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느리게 걷는 즐거움]위대한 고전의 첫 문장도 발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생각도 흐르기 시작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책에서)

 

예전엔 빠름이 최선인 줄 알았다. 하지만 빠름으로는 고통과 불행을 해결하지 못함을 체득하게 되면서 느림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제목에서부터 공감이 가는 책이다.

몸은 속도전에 익숙해져 버렸지만 마음으로라도 느리게 하고 싶어서 차를 타기보다 걷기를 자주하고 있다. 인스턴트보다 슬로우 푸드에 익숙해지려 하고 있다.

원래도 걷기를 좋아했지만 이 책을 읽으니 더욱 도시의 골목길 따라, 물 따라, 산길 따라 걷고 싶어진다. 그렇게 느리게 걸으며 걷기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저자는 어떤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헤르만 헤세, 빅토르 위고, 밀란 쿤데라, 니체 등의 작품들도 그 첫 시작은 발끝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류 소설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걸으면서 풍성해지는 생각들은 우주에 빠져 들게 되어 '하늘의 절반'이 된다고 했다.

 

루소는 고독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생각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도 걷기라고 했다.

-나는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거의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정신을 움직이려면 몸을 부단히 움직여야만 한다.

 

몽테뉴는 그의 <수상록>에서 말했다.

-앉아 있으면 생각이 잠든다. 다리를 흔들어주지 않으면 정신은 움직이지 않는다.

 

 

많은 문학가, 수학자, 과학자, 철학자들은 걷기를 통한 사색과 명상으로 위대한 업적들을 이루어 왔음을 알고 있다.

걷기에는 목적이 없어도,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도 좋다. 김삿갓 방랑기가 되어도 멋진 걷기일 것이다. 

 

인생은 나그네길이요, 인간은 여행자다.

일생 동안 걷는 길은 누구나 여러 갈래 일 것이다.

사색의 길, 글쓰기의 길, 그림 그리는 길, 만남의 길, 헤어짐의 길, 침묵의 길, 수다의 길 등이 있을 것이다.

같은 길이라고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누구와 함께 동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물론 풍경도, 내 마음도, 얻는 것도 모두 다를 것이다.

 

걷기의 즐거움은 나만의 유일한 시간을 얻는다는 점이 아닐까.

걷는 시간은 엉켜있던 복잡한 삶의 실타래들을 하나하나 풀게 되는 시간일 것이다.

걷는 동안 주변의 소리에, 보이는 것에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나기도 할 것이다.

걷기 도중에 기대치 않았던 멋진 만남이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걷기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산길 활보하기, 계단 길을 오르고 내리기, 벽화가 있는 골목길을 걷기, 느린 걸음으로 걷기, 침묵으로 걷기, 호기심 가득 걷기, 사람들을 관찰하며 도시를 걷기, 자연을 관찰하며 시골길 걷기 등…….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걷기는 호젓한 산길 걷기이다. 특히 새싹이 돋는 이른 봄날, 봄소식을 알리는 작은 꽃들과 인사하며 좁다란 오솔길을 걷는 것이다.

낯선 곳이든 친숙한 곳이든 걷기는 언제나 즐겁다.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체험을 하게 된다.

정리정돈에 관한 책을 읽으면 집안 정리정돈을 자주 하게 되고 티타임에 대한 책을 읽으면 차를 꺼내 마시게 된다.

걷기를 예찬한 책을 읽으니 자꾸만 문밖을 나서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걷게 되고 조금이라도 더 둘러보게 된다.

오늘도 잠시나마 도시의 보행자가 되어 꽃길을 거닐었다.

내일은 꽃잎 떨어진 길 위를 걷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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