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이별 영이별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영영이별 영이별]정순왕후의 단종애사~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시절, 권력에 눈먼 사악한 왕족들이 바글거리던 시대가 조선의 6대왕인 단종부터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에 이르기까지가 아닐까. 물론 성종은 빼고 말이다. 삼촌이 조카의 자리를 탐하고, 무오사화, 갑자사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한데…….

이 책은 그 살벌한 얼음판 위에서 마음 졸여야 했던 비운의 왕비인 정순왕후 혼의 넋두리다.

소설의 형식은 독특하다. 49제를 의미하듯 49에서 시작해서 0으로 끝을 맺는다.

불교의 장례의례인 49제를 뜻하는 의미다. 49제는 극락왕생을 염불하는 ,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하는 천도제의 일종이다.

 

소설의 흐름도 죽어서 혼백이 된 정순왕후가 자신의 삶과 사랑, 구중궁월의 피비린내 나는 기막힌 역사들을 기억하며 읊조리는 독백형식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생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정인, 단종 곁으로 간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억울함과 한을 삭이지 못하여 이곳으로도 갈 수 없고 저곳으로도 가지 못하는 정처 없는 원혼으로 지내신다면, 아아, 나는 또다시 당신을 찾아 구름과 바람결을 헤쳐 가는 수밖에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겠지요. 우리는 오랜 겁을 거듭하여 부부 연으로 맺어진 사이니까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정인이니까요. 기다리세요. 당신. 내가 곧 갑니다. 더는 외롭고 씁쓸하지 않으실 거예요.(책에서)

 

세조로 인해 폐위가 되고 유배를 떠난 단종. 단종의 비인 정순왕후 송씨. 이런 기막힌 운명이 어디 있을까.

15살에 혼인해서 18살에 지아비를 잃고 82살에 세상과 하직한 단종의 여인.

남편을 잃고, 홀로 65년의 긴 세월을 어떻게 버텨낸 삶은 허허롭기 까지 했을 텐데…….

 

그녀가 마지막 숨을 거둔 곳은 정업원이다.

정업원은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민왕의 후비 안씨의 거처이자 절이었던 곳이다. 이후 지아비를 잃은 왕실 여인네들의 마지막 안식처가 된 곳이다.

자식 없는 후궁들과 왕실의 과부들을 위해 세워진 절로 서늘한 냉방이라는데…….

 

비구니였고, 뒷방 늙은이였고, 날품팔이꾼이었고, 걸인이기까지 했던 여인인 정순왕후. 한때는 화려한 중전의 자리에서 위엄을 보였을 송씨. 그녀가 본 세상살이는 어땠을까. 인생무상을 느끼지 않았을까.

 

정순왕후는 단종을 유배 보내고 기묘년의 피바람, 무오년의 난리를 거치며 모진 목숨을 연명하게 된다. 그러다 뒤늦게 정종과 경혜공주 사이에 난 아들 미수를 양아들로 받아들이며 어미로서의 모성을 느끼며 감격해 한다. 불임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을 텐데…….

성종이 왕위에 오르고 나서야 정순왕후의 복권은 이루어지게 되고.

연산군의 학정에 시달리다 정변에 성공한 신하들은 진성대군(중종)을 왕으로 앉히게 된다. 중종의 비인 장경왕후의 외로움과 산후 죽음까지 보면서 생이별의 고통, 지아비의 사랑 못 받는 설움을 자신의 고통과 비교하기도 한다.

 

변변치 못한 몰골에 궤란쩍게도, 나 역시 속으로만 가만히 신씨와 나의 처지를 견주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살아 생이별한 신씨가 더 편찮을까, 죽어 영이별한 내가 보다 나을까. (책에서)

이 소설은 정순왕후 송씨의 입으로 전해 듣는 파란만장한 왕실여인의 비망록이다. 슬픈 정인을 위한 비통의 위령제다.

살얼음판 위를, 칼 날 위를 살아왔던 한 여인의 길고 긴 파란의 여정을 노래한 망부가다. 역사 속에 숨어 있던 왕실 여인들을 향한 작가가 드리는 49제가 아닐까.

 

처음에는 낯선 형식에 읽기가 힘들었다. 역사소설의 맛은 대화체의 쫄깃함과 속도감 있게 읽히는 긴박감인데……. 대화체가 독백의 형식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린 소설이다.

낯선 형식의 역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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