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술래
김선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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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술래] 나는 누구에게 특별한 존재일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단 한 명의 특별한 존재가 된다.

 

내 이름은 술래.

표지 그림이 아련해서 슬픈 느낌이다.

투명한 파랑새가 날고 희고 얇은 커튼이 하늘거린다.

눈도 부리도 없는 투명 파랑새 한 마리는 기묘하기까지 하다.

 

왜 이름이 술래일까.

숨바꼭질에서 술래는 단 한 명이다.

술래는 저승사자처럼 숨어있는 아이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은 술래를 피해 도망 다니거나 살기위해 꼭꼭 숨어버린다. 잡히면 죽음이 되고 죽은 자는 다시 술래가 되니까. 술래는 유령 같이 골목을 누비며 아이들을 찾아야 임무가 끝난다.

 

이 소설도 그런 술래가 된 아이의 이야기다. 잃을 수 없어, 잊을 수 없어 유령처럼 떠돌게 된 술래의 이야기다.

살아있지만 죽은 아이, 죽었으나 살아 있는 아이 술래.

 

슬프다. 잃는 건 잊는 것보다 슬픈 일이다. 그게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준 사실이다. (책에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던 아버지는 술래라는 이름을 딸에게 지어주었다. 숨바꼭질에서 술래는 단 한 명의 특별한 아이니까. 이름 때문인지 술래는 잘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들리고 잘 보이지 않는 것들도 보게 된다.

안 들리는 소리나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찾는 게 숙명이었을까.

 

8살에 이미 죽었던 술래는 구천을 떠돌 듯 헤매다 11살의 나이에 혼자인 아빠를 찾아온다.

억울한 죽음이라서 저승을 가지 못하고 다시 이승으로 오게 된 걸까.

오래 전에 죽은 술래에게 집은 죽어서도 무덤 일 수가 없었나 보다. 아빠 역시 술래를 가슴에 묻었기에 잊을 수 없었나 보다.

술래는 거지같은 탈북소년인 영복이를 만나게 된다. 술래로 인해 영복이와 아빠는 친하게 되고…….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은 죽음을 기다리는 일흔의 박 노인이다. 동네에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혼자서 옛집에서 죽은 듯이 살고 있다.

 

수리한다고 해서 달라질 집도, 인생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장자리부터 닳아가는 낡은 스웨터처럼, 내게 주어진 삶이 닳아가는 소리일 뿐, 나에게 남은 마지막 기쁨이 있다면 그걸 확인하는 것이었다. (책에서)

 

이제 박 노인의 집은 쓰레기만 무성한 무덤 같은 장소가 되고 있다. 외로운 죽음이 싫었던 노인은 쥐꼬리만 한 연금으로 2주에 한 번씩 피자배달을 시키고 있을 뿐이다. 노인이 죽으면 제일 먼저 피자 배달부가 발견하겠지.

어느 날 박 노인은 변비 때문에 담을 넘는 광식이와 마주하게 된다. 광식 역시 환갑을 넘긴 노인이다.

 

과거 줄타기의 명인이었고 해병대 출신이었던 광식이는 이제 정신줄을 놓기도 하며 아이 같이 변하기도 하는 노인이다. 박 노인도 과거 베트남전에 갔다가 오누이를 살해한 트라우마가 있기에 둘은 친구처럼 지내거나 티격태격 하기도 한다.

나중에 술래는 박 노인의 도움으로 자신의 엄마를 찾아가는데…….

 

작가의 재치가 구석구석 보여서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유령 같은 술래를 미스터리하게 그렸다는 점도 특이하다. 곳곳에 유머를 깔아 놓아서 읽는 맛은 배가 된다.

 

술래가 아빠와 나누는 대화에서…….

 

-아빠, 왜요?

-왜요는 일본 담요인데.

-아빠, 자요?

-자요는 어느 나라 요니?

 

박 노인과 광식이와의 대화에서…….

 

-오래된 거다. 버려라.

-왜?

-오래된 거니까. 오래된 건 버리는 거야.

-오래된 건 다 비싸. 비싼 건 좋은 거다.

-골동품이나 그런 거야.

-사람도 골동품이 될 수 있다.

 

죽어서도 아빠 곁을 떠나지 않는 아이 술래와 죽은 딸을 차마 보내지 못하는 아빠의 이야기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내도 보낸 것 같지 않을 테니까.

허깨비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쭉 읽게 되는 소설이다.

아이 유괴, 탈북자 문제, 베트남전의 상처, 마을의 들판이 사라지고 임대아파트가 생기면서 일어난 문제들을 소소하게 다루고 있다.

사회문제와 부조리, 가족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어 은근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외로운 이에게도 누군가에겐 특별한 존재임을 생각한다. 그렇게 특별한 존재여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설, 외로운 이들을 보듬어 주는 소설, 슬픈 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소설이다. 은근히 끌려서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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