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진화론 - 공학도가 바라본 자본주의 위기
김송호 지음 / 태웅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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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진화론]공학도가 바라본 자본주의의 위기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끄는 책이다. 하지만 읽을수록 공감하며 더욱 빨려드는 책이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한 고민들을 과학 법칙에서 찾아보는 책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해법을 공학적인 입장에서 찾아보는 책이다.

수백만 년 인류 역사에서 자본주의 역사는 300년도 채 안 된다는데…….

오랜 기간 계속되어온 자급자족형태의 공동체가 초기 상업 자본주의, 산업 자본주의, 금융 자본주의로의 바뀌면서 급속한 변화를 겪게 된다. 불과 몇 백 년 사이에.

한때 환상을 심어줬던 공산주의의 몰락은 자본주의만이 생존의 유일한 대안처럼 더욱 맹신하게 만들었고…….

 

현대 자본주의는 믿을만한 최후의 경제 체제인가.

현대 자본주의가 이상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

현대 경제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는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화석연료의 활용과 금융 거품이다.

 

이제 화석연료의 고갈이 자본주의 체제를 뒤흔들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데…….

화석연료가 무한정하다는 전제가 깨지는 순간 그 뿌리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데…….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부의 축적은 시작되었고, 화석연료의 고갈은 부의 축적이 끝난다는 말이다. 새롭게 등장했던 금융 기법에 의한 부의 증가 역시 계속되기는 불안하다.

 

경제 성장 위주의 사고방식에는 문제점이 없을까.

세계 최고의 부자들인 산유국의 왕들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증권 시장의 활성화로 실물에서 신용을 기반으로 한 부의 축적이 이뤄지게 되었다.

실제로 부자들은 부를 현금으로 갖고 있기보다 주식이나 채권의 형태가 더 많다. 증권 시장의 시황에 따라 하루아침에 몇 조원의 부가 날아가거나 쌓이기도 해서 세계 1위의 부자조차 엎치락뒤치락 할 정도다.

 

원시 시대의 공동체적인 자급자족은 그날의 양만큼 얻고 소비하는 구조다. 필요 이상으로 수확해도 보존의 방법이 없었기에 일종의 무소유 개념이거나 지나치게 취하지 않는 것이었다.

농업은 잉여생산물의 축적, 직업의 다양화, 부의 축적과 교역을 불러왔다.

부의 고착화의 시작이었다.

 

산업혁명은 부를 더욱 촉발시켰다.

농산품보다 보관이 용이해진 공산품의 대량생산과 소비촉진의 가속화, 휴대성이 더욱 좋아진 신용카드의 등장과 금융권의 발전은 소비를 더욱 촉진 시켰다. 그래서 생산보다 소비가 부의 증가를 주도하는 양상이 되고…….

 

지금 각국의 경기 부양책도 저축보다 소비를 장려하는 추세다.

미래의 부를 당겨쓴다는 신용창출은 결국 거품인데…….

그 결과 세계 GDP는 1820년과 1995년 사이에 40배 이상 증가했다.

부채 역시 막대하게 증가했다. 결국 빚은 부의 거품만 키웠다. 부의 거품 키우기에 일등 공신인 증권 시장, 전쟁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은 씁쓸한 이면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덕분에 군수물자를 제공했던 미국은 세계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일본 역시 한국전쟁의 군수물자 기지 역할을 해서 경제 기반을 마련한 경우고, 한국 역시 베트남전의 참전 수당의 덕을 봤던 것이다.

군수산업, 국방산업, 교정 산업도 이젠 경제의 한 부분이다,

 

전쟁도 범죄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하지만 GDP를 높이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범죄율을 높이는 것은 모순이다. GDP 지상주의를 탈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에서)

 

기업이 성장하면 개인도 부유해진다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미미하다는 얘기다. 갈수록 심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시대를 예상할 정도인데…….

대기업에 의한 경제 쏠림과 금융 산업의 거품 만들기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거품 만들기는 우려할 수준이다.

