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북로드 세계문학 컬렉션
프란츠 카프카 지음, 북트랜스 옮김 / 북로드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신]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실존주의 소설!

 

프란츠 카프카(1883~1924)

체코 프라하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자수성가한 다혈질의 아버지보다 조용하고 사색적인 어머니의 유전자를 많이 받았다. 어린 시절 형제들이 죽으면서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도록 강하게 키우고 싶었던 아버지와 마찰을 빚으면서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그는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 널 생선 토막 내 버릴 거다." 라는 아버지의 말은 병약하고 감상적인 그를 더욱 우울하게 했을 텐데…….

독선적이고 다혈질의 폭군이었던 아버지 아래에서 대항하지 못하던 자신이 비루한 벌레로 느껴졌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 대신 법학을 배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쓰기 대신 노동자재해보험국에 취직해서 샐러리맨의 삶을 살아야 했던 카프카. 그가 자신의 삶을 투영한 이 작품은 타성에 젖어 만족도 없는 샐러리맨의 생활의 비루한 종말을 그리고 있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하고 싶었던 내면적 갈등을 드러낸 실존적인 소설이다.

어느 날 아침 어지러운 꿈속을 헤매다 눈을 뜬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의 몸이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딱딱한 등껍질을 침대에 대고 벌러덩 드러누워 있었다. 머리를 조금 쳐들자 활 모양으로 불룩하게 휘고 마디진 갈색 배가 보였다. 배 위에는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내릴 듯 이불 한 귀퉁이가 간신히 걸쳐 있었다. 그리고 몸뚱이 다른 부분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들이 눈앞에서 한들거렸다. (중략) 분명 꿈은 아니었다. 조금 작기는 해도 사람 사는 방임에 틀림없는 그의 방은 낯익은 벽으로 아늑하게 둘러싸여 있었다. (책에서)

 

샐러리맨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바퀴벌레 같은 해충으로 변신한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가족을 부양하던 그는 여전히 출근생각을 하고 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타성에 젖은 사고방식은 벌레로 변신한 지금도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 회사의 일, 가족의 부양문제가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아침을 깨우려던 식구들은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그의 모습에 놀라서 기겁을 한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바퀴벌레를 닮은, 쇠똥구리를 닮은 벌레가 자신들의 아들이고 오빠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그레고르는 자신의 방에 갇혀서 여동생이 주는 음식으로만 배를 채우거나 벽을 기고, 천장을 기고, 바닥을 기면서 해충의 삶에 적응해 나간다. 그리고 아버지가 의도적으로 던진 사과에 맞아 상처가 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이 사라져야 가족이 행복할 수 있음을 알고 시계탑의 종소리와 함께 죽음을 맞게 된다. 스스로 선택한 최후의 삶이다.

 

마지막까지 가족들에게 그의 존재는 의미가 없었던 걸까. 그의 죽음을 확인한 가족들은 개운한 기분으로 피크닉을 떠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딸의 성숙해진 모습을 새삼 느끼며 좋은 짝을 찾아 결혼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아들의 죽음보다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는 모습이 소설의 끝 장면이다.

 

식구들을 부양하는 밥벌이 신세인 주인공은 외계인이 된 듯 가족들의 무관심과 냉대를 받아 왔다. 그런 대우가 자신을 버러지만도 못하다고 느끼게 한 걸까.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던 자신의 모습이 결국 바퀴벌레로 변신했다니.

100여 년 전에 쓴 소설이 지금 현실과 맞닿아 있음이 놀랍다. 밥벌이의 설움 등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없는 현실이라면 벌레만도 못한 생활, 버러지 같은 생활이라는 생각이 들 텐데…….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소설이다. 아마 여고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밥벌이의 설움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실존의 의미, 작가의 생활을 잘 알지 못했기에 그저 기묘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른 뒤에 읽으니 일상과 환상의 조화를 꾀하고 불가사의한 상황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들을 했다는 평가가 이해가 된다. 고전의 힘은 세월이 흐를수록 주는 메시지가 더욱 강력하다는 것 아닐까. 일상과 감정적인 흐름에 대한 세세한 묘사에 빨려 드는 책이다.

 

만약 실존의 삶이 된다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삶이 된다면 그는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걸까. 자신의 존재는 없고 자신을 돈 버는 기계로 도구화하는 삶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고 싶은 실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밥벌이로 타성에 젖어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작품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버러지 같은 그의 삶을 녹인 소설이다. 자신의 현실과 내면의 갈등이 투영된 소설이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