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정도전
주치호 지음 / 씽크뱅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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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권으로 읽는 정도전]개혁적인 민본정치가, 조선개국공신, 정도전을 만나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정도전>.

TV드라마를 보진 않지만 끌리는 인물이다.

조선개국 공신, 역성혁명의 중심이었던 그가 없었다면 조선의 개국이 그리 순탄했을까. 조선의 문화가 그토록 빨리 꽃 필수 있었을까.

만약 왕자의 난 때 이방원의 칼에 죽지 않고 천명이 다하는 날까지 조선을 다스렸다면 조선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의 소원대로 민본정치의 토대가 튼튼해졌을까.

 

도전. 이름만큼이나 도전적인 삶을 산 그의 이야기는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는 고려사절요를 바탕으로 했기에 이성계 중심의 조선개국 이전의 이야기였다. 정도전 이야기의 맛만 본 셈이다.

이번에는 정도전의 죽음 이후까지 다루고 있기에 그의 삶을 제대로 살필 수 있었다.

 

책에서는 화령의 무장 이성계와 유배지를 떠돌던 문인 정도전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낡은 것을 헐어 버리고 새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열망은 두 사람을 서로 끌리게 하는데…….

 

이성계의 집안은 원래 전주였다. 4대조 이안사가 2백여 가구를 이끌고 전주를 떠나 삼척으로, 원산 부근의 용주리로, 다시 화령으로 옮겨 온 것이다. 이곳에서 이성계의 조부 이행리, 부친 이자춘의 여진족 토벌의 공로로 국경 수비를 맡게 되었다. 이성계의 동북면 도지휘사자리도 대물림이었던 셈이다. 이곳에서 이성계는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었다.

 

당시 집권자들은 친원 척명을 내세웠다. 무너져가는 원과 새롭게 부상하는 명을 보면서도 기득권을 위해 현실적인 외교를 하지 못한 것이다.

썩어빠진 고려에서 개혁을 꿈꾸는 사대부의 등장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잦은 외세의 공격, 전쟁의 상처로 황폐해진 고려의 모습,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배신자가 되는 고려의 막판 혼란은 가히 전국시대 같은 느낌일 정도니까.

기생과 궁녀와의 방탕한 삶과 술과 간신들에 빠진 군주, 주지육림에 빠진 승려들,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주변정세를 파악 못하는 권문세족들…….

 

나라가 망할 징조를 고스란히 갖고 있던 고려에서 정도전의 바른 소리는 늘 유배로 이어졌다.

권문세족의 득세에 백성들은 삶은 점점 피폐해져만 가고, 유배지를 떠돌며 백성들의 실상을 직접 겪은 정도전은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고민하게 된다.

고려 말의 혼란, 백성의 도탄을 보면서 백성을 위한 정치를 생각하게 된다.

 

왕씨 왕조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역성혁명의 구상은 언제부터였을까.

정도전은 이전에 정몽주로부터 <맹자>를 선물 받았다. 25세에 부모님을 연달아 여의고 고향 영주에서 시묘를 할 때 정몽주가 보낸 것이었다. 맹자의 민본사상 위에 자신의 국가관을 확고하게 갖게 된 것이 이때가 아닐까.

 

공민왕 때에 여진족 토벌과 왜군 격퇴로 승승장구하던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으로 권력의 실세에 오르게 된다. 역성혁명의 성공인 것이다.

이성계와 정도전을 중심으로 한 신진사대부들은 합세하여 왕 중심의 나라에서 재상 중심의 나라로 재편하기 시작한다. 정도전은 이론적 바탕을 유교에 두고 이념적 체계를 완성해 간다. 조선경국대전을 편찬하게 되고 궁궐을 짓고 이름을 유교적 이념에 맞게 명명한다.

토지제도 등도 개혁하게 되고…….

 

조선 초 최대의 지식인이자 급진적인 개혁파, 민본정치가라는 입장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외려 죽음을 재촉하게 했을 텐데…….

 

-목숨을 부지할 길은 없는가?

 

왕자의 난 당시 죽음을 앞두고 목숨을 구걸한 모습은 역성혁명가의 모습으로는 다소 당황스럽지만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죽음 앞에서 인간적인 고뇌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책에서는 정도전을 고결한 인품을 가진 덕망 높은 지식인으로 그리고 있다.

정몽주를 우직한 최고의 지식인이지만 미래를 보지 못하는 인물로, 최영을 충성뿐인 무인 정치가이자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자로 묘사한다.

조선의 문화가 빨리 꽃피울 수 있었던 이면에 정도전의 노력이 있음을 생각한다.

국가의 존재 가치를 민본에 두고 법을 만들고 조직을 만들었으니까. 정치 이념과 국정 목표를 세웠으니까.

그런 안정 없이 조선의 문화가 일찍 꽃피울 수 있었을까.

 

시대가 영웅을 만들었을까 아니면 영웅이 시대를 만들었을까.

고려 말 혼란의 틈바구니가 없었다면, 권문세족들이 안정적인 정치를 했더라면 역성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역성혁명은 그의 필연이자 운명이 아니었을까.

 

지금 서울에는 정도전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가 지은 전각의 이름, 사대문의 이름들…….

정도전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한 요즈음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가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한 지식인, 민본정치를 실천하려던 정치가였음에 괜히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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