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 조선 화가들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삶
이일수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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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옛 그림 속에서 만나는 선조들 모습, 생생한 느낌이야!

 

조선 500년 역사 속에서 백성들의 삶은 어땠을까. 선조들의 옛 풍습이나 삶의 모습을 보려면 실록이나 역사적 기록들, 집 안 대대로 물려오던 기록들, 그림들을 보아야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생동감 넘치는 자료가 그림이 아닐까. 사진기가 없던 시절이니 손으로 그린 그림이야말로 그 시절의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스탕달 신드롬이라니. 예술 작품을 접할 때 순간적으로 가슴이 뛰거나 우울증 혹은 현기증 등의 증상이 일어나면서 무릎에 힘이 빠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아직은 그림을 머리로만 즐기는 수준이라서 가슴으로 느끼는 감상의 즐거움과 감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더구나 스탕달 신드롬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있다.

조선의 풍속화가인 김홍도의 <행상>

남부여대한 부부의 모습이 현실의 고단함을 보여주는데……. 보육시설도 없던 시절의 맞벌이 부부니까.

아내는 포대기도 없이 남자용 저고리를 입고 그 안에 아이를 업고 있다. 머리에 인 큰 대광주리가 무거운지 고개는 살짝 꺾여 있다. 아기는 아직 어려 머리카락도 채 나지 않은 상태며 곤한 잠에 빠져 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보며 걱정 어린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 자신의 지게 짐도 무거운지 어깨끈을 단단히 잡고 말이다. 가난이 일상이었던 시절, 살아내야 했던 부부의 책임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밥벌이의 고단함은 가장의 어깨를 더욱 짓누를 텐데.

 

김홍도의 <장터 길>

말을 탄 남자들이 곰방대를 피우며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일장을 맞아 물건을 구하러 가는 걸까. 아니면 짐을 실어주는 짐꾼일까. 말을 타고 줄지어선 모습이 마치 택시 정류장의 택시 기사들 같은데…….

저 멀리 말에 짐을 가득 싣고 언덕을 오르는 남자도 보인다. 보부상이 아니라 말을 끌 정도면 여유 있는 상인들일 텐데……. 조선 후기에 중상정책을 썼다고 하지만 상업을 천시하던 시절이 아닌가. 전국 장터를 떠돌며 살아갔을 상인들의 빡빡한 인생이 느껴진다.

 

김홍도의 <자리짜기>에서는 가내수공업의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는 고드랫돌을 옮기며 자리를 짜고 있고, 어머니는 물레를 돌리며 실을 뽑고 있다. 하나 뿐인 아들은 큰 소리로 책을 읽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충실한 세 식구의 모습에서 열정이 묻어난다. 더구나 아이는 아랫도리를 벗은 채 공부를 하고 있다. 그렇게 가난한 걸까.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

 

김홍도는 살아 있는 화가의 눈을 가졌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시인의 눈을 가졌으며, 영혼을 울리는 음악가의 귀를 가졌다. 음악가의 귀를 가졌다는 것을 알려 주는 그림들에는 거문고, 당비파, 생황, 퉁소 등이 등장하는데, 김홍도 자신이 여러 가지 악기들을 실제로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94쪽)

 

<길쌈>, <대장간>, <점심>, <무동>등 김홍도의 풍속화에는 농사짓는 사람, 수공업 하는 사람, 베를 짜는 사람, 서당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 등이 있다. 서민들의 역동적인 삶, 소박하지만 해학적인 모습을 정감 있게 그려져 있다. 체험 삶의 현장 같이 다양한 모습들이다.

김정희의 <세한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신사임당의 <노연도>, 윤덕희의 <책 읽는 여인>,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 등에서 옛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그림들이다. 족보에서나 만날 수 있는 조상들의 모습이 오늘의 우리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소중해지는 그림들이다. 소중한 우리의 옛 그림 읽기다.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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