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과 수리공 - 과학을 뛰어넘은 엔지니어링 이야기
권오상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노벨상과 수리공]엔지니어링이 과학을 이끈다!!

 

과학이 먼저냐, 기술이 먼저냐의 논쟁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와 같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기술 없이는 과학이 성립되지 않지만 기술만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애초에 과학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과학적 발명품들은 기술적 결과물이기도 하니까.

저자는 엔지니어링이야말로 과학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해결책을 만들어 내어놓는 엔지니어링과 이론적 가설들만 무성한 과학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저자는 엔지니어링과 과학의 차이를 밝히면서 기술의 우위를 말하고 있다.

이론 위주의 과학보다 현실적 실험 위주의 실물 연인 기술이 우세라는 것이다.

기술이나 공학, 엔지니어링이 과학의 종속 개념, 하위 개념, 파생적인 학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학과 엔지니어링의 차이는…….

과학은 사물의 근본적 원리를 내포하고 있다. 법칙과 이론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은 쓰임새가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과학자는 있는 것을 공부하는 사람이고

엔지니어는 없는 것을 창조해내는 사람이다. -테오도르 폰 카만 (책에서)

 

사람들은 폰 카만을 우주개발의 아버지, 우주과학자라 부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엔지니어라고 한다.

널리 실생활을 이롭게 하는 기술, 그런 기술의 바탕 없이는 존재하기 어려운 게 과학의 현실이기도 한데…….

과학이 우선일까, 기술이 우선일까.

 

하늘을 날고 싶은 이카루스의 꿈을 최초로 실현한 사람은 종이 제조업자인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였다. 물론 그들은 엔지니어였다. 가벼운 종이나 직물로 공기주머니를 만들어 날개를 만들었고 결국 열기구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새뮤얼 랭글리는 하버드대학교 천문대에서 근무하고, 미해군 대학과 웨스턴 펜실베이니아에서 수학과 천체물리학을 가르쳤던 저명한 교수였다. 7년 동안 미 정부의 지원을 받아 유인동력비행에 필요한 엔진개발에 몰두했지만 실제 비행실험은 하지 않았다. 결국 공개 비행에서 실패 했고 자신의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그리고 국민들에게도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이론에만 치우친 연구 개발의 나쁜 예라고 할까.

 

랭글러가 공개 비행에서 실패한 9일 후 자전거 수리공들은 유인동력비행에 성공하게 된다. 라이프 형제의 플라이어 1호다.

럼포드 메달, 헨리 드레이퍼 메달, 얀센 메달 등을 받으면서 천체물리학자로 최고의 영광을 누리던 랭글러. 그를 넘본 사람들은 사회적 명성도 없고 연구비 지원도 없던 자전거 수리공이었다. 고졸 학력의 기계완구나 자전거 제작 수리공인 라이프 형제.

 

랭글러는 새의 비행과 유인동력비행기의 비행을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믿었고, 고출력 엔진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항공역학의 이론적 공식에 의해 엔진의 무게와 출력을 계산했고, 그 엔진이 개발 될 때까지 실제적인 비행 테스트는 하지 않았다니! 과학자의 오만이 지나친 경우가 아닐까.

반면, 자전거 수리공들은 1000번 이상의 테스트를 거치며 무수한 시행착오를 했고 성공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언론에서도 랭글러의 연구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라이프 형제의 비행성공은 무시했다고 한다

유인동력비행의 역사는 과학자라고 후원하고 존경했던 이의 연구실이 아닌 엔지니어의 무수한 실험정신의 쾌거였다. 누가 더 위대한가.

 

chemistry(화학)라는 말은 alchemy(연금술)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관념이나 이론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던 연금술은 분명 엔지니어링이다. 화학의 창시자들은 연금술사였던 것이다.

 

아폴로 발사는 과학이기보다 엔지니어링의 성격이 강하다는데…….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착륙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의 기술적 요소가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지구로 귀환하는 데에도 기술적 문제해결법이 필요했다.

 

결국 NASA는 과학이 아니라 엔지니어링을 하는 곳이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데…….

모든 기계 장치의 개발과 제작이 엔지니어링이니까. 태양을 탐험하는 우주선, 유인우주왕복선, 유인 우주정거장,... 모두가 기계제작과 기술 없이는 불가능한 결과물이기에…….

저자는 과학은 만들지 않으면서 비평하거나 이론에만 집착한다고 말한다. 가상의 세계에서 가능과 불가능을 지적할 뿐이라고 한다. 현재의 과학 역시도 엔지니어링이기에. 엔지니어링이 결코 과학의 하위 개념이 아닌 것이다. 무언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과학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책의 내용들에 지극히 공감이다.

과학은 사후약방문적 해설과 무책임한 예측이기 쉽다.

과학적 가설은 부정하는 증거가 하나라도 발견되면 과학적 진리가 아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은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기에 결코 부정될 수 없다.

엔지니어링은 창조적이고 미학적이다. 바퀴의 발명은 인류의 비약적 성장을 가져온 엔지니어들의 승리다. 디자인 역시 엔지니어링을 바탕에 두고 있다.

책에서는 스스로 엔지니어라고 생각한 과학자들인 아인슈타인, 최무선, 이순신 이야기도 있다. 흥미 있다.

노벨상 역시 엔지니어의 유산이라는데…….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도 기술의 승리다.

미국과 중국은 엔지니어링의 기풍이 강하다는데……. 우리에게 엔지니어링 교육이 의무적이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다.

영화 <아이언 맨>의 실제 모델인 엘론 머스크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엘론은 스스로 물리학을 공부하며 전기자동차와 우주로켓 회사, 태양에너지 개발을 꿈꾸는 벤처 공학도이자 천재경영인이다.

NASA가 수년 간 연구한 비용절감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경영인이다. 로켓에서 동력원이나 연료가 차지하는 비용은 전체의 0.3%다. 로켓을 재사용한다면 100배나 싼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가 이뤄낸 로켓제작비 75% 절감!!

 

엘론은 우주개발 혁신이 장기적인 대형 투자가 아닌 단기적인 기술 개발과 벤처 육성 시스템으로 주도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과학기술 연구자와 기술을 사업화하는 경영자와의 접점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모델 제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는데…….

우주개발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책이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하게 된다. 이젠 NASA에도 기술자들과 경영인들이 들어가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도 했는데…….

 

이제 과학에서 답을 찾아야 할까, 아니면 기술에서 답을 찾아야 할까.

이전까지 기술자라면 과학자보다 천시한 사회 풍조가 있지 않았을까, 반성하게 되는 책이다.

공장에서 기름때를 묻히거나 현장 제작에서 먼지와 땀으로 뒤범벅이 된 기술자들, 연구실에서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의 지시로 실물개발에 임했던 기술자들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사실 기술이 받아온 대접은 과학에 비해 푸대접 수준이었다고 할까. 과학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기술의 우위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젠 과학기술이 아니라 기술과학으로 명명해야할까.

과학이 우위냐 기술이 우위냐에 대한 논쟁,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 또는 공학이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 유익한 이미지가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장래의 엔지니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과학을 뛰어넘는 엔지니어링 이야기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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