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등에 베이다 - 당신과 내가 책을 꺼내드는 순간
이로 지음, 박진영 사진 / 이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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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등에 베이다]책과 통하고 싶은 날. 읽고 싶은 책!

 

왜 그런지 잘 모르지만 나는 책을 좋아한다. 아마도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슬프고 우울한 날이면 도서관을 찾아 코 박혀 있는 것을 좋아했다. 한참을 책과 노닐다 보면 슬픈 표정은 사라졌고, 양 손 가득 책을 빌려 집에 오는 길은 근심 걱정 잊은 해맑은 얼굴이 되곤 했다. 나는 책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도 좋아하고 새로 나온 책의 휘발성 냄새도 좋아한다. 오래된 책에서는 작고 하얀 책벌레를 본 적도 있고 새로 나온 책을 넘기다 손을 베었는지 선홍빛 피를 흘린 적도 있다. 오래된 책에선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고 새로 나온 책에선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알 수 있어서 좋다.

 

책등에 베이다.

책을 좋아하기에 공감 가득한 책이다.

취기와 치기와 열기로 책방 하나를 겨우 얻었을 때 듣게 된 말은 '서점의 위기와 출판의 죽음'이었다. '어떻게든 죽이지 못해 조급하구나. 영광의 시절 지나고 1등에서 내려오면 그때부터 모두 시체 취급당하는구나. 아직 살아 있다고 죽도록 외치는 이를 붙잡고 관 속에 우겨넣는...(19쪽)

 

1등에서 내려오면 시체 취급한다는 말에 깊은 동감이다. 사실 나도 그랬으니까, 뭐 할 말은 없다. 아직 사고가 완전히 바뀐 것도 아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게 되면서 차츰 바뀌고 있는 중이다. 2등도 소중하고 꼴찌도 소중하다고 말이다.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당연지사. 각자의 꿈을 존중해야 한다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잠시 휴식할 수도 있고 잠시 뒷걸음질 할 수도 있고, 잠시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 그렇게 가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만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만날 수도 있다. 그게 행복인 걸.

 

우와~ 꼬마 니콜라, 나도 엄청 좋아한다. 장 자끄 상뻬의 글과 그림에는 순수와 감동, 유머가 담겨 있으니까. 상뻬의 어린 시절 아픔을 알고부턴 그의 작품들이 더 좋아졌는데...... 김모세와 이규성의 명랑만화 <꼬마 니꼴라>도 있다니. 그것도 표절작이라니.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생물이 사라진 섬> 일단 목록에 올린다.

130년 전, 화산의 분화로 섬 절반이 사라진 크라카타우 섬에 생물들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

 

공기를 머금고 흘러온 씨앗, 떠내려 온 나무 조각에 살던 개미, 헤엄쳐 온 도마뱀, 어부의 옷에 붙어 옮겨온 식물, 선박에서 섬으로 이동한 바퀴벌레와 쥐, 본래 자유로웠던 새와 나비. 분화라는 절망 위에 특별한 상징이라곤 없는 평범한 생물들이, 날짜에 맞춰 비행기 표를 사지 못하면 다른 국가로 이동할 수도 없는 우리보다 훨씬 더 위대한 방식으로 집을 지었다. 절반으로 잘린 섬이 다시 하나의 온전한 섬이 된다. (199쪽)

 

100년에 걸쳐 섬이 회복되는 과정은 운명일까, 우연일까. 절망과 우울한 섬에 하나씩 모여들어 뿌리를 내리고, 유기질을 토해내고, 꽃을 치우고 열매를 맺고 벌과 나비, 새들을 먹이며 그렇게 섬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니. 마치 창조의 순간 같다. 섬 모양의 퍼즐 조각을 메우듯 자신의 역할을 찾아온 생명체들은 모두 필연의 존재들 같다.

 

목록을 보는 순간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많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세상에 이리도 많은 책들이 언제 다 나왔을까. 나도 모르게 말이다. 본격적인 독서를 한 지 기껏 1년 남짓 되면서, 엄청나게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나 보다. 양에 비중을 두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생소한 책들이 많음에 놀랐다. 낯선 작가들......

언제쯤 나도 책과 통하게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아직은 책을 향한 짝사랑 같다. 아직은...

책과 통하고 싶은 날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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