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류
이립 지음 / 새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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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류]대통령의 기억을 가진 남자로  복제된 평범한 가장 이야기!

 

죽은 사람의 배아줄기세포를 가지고 복제 인간을 만들 수 있다면, 혈액을 투여해 다른 사람의 기억을 주입할 수 있다면, 더구나 무한 복제가 가능하기에 복제된 인간을 이용한 뒤에 소각해도 전혀 소문이 나지 않는다면, 그런 세상이 온다면……. 정말 무섭고 끔찍하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의 존엄성, 인간의 가치는 사라질 것이고,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처럼 인간을 복제해 버릴 테니까.

제목부터 끔찍한 기운이 도는 소설이다. 피를 흐르게 하다니, 단순한 수혈이 아니기에 읽으면서 충격에 충격을 받게 되는 이야기다.

소설의 시작은 서울대 생명공학부 김현철 교수의 공개 라이브 실험으로 시작한다.

드디어 마지막 127번째 생쥐까지, 모두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같은 길을 선택했다. 기존의 생쥐가 가지고 있던 미로 통과에 대한 정보가 혈액을 통해 다른 생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7쪽)

 

김 교수의 공개실험에서는 혈액을 통한 정보의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비록 동물 실험이자만 지식과 경험이 혈액을 통해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몇 년 후, 새로 개발된 최신형 열차인 기차 TF호 첫 시승에서 열차 테러로 대통령이 사망하게 된다. 열차 테러 결과 단 한명의 생존자도 없고 테러 배후엔 일본 극우세력의 테러임이 밝혀지게 된다.

 

하지만 국가위기관리위원회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인다. 국가 위기관리 12조 8항의 인간복제에 관한 내용에는 국가위기상황에서 인면 손실에 대비한 인간 백업 프로그램이 있었고, 국가안보 핵심인물인 사망 시 복제가 허용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전 세계최초로 준공된 합법적인 인간 복제 시설, 복제물은 이용이 끝나면 제거되는 것이었다.

위기관리 프로젝트 수석 매니저인 민중현 박사는 매뉴얼대로 열차 폭발 시 물품 보관용 수납공간에서 발견된 김종훈의 시체를 복제하게 된다. 배아줄기세포로 복제를 시작하면 배아에서 신생아 어린이, 사춘기, 청년, 성인이 되기까지의 33년의 시간이 3시간 만에 재탄생한다. 복제와 동시에 노화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하지만 복제 인간은 담배연기에 급성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사망하거나 초고주파 음파에 노출되면 뇌간이 녹을 수도 있는 불완전한 복제라고 한다.

 

김종훈씨, 당신은 죽은 김종훈씨의 복제물입니다. (116쪽)

이 인간 복제는 비밀리에 진행되었고 열차 테러의 원인을 밝히고 나면 김종훈은 소각하면 그만이었다. 이미 김종훈은 사망처리 되었기에. 하지만 대통령의 제1대변인 서인국이 김종훈을 살려주면서 문제가 복잡해져 간다. 죽었던 사람이 도시에, 가정에, 직장에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김종훈의 기억에는 죽은 대통령의 기억이 심어진 것으로 밝혀지는데...... 누가 왜 이런 짓을 벌인 걸까. 한 개인일까, 집단일까. 비밀은 비밀스럽게 번져가면서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대한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탐욕스런 인간들의 배신과 음모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증폭복제단계에서 회사원 김중현과 대통령의 혈액이 섞였다는데……. 김중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격도 바뀌게 된다. 민첩하고 대범해지고 말이 유창해지고 유머감각까지 대통령의 기억을 가진 남자로 복제된 것이다. 대통령의 혈액을 주입한 것이 민중현으로 밝혀지면서 사태는 점점 수렁으로 빠져든다. 민중현의 의도에는 치밀한 계산과 속셈이 숨어 있는데......

 

인간 복제의 일반화, 실존 자체가 기억 단백질로 존재하는 사회라니. 영혼 없는 복제 인간, 계속되는 복제로 똑같은 사람이 여럿 존재할 수도 있다니.

스스로를 복제하는 의사, 기억단백질의 시간차 확산 문제, 동의 없는 인간 복제, 복제 후 증인 제거, 기업과의 협착, 의사들의 권력남용, 대통령 비자금을 둘러싼 탐욕 등이 숨가쁘게 전개된다.

인간 복제가 합법화되어 김종훈처럼 죽었던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 돌아다닌다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면 복제 인간에 대한 수요가 늘지 않을까. 자신의 냉동된 죽은 시체를 보며 또 다른 복제인간을 무한 복제하는 현실이 된다면…….

 

기억 상실 효소, 기억 성형, 몸 성형이 만능줄기세포와 혈액의 주입으로 이뤄질 수 있다니, 줄기세포 이용에 대한 윤리적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소설이 아닐까. 소설이지만 현실의 일, 아니면 근미래 사회의 일 같아서 섬뜩한 소설이다.

유전공학의 윤리성, 해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비현실적인 내용, 공상과학영화에나 있을 법한 내용이 아니라 어디에선가 실제로 일어나진 않을까, 두려워지는데......

 

인간 복제는 현재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기억의 재생은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소설에서 묘사한 인간 복제 및 기억과 관련된 부분은 많은 부분이 허구다. (작가의 말에서)

현재 연구에서는 단백질이 기억 형성에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생각된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많은 국가에서 복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텐데......

현직 마취과 전문의가 쓴 소설, 그래서 더 실감이 나고 빨려들게 되는 걸까. 무섭지만 흥미로운 소설인 것만은 틀림없다.

 

**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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