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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베스크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4년 3월
평점 :
[아라베스크]이번엔 마광수의 옴니버스 장편소설이다.
이번엔 마광수의 옴니버스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작품인 <2013 즐거운 사라>, <가자, 장미여관으로>, <생각> 등을 읽으면서 주제가 일목요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권의 책들을 읽으면서 받은 느낌은 작가가 굉장히 자유로운 정신으로 육체의 자유, 성적인 민주화, 성적 상상의 무한도전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외설스럽고, 위험하기까지 한 남성 위주의 성적 판타지라고 할까.
상당히 관음적이고 퇴폐적인 미가 가득한 점에서 남성들의 솔직한 의중을 꿰뚫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가도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면 굉장히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라베스크.
옴니버스 장편소설의 제목만큼 어울리는 제목이다.
아라베스크는 문자와 식물무늬 등이 아름다운 곡선과 융합된 기하학적인 무늬로 환상적인 이슬람 양식이다.
옴니버스식 구성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들이 모여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구성이다. 전혀 다른 장소, 전혀 연관성 없는 사람들이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며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이기도 하다.
비슷한 말로 연작 구성이 있다.
연작 구성은 주인공이 같고 몇 개의 단편들이 묶여 있다는 점에서 옴니버스식 구성과 구별된다.
역시나 이 소설에도 작가다운 무한 상상의 성적 세계를 판타지라는 형식, 옴니버스라는 형식으로 담았다.
책 속에서는 사라 공주, 램프의 요정, 황진이, 낙화암의 삼천궁녀, 샹그릴라, 색희와 양귀비,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갈매기의 꿈, 나의 첫사랑, 즐거운 왕국 등이 시공을 초월하며 펼쳐진다.
프롤로그에는 에덴동산의 야한 세계를 담았다.
에덴동산은 문명화되기 이전의 곳이라서 원시적인 모습을 상상했다. <성경>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처음에는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덴동산은 생각했던 것보다 '인공미'와 '섹시미'의 극치였다. (책에서)
이 소설은 문학성을 겸비한 야한 소설, 자유롭고 솔직한 에로틱 소설, 거침없이 가벼운 기묘한 소설, 하나의 주제에 정말 충실한 끈적끈적한 소설이다.
가학성과 피학성을 적나라하게 펼치는 불편한 소설이다. 남성의 연약한 본성과 강하고 싶은 욕망을 파헤친 파격적 소설이다.
결론은 이번에도 역시 마광수다운 소설이다.

이 책은 1992년 봄부터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라는 제목으로 <스포츠 조선>에 연재되어 오던 것들, 1997년 월간지 <길>에 연재한 후속편들을 묶은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쓴 의도는 '가벼움의 미학', '솔직한 판타지의 구현'이라고 한다.
작가의 마무리 글에는 검열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나친 검열도 문제지만 검열 없는 세상은 법이 없는 세상과 같다는 생각이다. 세상에 법이 없다면 선량한 사람들을 보호해 줄 막은 세상 어디에도 없지 않을까. 선량한 보통의 사람과 약한 이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법과 검열은 적절한 선에서 필요하다. 문제는 적절한 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