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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교회 잔혹사
옥성호 지음 / 박하 / 2014년 3월
평점 :
[서초교회 잔혹사]한국 교회의 민낯 또는 자화상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문제는 발생한다. 그러니 교회라고 문제가 없을까. 하지만 똑같은 문제라도 사회보다 교회가 보여주는 문제들이 더 실망스럽게 비쳐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닐까. 선의로 세워진 교회이기에 절대 나쁜 일은 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 아닐까.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불편한 소설을 만났다. 한국사회의 대형교회를 날카롭게 파헤쳤기 때문이다. 소설은 물론 허구다. 하지만 내용은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주변에서 많이 보아왔고 들어 왔던 이야기들 아닌가.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들의 부정과 부패, 비리와 축재는 직·간접으로 듣고 있지 않은가.
주인공은 서초교회의 간사 및 부목사로 13년을 봉사한 장세기다. 창세기랑 비슷한 느낌이다. 그는 평신도로 교회에 들어와서 청년부 간사를 맡았다. 이후 신학대학원을 다녔고 청년부 담당 목사가 되었다. 결혼을 하게 되면서 그는 그저 청년부 목사로 은퇴하고 싶다는 소박한 로망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서초교회를 개척한 정지만 원로목사의 은퇴로 사건이 시작된다. 서초교회의 목사 자리는 한국 교계의 막강한 파워를 지닌 자리였다. 그래서 후임자에 대한 이목이 쏠리게 된다.
하지만 느닷없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한인교회를 운영하는 김건축 목사가 오게 된다. 자기편을 구분하는 살생부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교회의 목사들은 떠나거나 불안에 떤다. 김 목사의 살생부에는 핵심 요원, 잉여 요원, 건전지 요원들이 있다는 소문이 퍼진다. 핵심 요원은 서초교회에 남아야 하는 목사, 잉여 요원은 김건축 목사가 부임하기 전에 나가야 하는 목사, 건전지 요원은 있어도 되지만 없어도 별 상관이 없어 언제라도 대체 가능한 목사를 말한다.
특히 남들보다 인지도가 약하고 학벌도 상대적으로 낮은 장세기 목사는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더구나 막강한 학벌과 실력을 갖춘 목사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나면서 교회는 더욱 어수선해진다.
자기 취향의 목사들을 부장목사, 과장목사라는 명복으로 추대하거나 데려오는 김건축 목사. 교회는 김건축 목사에 충성하려는 자와 그의 비리를 캐는 부류로 갈라지면서 목사들 간의 이간질은 심해진다.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과 속임수는 물론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김건축 목사와 그 주변인들.
김건축 목사는 미국에서 개척교회를 실패하고 아프리카로 사자사냥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일종의 아프리카 선교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불법인 사자사냥에 더 열을 올렸다는 소문만 무성하고......
김건축 목사는 세계 선교와 글로벌 교회를 지향한다며 아프리카 요루바족의 언어로 자신이 만들었다는 찬양을 하게 한다. 뜻도 모르면서 부르고 있는 모습에 헛헛한 웃음이 나온다. 진짜 아프리카 언어는 맞는 건지……. 세계선교를 위해 이중 언어가 필요하다며 교역자 회의를 영어로 진행 하거나 목사들에게 토익 시험을 치르게까지 한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고, 언젠가 진실은 알려지는 걸까.
김건축 목사의 영어기도 립싱크가 드러나고, 자신이 쓰지 않은 책을 자신의 이름으로 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이후에는 독단적인 토지 매입 등의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거대 기업처럼 대형화된 한국 교회의 모습은 기업의 이미지가 강해 보인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목사들의 권력남용, 부정과 부패는 교회 사회를 어둡게 할 것이다.
이 소설은 신은 없고 인간이 득실대는 교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신의 이름을 빌렸으나 신은 허수아비인 교회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상처투성이의 현대 교회를 비춘 교회들의 민낯, 일그러진 자화상이 아닐까. 몇 %만 사실일 거야라는 추측은 이미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읽는 동안 엄청 불편했던 소설이다. 선의의 교회들, 선량한 신자들에게 누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속화된 교회의 비리, 타락한 종교의 부정부패는 다르기 힘든 성역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저 순수한 교회의 모습으로 정상화되길 빌 뿐이다.
교회를 비롯한 모든 종교 단체들이 순수한 봉사의 마음이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