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콘서트 - 지루할 틈 없이 즐기는 인문학
이윤재.이종준 지음 / 페르소나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말 콘서트]지루할 틈 없이 즐기는 인문학, 말의 매력에서 인생의 묘미까지~

 

말 많은 세상이다.

초원에서 뛰어노는 말이 아니다. 강이나 바다에서 자라는 미끌미끌한 식물이 아니다. 사람의 입을 통해 내뱉어지는 소리다. 매일 내뱉고 매일 듣는 말. 말. 말.

말 콘서트라니! 제목만 들어도 가슴 펄떡인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말잔치, 말장난이 일상이다. 그런데 말 콘서트라니까, 더욱 우아하고 멋스럽고 속 깊은 느낌이다. 클래식하다.

 

처음부터 매력덩어리다.

 

리파티(재치즉답)는 하나의 장르를 이루고 있다. 리파티는 재치 있는 즉답, 즉 단박에 재치 있는 한 방의 말 펀치로 받아쳐 상대를 압도하는 말대꾸를 말한다. (26쪽)

 

재치 있고 위트 넘치는 즉석대답을 순식간에 할 수 있다면 상당한 경지다. 고수의 세계다. 리파티는 오랜 숙련, 깊은 사고, 연습과 훈련의 산물이 아닐까. 아니면 리파티의 천재이거나. 적시에 내뱉는 리파티 한 방은 허를 찌르는 짜릿한 기습공격일 텐데……. 해학과 풍자와

기지가 가득해서 통쾌한 웃음을 주거나 유쾌한 스트레스 해결책이기도 할 텐데…….

 

매버릭이란 '홀로 튀긴 하지만 다수가 안일한 선택을 할 때 용기 있게 독립 입장을 취하는 지식인'이다. (29쪽)

예전에 친구가 권해준 영화에 <매버릭>이 있었다. TV로 봤는지 비디오로 봤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멜 깁슨과 조디 포스트가 나왔던 서부영화였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들이 개성이 강하고 용감무쌍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가진 도둑들이었는데……. 그때도 보면서 제목이 내용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매버릭.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일까.

 

-사람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죽을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36쪽)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상어를 죽이고 나서 한 말이라고 한다. <노인과 바다>는 인생을 통틀어 자신이 슬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했던 헤밍웨이. 그는 쉬운 단어, 짧은 문장을 사용했고, 명사·동사 중심의 긍정문을 사용했다고 한다. 헤밍웨이에 의해 확립되었다는 하드보일드 스타일(강건체)은 사실만을 객관적이고 냉정한 문체로 적는 것이다. 그래서 헤밍웨이의 작품에서는 더욱 남성적인 느낌이다. 세계대전에 적십자사의 구급차 운전사로, 종군 기자로 참여했던 그는 사냥이나 낚시, 투우 등의 핏빛 취미를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남성적인 글이라고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노인과 바다>에서는 망망한 대해에서 거대한 청새치와 사투하며 잡는데 성공한다. 실제로 헤밍웨이는 쿠바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청새치 800마리, 참치 200마리를 잡은 것이라고 추산된다는데……. 고기잡이에 대한 반전문가적인 경험과 지식이 <노인과 바다>라는 명작으로 나올 수 있었으리라.

 

  

훌륭한 농담(joke)은 비평할 수 없는 결정적이고 신성한 것이다. 인간과 훌륭한 농담과의 관계는 절대적이며 신성하기까지 하다.(423쪽)

농담의 가치를 보여준 영국 비평가·시인·소설가 체스터턴의 말이다. 훌륭한 농담이든 아주 오래된 농담이든 조크는 말의 예술, 철학의 최고봉이 아닐까. 촌철살인이기도 하고 최적의 처방전이기도 하니까. 말 한마디에 울고 웃고, 말 한마디에 오해가 풀리거나 쌓이고, 말 한마디에 세계인들을 휘어잡기도 하니까.

 

나는 풍요로운 빈곤 속에 산다. (433쪽)

역설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어긋난 논리와 상반된 표현, 대립적인 시각에서 한바탕 웃음이 나고, 깊이 생각하게 되고, 색다른 말의 묘미와 화려한 역설의 진미를 맛보게 된다. 역설은 말의 진국이다. 덤으로 인생의 맛까지 느끼게 한다.

 

말 많은 세상에서 말 콘서트를 보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다.  질적으로 다른 말, 세계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 영혼을 울린 말은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으니, 더욱 아이러니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이 아니라 말의 깊은 빛깔과 진한 울림을 담은 말 잔치, 지루할 틈이 없다. 읽을수록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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