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역습 - 행복강박증 사회가 어떻게 개인을 병들게 하는가
로널드 W. 드워킨 지음, 박한선.이수인 옮김 / 아로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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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역습]인공행복이냐, 진짜 행복이냐!

 

표지의 그림이 매우 충격이다. 뒷짐을 진 사내의 뒷모습에는 머리 부분이 없다. 오른쪽 발목에는 무거운 쇠공이 족쇄처럼 채워져 있다. 커다란 쇠구슬이 휑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방관자의 삶이거나 무언가에 속박된 삶인데도 억지 미소를 짓는다. 사내는 행복할까, 아니면 불행할까.

저자는 이러한 모습을 인공행복이라고 한다. 인공 감미료처럼 단맛을 내지만 결코 몸에 좋다고는 할 수 없는 MSG (글루탐산나트륨)같은 인공행복.

저자가 말하는 인공 행복은 불행을 잊으려 정신의약품을 먹거나 대체 의학요법을 받거나 운동 치료 등으로 잠시 고통을 잊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프로작과 졸로프트 같은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잠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약물 복용은 인공 행복감을 상당 기간 느끼게 한다. 약의 힘으로 균형 잡힌 판단, 사려 깊은 행동, 자신감 유지가 잠깐은 가능하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마비시켜서 현실을 도피하게 돕는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우울증에 대한 의사의 처방이 부적절한 경우도 있고, 약물 의존만 높인다는 것이다. 중독 증세로 문제를 키우기도 할 것이다. 잘못된 정신의약품 사용, 향정신성 의약품의 남용 문제가 한국은 어떨지.

 

탐욕적인 의사와 제약회사의 이권 추구, 보험회사와의 담합은 없을까. 약을 통해 환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의사의 월권행위는 없는지, 약에 의해 환자 스스로의 노력이 제지된 적은 없는지, 인공행복이 그들의 변화 욕구마저 꺾지는 않았는지 궁금한데…….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다른 영역을 침범하고 환자에게는 일률적인 투약을 강요했다. 고귀한 이상은 사라졌고 자동반사적인 처방만이 남았다. 이것이 정신작용약물 스캔들의 본질이다. (70쪽)

 

ADHD(과잉행동장애)는 주의력 결핍이 특징인데, 과잉행동이 주된 아동과 주의력 결핍이 주된 아동으로 나눌 수 있다. ADHD진단을 받은 아이들 중에 일부는 투약이 필요하지만 일부는 일차 진료의와 정신과 의사간의 영역 싸움의 희생양이라고 한다. 일부는 오진일 수도 있고 일부는 과잉투약일 수도 있다니. 의사들 간의 영역 다툼이 치열하다니, 우리나라는 어떨지…….

 

위약의 효과, 플라시보 효과도 문제라고 한다. 약이 효과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 환자 심리를 이용해서 과장된 치료를 하는 것이다. 결국 부담은 환자 몫이 될 텐데…….

허브 요법, 자기 요법, 명상요법 등 대체의학의 치료는 자가 치료도 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명상, 기도, 정신치료, 바이오피드백, 최면과 같은 심신의학적 치료도 과한 면이 있을 것이다. 의사가 건네는 운동 요법도 의사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하고 진료비 부담을 지우게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감기가 들면 약 대신 진하게 우려낸 차를 여러 번 마신다. 그러면서 스스로 최고의 감기약이라고 주문을 건다. 동시에 이젠 감기가 한풀 꺾였다고 강력한 주문을 건다. 그리고 나면 감기가 쏙 달아나는 경우를 체험하고 있다. 일종의 자가 치료이며 위약 효과가 아닐까.

 

대략적으로 미국 십대의 약 절반 정도는 중증이든 경증이든 우울증을 갖는다고 한다. 십대의 절반가량이 인공행복을 위한 후보군인 셈이다. 이들에게 인공행복을 강요하면 심리발달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는데……. 문제는 인공행복이 잘못된 선택이나 생각을 하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마음의 마비가 와도 잘못임을 모르는 것이다. 인공 행복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미국 의료체제와 한국의료체제는 많이 다를 것이다. 약에 의존하는 정도도 한국과 미국은 많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보게 된다. 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는 않는지, 과잉 진료는 없는지, 병원이나 제약회사에서 환자를 봉으로 보지는 않는지…….

불행감에 대한 의사의 통제력이 가능해지고 있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인공 행복은 수동적이고 거짓된 가짜의 삶일 것이다. 약물에 의한 행복의 착각인 것이다. 그 순간의 기분은 달라지지만 전체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 책은 의사들의 신중한 진단과 약물사용을 바랄 뿐이다.

지나친 약물 의존에 대한 경종이다.

인공 행복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경고다.

 

저자는 미국 의료계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의 문제를 고백하고 있다. 잘못된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인기 영합적인 모습을 보이는 종교계까지 미국 사회의 모순들을 들추고 있다. 저자인 드워킨은 마취과 전문의이면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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