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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파도 눈부신 태양 - 우울증? 이건 삶이 주는 새로운 기회야!
타냐 잘코프스키 지음, 이지혜 옮김 / 여운(주) / 2014년 4월
평점 :
[검은 파도 눈부신 태양]우울증은 삶이 주는 멋진 기회!
행복한 기억은 까맣게 잊게 되고 나쁜 기억만 자꾸 떠오른다. 그리곤 추스를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무너진다. 나는 점점 작아지고 약해지고 무력해진다. 그런 무기력한 날이 하루하루 쌓이다보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니 몸까지 아파온다. 삶의 의미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존재의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 날의 연속이다. 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살아낼 기력이 없다. 이런 순간에 찾아오는 손님이 우울증일 것이다.
우울증은 삶이 주는 새로운 기회라는 책을 만났다. 검은 파도 눈부신 태양.
저자는 자신이 우울증으로 절망에 빠졌던 체험자다. 음악 프로듀서, 마케터, 방송 MC, 객원 기자 등 다양한 삶을 열정적으로 살았다. 하지만 심리치료사를 만나 재발성우울증 진단을 받게 된다. 재발성 우울증이라니! 마케팅 팀장으로 있으면서 1년 반 동안 직장 상사의 괴롭힘을 당했고 그런 직장 생활로 신경쇠약에 걸린 것이다. 결국 퇴사를 했지만 마음의 고통은 내내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직장 따돌림으로 마음의 병을 얻었다니! 그녀는 그 이후로 알코올 중독,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한다. 세상에 혼자가 된 기분으로, 거대한 세상과 맞서 싸우기 버거웠고 그저 세상을 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우울증을 치료하면서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게 된다. 페이스북에 자신이 우울증을 앓는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일상과 자신의 생각을 공개한 것이다. 그 이후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서서히 극복해 갔다고 한다.
그녀는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기억도 없고, 불평을 소리 내어 말한 적도 없고, 누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 보인 적도 없다고 한다. 스스로를 실패자로 여기며 세상과 선을 긋고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이야기하고,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불평과 불만을 쏟아낸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은 피해갈 수 있었을 텐데…….저자가 우울증을 격고 있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에 공감이다.
불평을 시작하라. 언젠가는 불평을 끝내라. (책에서)
스스로와의 싸움, 자기 안의 우울증이라는 괴물과의 싸움은 결국 허심탄회하게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솔하게 알리는 것에서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 들어주고 용기를 주는 것이 해결법임을 생각한다.
누구나 살다보면 어느 순간 우울해질 때가 있다. 잘 모르지만 사는 것이 스트레스이고, 주변의 인간관계는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고 배타적일 때 우울함을 경험하지 않을까. 친한 누군가가 우울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자신이 우울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우울한 적이 별로 없기에 이런 책을 접하면 놀랍기도 하다. 의외로 우울증이 깊은 사람들이 많음을. 소소한 것에도 상처 입는 사람이 많음을, 몸과 마음의 자생력이 필요한 사람이 많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가 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음을 깨치게 된다.
삶은 어두운 검은 빛깔과 밝은 흰 빛깔이 공존하는 세상. 때로는 먹구름이 몰려오기도 하고 눈부신 태양만 가득하기도 하다. 구름 너머에 무지개가 기다리듯 우울은 삶이 주는 기회인 것이 맞다. 어쩌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 자신을 충전할 수 있는 멋진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다. 읽으면서 우울해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오히려 잘 쓰인 심리소설을 읽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