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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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이외수의 단편 소설집, 처음 만나다.

 

이외수 작가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표지의 설명처럼 독특한 상상력, 탁월한 언어의 직조로 사라져가는 감성 작가의 글맛을 여태 맛본 적 없다.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라는 책만 읽었을 뿐이다.

작가가 9년 만에 내놓았다는 소설집 <완전변태>. 장편소설인가 싶었더니 단편 소설집이다.

첫 번째로 나온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무슨 화두 같기도 하고, 아이들 말 장난 같기도 한 제목이다.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리듯, 소나무에 소가 열리고 은행나무에 돈 만지는 은행이 달린다면, 모두 부자가 된다며 우스갯소리로 해 본 이야기인데…….

 

주인공은 누나 둘을 둔 집에 막내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귀한 아들이기에 부모님은 판검사가 되라는 노래를 부르며 키웠다. 아들이 판검사 되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고 인생의 진리였다. 아버지는 새끼손가락을 자르는 투혼까지 보이며 아들의 고시패스를 기원했고 그 덕분에 아들은 독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결국 3년의 공부 끝에 고시합격의 영광을 안았고 그 소식을 알리려 집으로 가던 길에 이상한 노인을 만난 것이다. 무덤 옆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노인은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도인일까.

 

-큰 벼슬을 하셨구만.

-법복이 눈에 보이네.

- 밤나무에서는 밤이 열리고 배나무에서는 배가 열리고 감나무에서는 감이 열리는데 왜, 소나무에서는 소가 열리지 않을까. (책에서)

 

언어의 유희 같고 난센스 같고 말장난 같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된다. 솔나무에서 'ㄹ'이 탈락한 음운현상이라느니, 그런 문법적 해석 말고, 진지한 철학적 물음말이다.

 

<해우석(解憂石)>에서는 수석을 채집하는 탐석광(探石狂)이야기가 나온다.

보석 같은 수석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집에 가는 날은 1년에 한두 번 정도여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못하는 주인공. 그는 탐석을 통해 도에 이르고 싶은 사람이다. 그의 수석수준의 수준급이었고 그래서 늘 탐석회 회원들의 부러움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찾고 있는 것은 해우석이다. 말 그대로 해탈석이라는 해우석은 보기만 해도 근심이 사라지게 하는 신비의 돌이었고 그가 꿈꾸던 돌이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온 그는 충격적인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자신이 손질하던 돌에 대해 관심을 표시하던 아들과의 대화에서 진리를 깨치게 된다.

 

-아빠, 그게 뭐예요.

-돌이란다.

-그거 돌 아니에요.

-이게 진짜 돌이야.

-이게 돌이에요. (책에서)

 

다섯 살배기 아이가 내민 것은 길바닥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였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뛰어나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치게 된 것이다. 잡석에서 진정한 돌의 의미를, 해우석의 의미를 깨친다면 도인의 경지 아닐까. 짧은 이야기 속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완전변태>에서는 교도소와 조폭, 교도관의 이야기여서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탈피하는 과정들이 그려져 잘 그려져 있지만 조폭영화, 폭력영화 등을 워낙 싫어하기에 읽기가 불편했다.

 

어쨌든 10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이외수를 처음 만났다. 짧은 단편들이기에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다. 사회비판을 담은 글들이 많아서 잠깐씩 깊은 생각에 빠져들기도 하는 책이다.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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