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외로워서 그랬던 거야 - 제1회 ‘아리가토 대상’ 대상 수상작 꿈결 청소년 소설 1
기타바야시 우카 지음, 조찬희 옮김 / 꿈결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은 외로워서 그랬던 거야]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사는 이야기, 감동적이야~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가 없다면…….

사춘기에 부모의 이혼을 겪게 된다면…….

사랑하는 가족마저 병들게 된다면, 얼마나 외롭고 슬플까.

자신을 무조건 사랑해주는 한 사람의 어른만 곁에 있어도 문제아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외롭고 쓸쓸한 고무기에게도 그런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여고생인 고무기는 도쿄를 떠나 이바라키의 외갓집에 와 있다. 리빙 잡지 기자로 도쿄 생활을 하는 엄마와 헤어져 쇼헤이 외할아버지에게로 온 것이다.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는 집을 나갔고 기다렸다는 듯 아빠는 새 여자를 데리고 왔다.

 

고무기는 고등학생이 되어 이바라키로 전학을 했으나 이미 개학식도 끝난 사월 중순이어서 친구들과 섞이기 힘들어진다. 때를 놓친 전학생이지만 친구들과 친해보려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더니 더욱 친구들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받게 된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학교생활에 점점 고통과 외로움으로 지쳐가는 고무기.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쉬고, 혼자서 하늘 보고…….

고무기가 등교거부를 하면서 숨어든 곳은 송사리 학교다. 송사리 학교는 수풀이 많은 강가의 나룻배였고, 고무기의 최고 아지트였다.

 

도쿄라는 정체불명의 거대도시가 무서웠는데, 이젠 고등학교까지 싫어진 고무기에게 희망이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불안해지고 싫어지는 현실은 점점 뭔가에 짓눌린 듯 갑갑하고 무거워지는데…….

 

할아버지는 회사에 다니면서 수박, 옥수수, 호박 농사 등을 짓기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고무기가 학교 가기 싫어하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시는 분이다.

할아버지가 농사짓는 모습, 할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점점 마음을 열어가고 있는 고무기. 고무기에게도 봄은 올 것인가.

 

-정말 신기하다.

어떻게 하면 메마른 흙뿐이던 그 밭에서 이렇게나 많은 수분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걸까. (책에서)

 

하지만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운 걸까. 고무기는 아침에 잠을 깨면 정체모를 묵직한 납덩이에 다시 눌리게 된다. 자신의 고민을 누구에게라도 털어놓는 게 힘든 걸까. 아무도 고무기의 고민을 눈치재지 못한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쓰러지게 되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할아버지를 고쳐보고자 엄마는 좋다는 병원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희망은커녕 약물로 인한 통증으로 할아버지는 더욱 고통스러워한다.

고무기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미치루씨에게 그림을 전달하게 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그곳에서 비슷한 또래인 치사 언니를 알게 되고, 할아버지의 그림이 미치루 씨의 동화에 들어갈 그림임도 알게 된다. 미치루 씨의 첫사랑이 외할아버지였다니...... 그림 속 빨간 옷을 입고 기도하는 남자아이는 아무래도 할아버지 같은데……. 게다가 미치루 씨의 동화책은 미완성인데다가 궁금한 내용 투성이다. 하얗고 동그랗고 푹신푹신한 방울의 비밀은 무엇일까.

 

간호학교 학생인 치사 언니의 도움을 받아 할아버지를 집으로 모시고 오면서 할아버지의 통증도 완화되어간다. 진정한 완화치료는 통증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라는 가정간호 전문 의사야마시로 선생님의 말에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미치루의 만남도 이어지고...... 먼 길을 돌아 생의 막바지에 소원을 이룬 첫사랑과의 해후는 한 편의 동화같이 뭉클하게 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무기에게 남긴 편지를 읽으며 고무기는 쪼그라들었던 마음을 활짝 펴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세상은 살만한 것 같다. 고무기에 대한 외할아버지의 응원처럼.

병간호를 하는 엄마의 지친 어깨를 보며 새삼 엄마가 존경스럽다는 고무기가 사랑스럽다.

 

옥수수를 쪼아 먹는 까마귀 그림 할아버지의 그림엽서에서는 생을 달관한 여유가 느껴진다.

-인생을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습니다. 그게 산다는 것입니다.

치사 언니의 말도 고무기를 위로해 주었을 것이다.

-아무도 없기는 왜 없어. 가족이 있잖아.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읊조리는 고무기의 독백은 진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죽는다는 건 마지막까지 꿋꿋하게 사는 거였어.

 

누구에게나 죽음은 평등하게 찾아온다. 그렇기에 죽음 앞에 좌절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생을 온전히 살다가 가는 게 맞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될, 외로움, 슬픔, 이별, 첫사랑, 아쉬움, 후회, 낭만에 대한 생각을 하게하는 책이다. 청소년을 위한 얇은 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묵직한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인생의 의미를, 삶의 의미를, 외로움의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삶은 서로에게 사이좋은 시간을 선물하고,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선물하겠지.

일생이 연극이라고 생각했는데, 동화 같은 삶도 있구나 싶다. 외할아버지와 미치루 이모처럼…….

책을 펼치면 의외로 빨려들게 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묵직하면서도 따듯하고 감동적인 책, 삶에 대한 통찰, 죽음을 맞는 자세까지 포근한 기운이 감싸 듯 흐른다. 아리가토 대상 수상작! 설명이 필요 없는 책이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