면서.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에 위안이 생겼다. 생각이 있다면 언젠가는 행동도 잘되겠지, 희망이 살아났다. (책에서)
요즘 교실풍경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절묘한 표현이 아닐까. 교과서에 있는 소설 내용을 여섯 개의 장면으로 나누고 한 사람이 한 장면씩 맡아 구성을 하는 NIE 수업시간. 아이들은 아무 사진이나 오려 붙이고는 신문을 던지고 떠들고 요란법석을 떨었다. 수업 중인데도 말이다. 저자는 창의적인 수업이라서 아이들끼리 토론도 하고 협동해서 과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했는데……. 결국 아이들에게 반성문을 쓰게 했고 아이들이 쓴 반성문에는 하나같이 창의적 수업을 원한다. 주입식 교육은 재미없기도 하지만 머리를 굳게 한다는 멋진 말들이 잔뜩 있었다고 한다. 보고 들은 게 많은 요즘 아이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말은 앞서고 행동은 없는 아이들, 누굴 탓해야 하나.
만약 아이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나 소설을 주제로 삼았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하게 했다면…….
<꽃들에게 희망을>을 가지고 학급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노래로 표현하게 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마무리 짓는 수업을 하는 친구가 있다. 예전부터 해오던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잘 하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생이라서 말을 잘 듣는 걸까.
수업을 하다 보면 정말 아무 의욕이 없는 애들이 많다. 벌써 지쳐서 손가락이 꼼짝하기 싫은 아이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어린데, 아직은 순하게 놀고 즐겁게 웃을 나이인데. 보고 있음 화도 안 나고 그냥 안쓰럽다.(책에서)
독서를 하지 않는 아이들, 요점만 외우고 왜 그런지에 대한 의문과 생각이 없는 아이들, 수업 중에 노는 아이들,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일 때도 점점 늘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엉키고 꼬인 학교교육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텐데......모두를 슬프게 하는 한국의 교실풍경, 아이들의 자화상이다.
그래도 선생님들의 제자들을 향한 절절한 사랑이 책임감 있는 아이, 스스로 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으리라. 진심이 통하는 수업, 인성교육에 힘쓰는 선생님이 있기에 희망은 아직 있으리라.
사랑을 담은 학교 풍경, 희망을 담은 교실 스케치를 보면서 로망을 담아 본다.
우리의 교실 풍경도 점점 활력과 생기가 돋아났으면..... 행복한 수업, 즐거운 학교 풍경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