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나남창작선 116
이병주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병주 장편소설 정도전]소설로 읽는 정도전, 읽는 재미가 있다!

 

백성들의 정신적 지주여야 할 승려들의 타락과 탐욕이 없었다면…….

왕실과 권문세족들의 무사안일이 없었다면…….

권력의 최상위층들이 미래를 정확히 볼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고려의 국운을 살릴 수 있었을까.

 

고려 말의 무수한 전쟁, 암투가 국력과 왕권을 약화시킴으로써 야욕을 가진 이성계와 역성혁명의 의지를 가진 정도전의 역사적 만남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만약 고려가 일찍이 정도전을 재상에 등용하고 그의 권고를 받아 들였더라면....... 그랬다면 아예 위화도 회군은 없지 않았을까.

무너져가는 북원에 사대하려던 고려 왕실과 지도층들, 이들과 대척점에 선 정도전.

오늘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정도전은 새롭게 떠오른 명과 손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여러 차례의 유배, 한직 등을 전전긍긍한 불운의 학자였다. 학문과 지혜가 뛰어났지만 그가 조정의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는 그의 강골 기질이 지도층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정도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예나지금이나 바른 소리로는 소통하기 힘들고, 거짓말과 아첨이 통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할 뿐이다. 권력에 빌붙어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자들이 지금도 널려 있을 텐데…….

 

조선의 건국은 명분이었다. 고려의 명이 다했음을 알려야 했고 조선의 태동이 불가피함을 설득해야 했으리라.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이념이었다. 고려의 불교에 맞설 유교적 이념.

그런 기초를 세우기에는 정도전의 박식한 지식과 지혜가 폭넓게 활용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도전이 새 왕조 건설에 기여한 최대공신임을 잘 알고 있다.

새 왕조의 수도를 결정하는 일, 궁전, 궁문, 도성문의 이름 짓기, 도성 내외의 49방의 이름 짓기, 군사제도 개혁, 병법 개혁, 요동수복을 위한 전쟁준비, 사병의 공병화, <경국대전>의 기초를 마련 등…….

 

지나간 역사를 되돌릴 수 없지만 뛰어난 화술의 소유자, 핵심을 찌르는 설득력의 소유자, 방대한 독서량, 폭넓은 지식을 지닌 개혁적인 학자 정도전을 활용하지 못한 고려 왕조의 마지막 모습이 안타깝게 여겨지는데…….

 

왕권 정치를 주장하던 이방원과 재상 중심의 신권 정치를 펼치려던 정도전의 충돌은 불가피했으리라. 결국 야심 많은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권력의 속성을 생각하게 된다. 권력 앞에서 이상 국가는 무모한 도전일까.

대하소설 작가로 알고 있던 이병주. 벌써 고인이 되었음을 처음 알았다. 역사소설을 주로 쓴 작가이기에 늘 감사한 마음이었다. 역사를 쉽게 풀어 소설로 썼기에 독자로서는 늘 감사한 마음이었는데……. 삼봉 정도전의 이야기가 드라마에서도, 책에서도 종종 접하지만 역시 이병주의 소설은 읽는 재미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