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그랬다 사계절 1318 문고 92
스테포 난쑤.톰 라이코스 지음, 한현주 옮김 / 사계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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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그랬다] 장난이었을 뿐인데 범죄가 되었다. 소년에서 어른으로…….

 

 

 

책표지를 보면 두 소년이 있다. 모자를 쓰고 앞장 선 아이는 앞만 보고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고, 후드티를 입고 뒤따르는 아이는 뒤를 힐끔 거린다. 나쁜 장난을 쳤거나 못된 짓을 했을 때처럼 맹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이 책은 연극을 위한 희곡이다. 호주 극작가인 스테포 난쑤와 톰 라이코스의 희곡인 <The Stones>가 원작이다.

 

 

 

 

 

 

등장인물은 4명이지만 배우는 2명이다. 중학교 2학년인 민재이면서 동시에 29세 형사 광해를 맡은 배우, 중학교 3학년인 상식의 역과 42세 형사인 정도의 역을 맡는 배우, 이렇게 딱 2명의 배우만 존재한다. 형사들 이름이 광해군, 정도전에서 빌려온 듯해서 웃음이 난다. 광해, 정도라니……. 소년의 역할과 성인의 역할을 동시에 하려면 의상을 비롯한 분장의 변화는 물론, 목소리와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공감이 갈 텐데…….

 

 

아이들의 장난엔 별 이유가 없다. 그저 심심해서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죽는 장난이라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한 집안의 가장이 죽게 된다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상식과 민재는 자신들을 괴롭히던 중국배달원을 골리려고 엉터리 집으로 온갖 음식을 시킨다. 그것도 모자라 배달원의 스쿠터 키를 뽑아서 노숙자에게 주면서 거짓말을 한다. 주차장에 있는 회색 차의 키라고, 그 안에 있는 컵라면, 소주, 담배, 모두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지라고……. 아무것도 모르고 노숙인은 경찰의 차를 건드리게 되고 건드리던 노숙자의 증언으로 민재와 상식은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이들의 장난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한 번 해 본 장난에 재미를 느꼈던 걸까. 중국집 배달원을 괴롭히려고 다리 위에서 돌을 던지게 된다. 차 사이를 누비던 폭주족 짱깨를 맞히려다 누군가의 자동차에 떨어지게 되고 운전자는 사망하게 된다. 운전자는 차 앞 유리를 뚫고 관통한 돌에 맞아 안구가 함몰해서 죽은 것이었다.

 

민재는 촉법소년……. 만 13살이면 처벌 받지 않는다는 상식의 설명에 경찰에 자수를 한다. 상식은 경찰을 피해 다니는 도망자 신세가 된다. 이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이 두렵기만 하다. 결국 상식도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강압적인 형사 정도, 부드러운 수사의 달인 광해의 취조가 대비되는 대화들이 흥미롭다.

 

 

광해 - 어디에 사니?

정도- 그 동네가 다 너희 집이냐? 상세하게!

광해 -거기로 왜 갔니?

정도- 누가 먼저 돌을 던지자고 한 거냐?

광해- 돌은 몇 개나 가지고 올라갔어?

정도 - 목표물이 자동차였지?

광해 - 처음부터 목표물을 맞힐 생각은 아니었던 거지?

정도 - 넌 몇 대를 맞혔냐?

광해 - 넌 몇 대를 맞혔어? (책에서)

 

 

청소년의 충동적인 일탈, 소소한 장난이 순식간에 범죄가 되고 사회에 파장을 던진다.

만 13세 이하라면 죄가 없을까. 처벌하면 안 되는 걸까.

장난이 사건이 되고, 게임이 범죄가 된다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책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은 나와 있지 않지만 가장이던 평범한 아버지가 죽은 아이의 입장도 들어 봤으면……. 가난하고 착하게 살던 가장이 애꿎은 돌멩이에 죽어 버린 뒤 남은 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은 누가 치유해야 할까.

 

 

광해- 가해자를 엄벌한다고 해서 피해자의 분노와 슬픔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정도- 가해자를 이해한다고해서 범죄까지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책에서)

 

 

결국 민재는 과실치사 촉법소년이 되고, 상식은 교통방해 범죄소년으로 가야할 길이 달라져 버린다.

 

 

이상식. 보호 처분 4호, 자수를 하지 않았고 보호자의 경제적 능력으로 보아 보호 능력이 다소 미약하다는 점 등을 들어 1년 간 보호 관찰관의 단기 보호 관찰을 명한다.

김민재. 보호 처분 2호. 가정 법원이 명한 기관에서 선도를 목적으로 하는 80시간의 강의를 수강한다. (책에서)

 

 

아슬아슬, 조마조마, 콩닥콩닥……. 불안과 걱정, 초조의 3종 세트가 따라오는 희곡이다. 장난과 일탈의 경계, 소년과 어른의 시선 차이, 빈부의 격차, 도망자와 추격자의 차이, 희생과 경험의 대비가 극명하면서도 겹치는 접점이 있다. 그래서 일까. 어색하면서도 웃기는 설정이지만 배우 역시도 어른이면서 소년인 역할놀이, 형사이면서 소년범인 역할놀이를 하게 된 걸까.

 

착잡해진다. 형벌이 범죄를 저지른 이의 편에 선 듯해서 말이다. 죽은 사람이 자신의 아빠였다면, 죽은 사람이 친구의 아빠였다면, 죽은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면, 죽은 사람이 가난하고 성실했던 어떤 가장이었다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지만 청소년기의 장난이, 일탈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무거워지는 마음, 금할 길 없다. 개인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이 고려된 법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무거운 법 집행이라면 아이들이 감히 그런 장난을 했을까.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솜방망이 처벌은 또 다른 범죄를 낳지 않을까. 짓궂은 아이들을 위한 학교와 사회의 관심도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1번의 사고에는 29번의 경고가 미리 주어지고 300번의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모든 재난과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29번의 경고와 300번의 재앙 예고를 놓치지 말라는 말이다. 사소한 부주의가 모여 재앙을 만든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인간 심리에도 작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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