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다시, 봄]장영희가 쓰고 김점선이 그린 봄 봄 봄

 

한국인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김점선과 장영희를…….

이미 고인이 된 분들이지만 언제나 곁에 있는 느낌, 나만 그런가.

내가 이 두 사람을 알게 된 것은 가수 조영남을 통해서였다. 어느 날 우연히 밤늦은 시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조영남의 문화토크를 들으면서부터다. 그날의 주제가 화가 김점선과 영문학 교수 장영희였는데,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에 대해 몹시도 궁금했던 나는 다음 날 도서관으로 달려갔고 책을 빌려왔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의 팬이 되어 버렸다. 아름다운 언어와 순진한 그림 속에서 무결점의 동심, 천진난만한 예술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아직도 이런 어른들이 있을까.

 

감개무량, 함박미소, 황홀 3종 세트가 동시에 펼쳐지며 정신을 빼놓는 책을 만났다.

아주 귀중하고 아주 행복해지는 책, <다시, 봄>

장영희 쓰고 김점선 그림. ㅎㅎㅎ 좋아하는 두 사람을 한 권의 책에서 동시에 만나다니. 게다가 주제는 봄이다. 봄에 태어난 나는 봄을 굉장히 좋아한다. 싫어하는 계절도 없지만 봄에 대한 사랑이 유난스럽다고 할까. 그런 나에게 봄을 제목으로 한 두 사람의 책을 만났으니 감개무량, 황홀, 함박미소일 밖에.

램 P. 바르마의 <새해 생각>이 시선을 잡는다.

이제 위대한 새해의 시작이다.

새로운 지혜가 꽃피고 자라기 시작한다.

천상지복의 새로운 비밀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를 맞기 위해 그대는 스스로를 크게 키운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그대가 숭고한 이유이다.

이 찬란한 천상의 복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주의 지혜를 깨닫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21쪽)

 

스스로를 크게 키우고 우주의 지혜를 깨닫는 자, 천상의 복을 받을 자, 모두가 꿈꾸는 자일 텐데……. 새해가 되면 늘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즐겁다. 새벽이면 늘 새로운 스케줄을 챙기는 것이 즐겁다. 시작하는 시간은 그렇게 기대로 설레고, 희망으로 부푼 순간이 되기에 늘 행복하다. 씨를 뿌리며 꽃 피고 열매 맺는 결과를 상상하는 것처럼…….

위대한 오늘을 위하여!

 

뒷장에 장영희의 에세이가 나온다. 옆에 그려진 김점선의 꼬꼬닭 그림이 환하고 희망차다.

천상의 복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복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커져서 하나의 우주가 되어야 하고, 그것이야말로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위대한 능력이라고 말입니다. (22쪽)

 

그렇구나. 스스로 마음을 크게 하고 넓혀서 세상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우라는 말이었구나. 하나의 깨달음을 얻은 후 다시 시를 되새겨본다. 또 다른 깨침을 얻으러…….

메리 R. 하트먼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 주리. (35쪽)

 

인생은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모인 결정체다. 희노애락애오욕의 순간들이 퍼즐조각처럼 모여 하나의 직소판을 완성해간다. 미소 한 스푼, 눈물 한 접시, 기쁨 한 사발이 모여 소박한 인생을 만들어간다. 시련도 축복이기에 고통마저 의미 있다. 소박해서 더욱 위대한 나의 인생이여!

지금은 5월인데, 오호~

모드 M. 그랜트 <5월은......>

햇빛 번지는 푸른 하늘

나무 밑의 녹색 그림자

숱한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따뜻한 미풍

연분홍, 진줏빛 흰색 꽃

만발한 과일 나무들

보라색 구름 흔드는 라일락

(중략)......

새들과 꽃들의 달인

향기롭고 아름답고 즐거운 5월에 (61쪽)

 

꽃 피고 새 우는 5월은 바람 자체가 향긋하다. 온갖 꽃내음이 진동하고 팽창하는 계절이니까. 줄줄이 향기를 선물하고 가는 꽃들에게 그저 감탄사를 헌정할 뿐이다. 우와~ 아름다운 꽃향기~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은 장영희 버전이랄까. 피천득의 번역과 달라서 새로운 맛이 있다.

1월부터 12월까지 계절을 노래한 영미 시들을 월별로 모았다. 가을과 겨울 시는 아직 계절이 되지 않아 그 감동이 봄과 여름 시 같지 않다.

영문학자 장영희 교수가 추천하는 영미시와 화가 김점선이 그린 그림이 만나는 장면은 정말 멋스럽고 흐뭇하다. 봄에 떠난 두 여인을 그리며 나온 책, 읽는 맛과 보는 맛을 동시에 선물한다. 그리움과 행복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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