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옷장을 열다 - 옛사람들의 옷 이야기 우리 고전 생각 수업 4
조희진 글, 오연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 시대 옷장을 열다]조선복식, 예절과 실용을 이야기하다.

 

지금은 옷이 흔하지만 조선시대에는 귀했을 것이다.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서민들은 수수하지만 양반들의 옷차림은 고급스럽고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양반들은 굉장히 화려한 색상, 몇 겹의 옷으로 치장한 모습…….

조선 16대 인조는 추운 겨울 군사들에게 종이옷을 보냈다고 한다.

서쪽 변방을 지키느라 고생하는 장수와 병사들을 헤아려 등급을 나눈 다음, 비단과 명주 같은 옷감을 주어 나의 마음을 전하도록 하라. 그리고 비단과 명주 같은 옷감을 주어 나의 마음을 전하도록 하라. 그리고 군졸들에게도 솜옷, 개가죽으로 만든 갖옷, 종이옷을 고르게 나누어 주고 (이하 생략)......(68쪽).

 

종이옷의 용도는 무엇일까. 가죽옷이나 무명옷, 솜이 많지 않던 시절,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한 방편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종이옷을 상상할 수가 없지만 그 시절엔 귀한 물품이었다고 한다. 종이 역시 지금의 종이와는 다르다. 닥종이로 만든 치밀하고 질긴 한지였으니까.

모든 물자가 부족했으니 옷감과 옷감 사이에 넣을 솜이 부족했을 것이고 솜과 함께 한지를 넣어 누비옷을 만들었으리라. 실제로 두툼한 한지로 종이옷을 만들지도 않았을까. 바람막이처럼 말이다. 어쨌든 부드러운 한지와 솜을 겹쳐 속을 채우는 누비옷은 얇은 무명옷보다는 북풍을 막아주었을 것이고 보온 효과도 있었으리라.

 

솜이나 무명옷, 가죽옷만큼 종이 또한 귀한 시절이라서 깨끗한 새 종이가 아닌, 쓰고 버리는 낙폭지였다고 한다. 과거시험장에서 나오는 낙폭지를 모아두었다가 알뜰하게 재활용한 것이다. 낙폭지로 벽이나 가구의 안쪽을 바르기도 했고, 가늘고 길게 꼬아 바구니나 가방, 신발을 만들기도 했다는데…….

어떤 이들은 낙폭지를 빼돌리기도 했다니, 물자가 귀했을 시절의 풍습이다. 지금은 종이 재활용은 분리수거 정도인데…….

 

단오 부채는 특별한 계절 선물이라는데…….

지금이야 단오 부채는 한국화의 대표적 예술 작품들이고 흔한 물건들이다. 하지만 예전엔 보다 실용적인 귀중품이었으리라. 선풍기나 에어컨,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공조와 전라도와 경상도 두 감영, 그리고 통제영(충청, 전라, 경상도의 삼도 수군을 통할하는 통제사가 있는 본영)에서는 단오 때가 되면 부채를 만들어 조정에 올린다.

-김매순 <열양세시기>중에서 (87쪽)

 

조정에서는 상납 받은 부채를 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에 나누어 주면 부채를 얻은 이들은 친척, 친구, 소작인들에게 나누어 주며 더운 여름날 생색을 내었다고 한다. 부채에 그려진 그림에 따라 품격이 다르게 느껴졌을 텐데…….

조선 후기의 풍속화가 신윤복의 <단옷날 풍경>에는 다홍치마에 노란 저고리, 남색 비슷한 진동 등의 색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염색기술이 대단해 보인다.

 

한복을 입을 때면 꼭 갖춰야 할 품목이 버선과 코고무신이다. 구색을 갖추려면 말이다.

예전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으며 잡귀가 물러나길 빌었고, 달력을 만들어 서로에게 선물하기도 했으며, 버선을 만들어 어른들께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동지에 따뜻한 기운을 받으면 사람에게 이롭다고 하였다.

옛날 아낙네들은 동짓날에 버선을 지어 시어른께 드렸다.

또한 버선본을 동짓날에 만들면 좋다는 말이 있다.

-빙허각 이씨 <규합총서(99쪽)

 

한복의 옷고름이 예술적이라는 외국인의 평판이 이색적이다. 단춧구멍을 내기 힘들어 만든 게 아닐까 싶었는데, 오히려 실용적이고 예술적이라니. 빨래 방망이로 두들기던 예전 세탁방식에서도 고름이 단추보다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풀을 먹이고 다듬잇방망이로 주름을 펴던 다림질을 위해서도 단추보단 고름이 실용적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저고리 색과 다른 옷고름은 분명 옷의 포인트다. 한복의 옷고름에서 색상 조화의 예술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길게 늘어진 옷고름은 한복에 우아한 맵시를 더해준다.

 

이외에도 우산 달린 모자, 위생적인 세탁법, 사치와 허영을 막기 위한 복식에 대한 규율, 겨울을 나기 위한 초피저고리, 쓰개 등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조선 시대의 옷에서 격식과 인간적인 도리, 예술과 예절, 실용과 재활용의 지혜를 엿보게 된다. 그 시절만의 의복생활을 읽으니 안타깝기도 하고, 지혜롭다는 생각도 들어 복잡한 심경이다. 모든 물자가 풍족하지 않던 시절, 선조들의 옷장 이야기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