 

대량생산은 농업에서도 비료와 농약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도 선진국에서 먼저 행해진 것이다. 밀집 사육방식은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를 주입해 가축을 빨리 자라게 하면서 질병과 박테리아를 키우고 인간에게 전달하고 있다.

 

부의 축적을 가능하게 한 화석연료는 이미 정점을 지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대략 석유 자원은 30~50년, 석탄은 약 200년, 천연가스는 70년 정도라고 한다. 자원의 한계는 성장의 한계를 의미한다. 대체 에너지, 대체 기술마저도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니까.

많은 지하자원들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생산보다 소비는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이기에 더욱 비관적이다.

미국은 인도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의 20배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몇 십 배의 에너지를 선진국에서 소비하고 있다.

 

녹색성장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녹색 성장을 주장하는 이유가 개발도상국의 추격을 막기 위한 것, 자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분야는 일반 서민들의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 녹색 성장의 일자리 창출은 허울만 좋은 실패작이 되고 있다.

 

저자는 과학 원리로 본 지속적인 경제 성장 가능성을 엔트로피 법칙(열역학 제2법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엔트로피 법칙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세상에 존재하는 에너지는 유용한 에너지에서 무용한 에너지로 변한다. 무질서도가 점점 증가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파멸을 맞는다는 말이다. 특별한 장치를 통해 외부에서 에너지를 가하지 않는 한 자연계의 모든 현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쓸모 있는 에너지로 다시 활용한다는 게 실질적으로 힘들다는 말이다.

전 지구인이 인도식으로 채식을 하면 지구에 100억 명이 살 수 있지만, 미국식으로 육식을 하면 10억 명도 살기 힘들다고 한다. 생명체가 자신의 엔트로피를 낮추기 위해 생태계의 엔트로피를 높이고 있다는 것인데…….

 

산업혁명이야말로 엔트로피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인 결과이며 경제 성장은 종말을 향해 달리는 것이다.

분업과 대량생산에도 문제점은 있다. 수출과 수입으로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사용은 지구에게는 엔트로피를 높이는 것이다.

자원 재활용으로는 미흡한 대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은 소유가 아닌 공유다. 협동조합 같은 대안 자본주의다.

공유 시스템은 과잉소유물들을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그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의 세상에서는 공유를 더 쉽게 할 수 있다. 지식과 정보의 공유까지도.

히말라야에 있는 라다크와 부탄처럼 소득대신 행복지수가 국가의 목표가 된다면, 경제 성장 위주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공동체를 통한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화폐 역사를 통해본 부의 진화, 코리안 타임에서 '빨리빨리'문화로 바꾼 이유들, 점점 커지는 세대 갈등, 최후의 보류인 연금의 불편한 진실, 한국에서의 부의 진화, 장식 투자에 멍드는 한국의 문제거품을 키우는 전세제도, 금융 거품을 키우는 주주 자본주의, 세계의 공동체 네트워크들……. 공감 가득한 내용들이다.

 

이 책은 세상이 돌아가는 근본이치를 경제 분석에 적용한 책이다. 열역학의 법칙, 열역학 제2법칙을 경제에 적용한 엔트로피 경제학을 통해 부의 정체를 분석했다. 부가 무한하게 커질 수 없다는 엔트로피 경제학에 공감한다.

사회학 책을 본 다음 자연과학 책을 읽다 보면 사회현상이나 자연현상이 똑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에 엔트로피 경제학에 공감이다.  

 

부의 거품이 사라지는 시기도 멀지 않았고 사회현상도 자연 현상의 연장이라는 측면에서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는 말에도 공감이다.

현실의 위기상황이 너무 절박하고 급박함을 부의 진화를 주제로 다룬 책이다. 그것도 과학적인 입장에서.

국가 경쟁력이 부유한 사회보다 행복한 사회를 목표로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GDP보다 행복지수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상생과 공유의 삶도 생각하게 된다.

경제문제를 과학자의 입장에서 푼 책들은 지구의 자원을 고려한, 지구의 수명을 고려한 대책들이 많기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저자는 서울대, KAIST, 미 퍼듀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형적인 공학도에서 인생 후반기를 행복전도사로 살고 있다는 김송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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